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에서 희망을 품다

지역내일 2010-07-19 (수정 2010-07-19 오후 4:36:34)

“남한산초가 부럽다구요? 직접 만들어 보세요”
용인지역 교사, 학부모 모여 공동체 교육 공부…행복한 학교 모델 직접 만들어

얼마 전 TV에 방영된 작은 학교의 기적, 광주 남한산초등학교의 모습은 많은 학부모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일으켜주었다. 하루하루 숨 돌릴 틈 없는 경쟁 구도 속에서 힘들어 하는 도시 아이들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을 벗 삼은 자유로운 교육 환경 속 아이들의 모습은 생동감으로 빛났기 때문. 이런 모습은 도시 지역 부모들에게 한여름 소나기처럼 시원한 청량감을 가져다주었다. 방송의 힘은 놀라웠다. 이후 남한산 초등학교로 몰려드는 학부모들의 문의와 방문, 전학 상담으로 학교의 모든 행정은 마비되었고 인근 집 값과 전월세는 폭등을 거듭했다. 또 남한산초의 서길원 교사가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한 판교의 보평초등학교(혁신학교)에도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로 포화상태, 가뜩이나 높은 학교 일대 아파트 전세가는 연일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모습은 기존 획일화된 공교육에 염증을 느낀 부모들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무조건적 관심에 우려를 보내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남한산초등학교의 황영동 교사는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이 주는 일부 아름다운 영상으로 자칫 환상을 좇아 전학을 희망하는 부모들도 있다”며 “이곳으로의 전학만이 능사가 아니라 현재 아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소규모 학교들을 찾아 변화를 만들어 볼 것”을 강조했다. 실제 남한산초등학교를 모델로 삼은 교육 공동체 모임인 ‘작은학교 교육연대(www.smallschool.net)’는 제 2, 제 3의 남한산초등학교를 만들기 위해 각 지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용인 작은 학교모임’도 이런 흐름에서 출발한 자생적 모임이다.

용인 ‘작은 학교 모임’ 통해 제2의 남한산 초등학교 꿈꿔
매주 금요일 용인 갈곡초등학교에서 모임을 가져온 ‘용인 작은 학교 모임’은 지역 교사와 학부모들로 구성된 열린 모임이다.
용인 갈곡초의 허정남(33ㆍ구갈동)교사는 “남한산초등학교의 TV 방영을 보고 같은 교사로써 부러웠다”고 전한다. 이후 보평초 서길원 교장의 강연을 계기로 지역 모임을 만들게 되었고 지역의 학부모, 교사들이 하나둘 동참하면서 지금까지 모임을 이어오게 되었단다.
특히 이 모임에는 최근 행복한 시골 학교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는 용인 원삼초 두창분교 교사와 학부모들이 주요 구성원으로 참석하고 있기도 하다.
두창분교의 방기정 분교장은 “우리가 만들려고 하는 작은 학교는 경쟁 속에 지쳐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고 자연 속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는 자유로운 교육 환경을 지향하고 있다”며 “두창 분교라는 작은 시골학교에서 행복한 작은 학교의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예비학부모 이진선(33ㆍ보라동)씨도 역시 같은 생각이다.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빡빡한 도시 학교 속으로 아이를 밀어 넣고 싶지 않아서 대안을 찾다가 모임에 참석하게 됐어요. 남한산 초등학교가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 먼 곳까지 찾아갈 수도 없고 지역에서 대안을 찾다가 분당 내일신문의 두창분교(797호ㆍ 희망의 공교육 편)기사를 보게 됐어요. 그 후 직접 찾아가 견학도 하고 분교장님과 얘기도 나누면서 바로 여기구나 싶었죠.”

아이와 교사,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
이후 자연스레 작은 학교 모임에 참석한 이 씨는 최근 두창분교 인근에 땅을 매입했다. 시골지역이다 보니 이사를 갈 만한 마땅한 집이 없었던 것. 할 수 없이 인근 지역의 밭을 매입, 집을 짓고 내년엔 아이를 두창분교에 입학시킬 예정이다.
역시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두창분교 학부모 이지연(37ㆍ두창리)씨는 “초등 4학년과 1학년 아이를 두창분교에 보내고 있는데 어린 시절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준 것 같다”며 “학교가 너무 좋아 방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며 스스로 행복한 아이와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한다.
이처럼 용인의 작은 시골학교 두창분교 교사들이 주축이 되고 인근 지역 교사와 예비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작은 학교 모임’에서는 아이들에게 자율권을 주는 것. 스스로 생각하고 해답을 찾는 과정, 작은 일이라도 역할과 책임을 주는 것,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 게 하는 것 등 작지만 도시 학교에서는 해줄 수 없는 새로운 시도들을 적용하며 공부를 하고 있다.
두창 분교의 이대은(27)교사는 “교대 동기 중 상당수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어 할 만큼 학교 교육이 경직되고 획일적인 경쟁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에 비해 두창분교는 교사도 아이들과 함께 마음껏 수업에 창의성을 발휘해 볼 수 있는 행복한 학교”라며 “그런 학교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적인 것들을 펼쳐보고 있다”고 전했다.

작은 학교에서 시작된 변화가 도시 학교까지 전파되기를
방기정 분교장은 “지금은 비록 시골의 작은 분교에서 시작한 변화들이지만 이런 변화들이 싹이 되어 도시 지역까지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최근 얼어붙은 공교육이 혁신학교, 전원학교 등으로 탈바꿈 하는 변화들은 좋은 신호”라고 반가워했다.
용인 갈곡초의 허정남 교사도 “도시 학교에서의 변화가 쉽지는 않지만 교육의 큰 패러다임은 변화를 향해 가고 있다”며 “작은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의 관심도 과도기의 단적인 예”라고 해석한다.
예비학부모 이진선씨도 “아이를 위해 강남으로 이사 가는 것과 비슷한 또 다른 방식의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그런 변화조차 지금은 반가운 일이에요. 작은 학교, 혁신학교에 대한 다소 과열된 관심도 변화를 원하는 공통된 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니까요.”라며 동의한다. 방기정 분교장 역시 “작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려면 많은 부분 내려놓고 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 체험도 하고 다양한 무료 방과 후 수업에, 게다가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도 잘할거라는 막연한 환상을 좇아 작은 학교에 오려는 분들도 더러 계신다”며 “이분들은 오래지 않아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작은 학교의 본질은 아이와 교사, 그리고 학부모가 함께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순간순간의 과정에 답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용인의 작은 학교 모임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용인 갈곡초등학교에서 열린다. 작은 학교에 관심을 갖는 누구라도 참여가 가능하다.                                
문의 010-8365-7767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용인 지역, 특색 있는 소규모 학교

# 원삼초 두창분교
용인 원삼면 두창리에 있는 작은 시골 분교다. 전교생 41명의 작은 학교로 동화작가인 방기정 분교장과 3명의 교사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고 있다.
3교시가 끝나면 아이들이 모두 논두렁으로 몰려와 왕복 2km를 달리며 체력을 기르고 4학년이 되면 이대은 교사의 지도로 두창밴드에 참여한다. 전자기타, 키보드, 베이스 기타 등 도시 아이들 부럽지 않은 악기를 맨 체 밴드활동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은 종종 지역 행사에 초청을 받기도 하는 유명밴드다.
학교 뒷마당 텃밭에 상추며 고추, 감자, 고구마를 심고 때 되면 수확해 온 동네 가족들과 바비큐 파티를 여는 마을 공동체 학교다. 해가 넘어갈 때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흙투성이가 되도록 지칠 줄 모르고 노는 아이들은 학교가 좋아 방학이 오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남한산 초등학교의 작은 학교 운동을 모델로 아이와 교사, 학부모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작은 학교 모임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위치 용인시 원삼면 두창리 871번지
문의 031-332-8106

# 한터초등학교
2004년 전교생 120~130명 수준의 작은 학교였던 한터초는 2010년 현재 10학급, 283명으로 ‘돌아오는 농촌학교’의 모델을 보여준 학교다. 도시 학교에서는 하기 힘든 다양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작은 시골학교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전인교육에 중점을 두자 어느새 학생 수가 하나, 둘 늘기 시작했던 것. 이어 2009년 7월 교과부 지정 ‘전원학교’로 선정돼 다양한 특색사업을 실시하였고 ‘영어교육 리더학교’와 ‘교육과정 우수학교’로 선정돼 교과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도심에서 벗어난 자연 속에 자리 잡은 덕에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고 교과 공부 외에도 골프, 인라인스케이트, 연극 등을 배우며 다양한 체험학습과 캠프를 통해 여러 가지 많은 경험을 펼치고 있다.
한터초의 김양균 교사는 “작은 시골학교 가족적인 분위기이다 보니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자연스럽게 배워 나간다”며 “교사와 학부모 모두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가르치고 동문까지 서로를 믿고 지원해 주는 진정한 교육 공동체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위치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대대리 577번지
문의 031-332-3325

# 백암초 수정분교
전교생 16명이 다니는 작은 시골 학교다.
전교생이 마칭밴드인 브라스밴드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해마다 각종 경연대회에서 굵직한 상을 받아오는 등 기량이 높은 밴드다. 학교 근처에 위치한 재남 무술원에서 매주 계발활동 시간에 합기도를 배우고 일주일에 한번 본교인 백암초등학교 원어민 선생님이 방문, 3~6학년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넓은 자연실습장에서는 봄, 여름, 가을에 걸쳐 여러 가지 농작물 재배 체험을 하고 고구마, 감자, 고추, 옥수수 등 갖가지 채소들을 전교생이 거둬들여 요리를 해 먹는다. 외발자전거, 천체 망원경 등 학교 동문들이 해마다 어린이날 선물과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습 기자재를 지원해 주는 등 후배사랑도 각별하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만 되면 학교 나무에 거꾸로 메달려 놀기를 좋아하고 틈만 나면 밖으로 달려 나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논다. 조영미 분교장은 “스스로 다양한 놀이를 개발해 노는 아이들을 보면 놀기 금메달을 줘야 할 정도”라며 은근히 아이들 자랑을 펼친다. 아이들은 줄고 있어 폐교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아이들이 행복한 시골 학교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우주보다 크다.
위치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 가창리 514번지
문의 031-332-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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