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 거는 기대, 아이에게 갖는 기대

지역내일 2010-07-14
 
밤잠을 설쳐가며 공 하나에 울고 웃었던 월드컵이 끝나가고 있다. 이번 월드컵의 감회가 다른 어느 때보다 큰 것은 우리 대표팀에 걸었던 기대와 그들이 이룬 성과가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스 전 승리를 바탕으로, 대표팀은 드디어 원정 첫 16강이라는 대업을 달성하였다. 비록 우루과이에 패해 8강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대표팀의 선전은 국민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였다. 

 
한국vs. 우루과이
경기 전 대부분의 세계 언론 들은 냉정하게 우루과이의 승리를 예상했다. 해외 스포츠 배팅업체들은 배당률을 우루과이 2/5, 대한민국 7/4~15/8 정도로 책정했다. 우루과이의 포를란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두 차례나 득점왕에 올랐고 수아레즈는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 출신이다. 우리에게도 해외파들이 있지만 그 경력과 중량감에서 우루과이에게 뒤지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다. 
그럼에도 기대를 가지고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본다. 경기가 시작되고, 곧 이은 박주영의 아쉬운 프리킥은 그 기대를 더 크게 만든다. 그러나 선제골을 내어 주자, 탄식과 함께 객관적인 열세를 인정하고, ‘그럼 그렇지.’하는 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도권이 넘어오자 다시금 기대가 살아난다. 드디어 동점골이 터지고… 우리가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만 버티면 연장전. 체력에서는 우리가 더 우위에 있을 테니까…’

 
1998년 여름의 기억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보며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이 떠올랐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는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에 3:1로 패했고, 2차전에서는 네덜란드에 5:0으로 대패하고, 결국 대회 도중 감독이 경질되는 사상 초유의 아픔을 겪었던 대회였다. 당시 언론은 대표팀을 이끌었던 감독의 전술과 선수기용 등에 대해 비난했고,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우리는 막연한 기대가 한 순간에 충격과 좌절로 무너져 내린 채, 그 비난의 물결을 통제할 어떠한 힘도 가지지 못했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수습해 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선수들의 ‘악’과 정신력뿐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스 전 승리로 기분 좋게 출발한 대표팀은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에서 4:1이라는 큰 점수 차로 패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읽고, 나름대로 식견을 쌓아온 국민들은 막연한 기대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충격적인 패배라고 해석하기에 앞서 실력 차를 인정하고, 16강에 올라가기 위해 나이지리아 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은 이러한 국민들에 보답이라도 하듯 당당하게 16강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 8강 문턱에서 주저앉았지만, 우리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잘 싸웠다는 점은 대다수의 공통된 의견인 것 같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놀라운 사실은,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그 기대가 허물어지는 순간 그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투사하고 맹목적으로 비판만 하던 것에서, 이제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객관적인 데이터와 증거를 가지고 잘한 것은 잘한 것대로 칭찬하고 개선해야 할 점은 그것대로 지적하는 방식으로, 국민들의 의식이 한 차원 업그레이드 됐다는 점이다. 이전보다 훨씬 여유가 생기고 현실 통찰력도 선진화 되었다고나 할까.

 
소망적사고와 아이에게 갖는 기대
소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실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객관적인 데이터나 증거에 근거하기 보다는 바라는 소망대로 해석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기대가 클수록 그것이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우리는 바라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이를 토대로 판단을 내리거나 결정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후회와 좌절을 겪곤 하는가? 하지만 또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러한 착각이 더 큰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동기가 되고 우리를 자극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양자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가 관건일 터.
부모로서, 우리는 내 아이의 역량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있을까? 혹시나 아이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기 보다는 부모의 소망적 사고 안에 묻혀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닐까? 여유와 통찰력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기보다는, 쉽게 요구하고 쉽게 질책하고, 나아가 쉽게 후회하고 좌절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아이들도 오로지 ‘악’과 정신력에만 기댄 채 자신의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축구대표팀에 걸었던 기대와 반응이 내 아이에게는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BFC학습클리닉
김재훈 원장
문의 (02)3412-7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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