강남사람들

의사가 만든 갤러리는 ‘꿈 너머 꿈’

내과의사&갤러리 대표 박호길

지역내일 2010-06-08 (수정 2010-06-09 오전 9:28:22)

햇살이 물결에 녹아나는 것처럼 눈부신 양평의 남한강을 달리다보면 붉은 건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것은 강위에 떠있는 듯 보이면서 자연과 하나가 된 듯 보이는 ‘닥터 박 갤러리’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내조의 여왕’의 촬영지로 알려져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곳이기도 하다. 

‘닥터 박 갤러리’는 이름에서 주는 느낌 그대로 내과 의사 박호길(69)씨가 만들었다. 그는 1978년 강남에서 병원을 열었고 지금도 역삼동 박내과 의원에서 여전히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그는 의사로 살면서 그림 보는 것을 좋아해 미술작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품을 모으다 어느 날 문득 미술작품을 소유하며 누릴 수 있는 만족이나 기쁨이 개인의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미술관을 지어 사회에 환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마침내 2006년에 갤러리를 열었다. 

박호길씨는 의사로서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미술관 건립과 운영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고 있다. 그는 이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꿈 너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에게 인생의 꿈은 무엇일까.











첫 번째 꿈은 좋은 의사되기
경북 의성 출신인 그는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나와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다. 시골에서 자란 그가 의과 대학에 입학해 보니 동료들은 온통 서울 명문고 출신이었다. 그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는 어려서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좋은 의사가 되려고 열심히 공부했고 또 진료했다.  

박내과는 진료 시간이 이르기로 소문났다. 지금은 오전 8시부터 진료를 시작하지만 2년 전까지만 해도 7시부터 환자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찍 병원 문을 여는 까닭은 밤새 아파 고통 받던 사람이 조금이라도 병원에 빨리 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박 원장은 말한다. 환자를 걱정하는 의사의 진심이다. 이 병원에는 각각 20년과 25년 동안 근속한 두 명의 간호사가 있다. 하지만 그 두 사람 외에 다른 간호사는 7시까지 출근하는 것을 견디지 못해 그만 두곤 했다. 도저히 간호사를 구할 수 없어 8시로 진료시간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박내과에는 요즘도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 환자 중에는 10년이나 20년간 이 병원을 다닌 환자가 상당수이다. 2대, 3대로 다니는 환자들도 있다. 어떤 환자는 10년 만에 찾아와서 박원장이 여전히 건강하게 진료하는 것을 무척 반가워하기도 했다. 또 이 병원에 다니던 한 할머니가 임종하면서 박원장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유언을 남겼다며 그 할머니 며느리가 찾아와 전해주기도 했다. 의사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박 원장에게 진료 받는 환자가 있다. 그는 암을 극복한 환자로 박원장에게 자신의 건강을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며 해마다 박원장의 생일을 잊지 않고 챙긴다.

박원장의 의사 친구들은 대부분 은퇴했지만 박원장은 여전히 환자가 많이 찾는, 현역으로 일하는 내과 의사다. 그는 좋은 의사가 되려고 했던 꿈은 이미 이뤘다. 











예술적 혜안은 잠재적인 재능
시골에서 자라 미술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박 원장은 어떻게 갤러리 대표가 되었을까. 

그는 개업의로 지내면서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스트레스와 단조로운 생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흔 살이 넘어 그림을 보기 시작했고 한두 점씩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사기 시작했다. 좋은 작품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도 하고 또 할부로 구입하기도 했다. 처음에 아내 김운선씨는 이런 남편을 걱정하면서 그림 사는 것을 만류하기도 했다. 이후 그림을 구입할 때는 부부가 동시에 마음에 드는 것을 사기로 합의했고 그렇게 하고서야 계속 그림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2000년 즈음에는 국내외 작가의 미술품을 300여점 가량 수집하게 되었다. 이 규모는 당시 웬만한 기업이나 기관에서 소장한 작품보다 훨씬 더 컸다. 그 무렵 역삼동 박의원 건물 7층에 ‘닥터 박 컬렉션 & 갤러리’라는 문화 사랑방을 열었다. 그림 애호가, 진료 받고 돌아가는 환자, 주변 직장인들이 그림도 보고 차도 마시며 쉬었다 가곤 했다. 이것을 시작으로 박원장은 사설 미술관 건립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박 원장은 그림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재능인 예술적인 혜안을 발견했고 또 하나의 꿈을 이루려고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꿈은 갤러리 건립
박 원장은 미술관을 짓기 위해 여기 저기 다녀보다 서울 사람들이 거리상 접근하기 쉬운 경기도 양평에 땅을 매입했다. 그리고 박원장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고 그 철학이 담긴 미술관을 지어줄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했다. 박 원장은 ‘빈자의 미학’으로 유명한 건축가 승효상을 찾았고 그에게 자신이 예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미술관을 지으려고 하는지 또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술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와 박원장은 생각이 일치했고 심혈을 기울인 설계도가 나왔다. 박원장은 2001년 3월에 갤러리를 착공했고 2005년 준공할 때까지 승효상씨의 뜻대로 모든 것을 다 했다. 

승요상 건축물의 두드러진 특징은 최대한 본래의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건축물이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는 것이다. ‘닥터 박 갤러리’의 외관은 승효상의 트레이드마크인 암적색과 거친 텍스처의 내후성 강판인 코르텐을 사용해 만들었다. 이 코르텐을 사용한 건물은 양평의 자연과 기막히게 조화를 이루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변모해 갈 것이다. 

이 갤러리는 미술관이면서 쉼터로 전시뿐만 아니라 소규모 공연이나 연회, 가족이나 비즈니스 모임이 가능한 공간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자신의 또 하나의 꿈을 이룬 박원장은 요즘도 병원과 갤러리를 오가며 활기차게 살고 있다. 무엇보다 박원장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희수리포터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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