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역사 체험 여행

박물관이 살아 있네!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지역내일 2010-08-06 (수정 2010-08-06 오전 10:00:55)


나무를 이용해 직접 건물 쌓기 체험

아이가 아직 초등학생일 때 꼭 한 번 국립중앙박물관과 어린이박물관을 방문하고 싶었다. 부산에서 일부러 서울에 갈 만큼 풍성한 볼거리도 궁금했고, 무엇보다 책으로만 접하던 다양한 유물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는 생생한 체험의 맛을 느끼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도 있었다.
하지만 올 여름 휴가지로 서울을 택했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은 다들 뜨악한 표정. 뜨거운 서울의 열기를 피해 바다로 계곡으로 탈 서울을 택하는데 씩씩하게 한여름의 서울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간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비워진 도심의 한 가운데서 즐기는 피서도 나름의 재미가 있을 거라며 애써 위로하고 기차에 올랐다.


아이들에게 인기인 탁본


국립중앙박물관 내 어린이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상설전시장에 전시된 유물과 동일한 형태와 크기로 복제된 전시품을 어린이들이 직접 만져보고 즐길 수 있어 살아있는 교육이 된다.
옛 사람들의 생활을 알아보는 과거로의 여행을 주제로 주거, 농경, 음악, 전쟁 등 크게 4개의 영역으로 나눠져 있다. 주거영역에는 송국리 집터 모형, 집의 발달과정 영상, 유적에서 출토된 삼국시대의 집, 회암리 사지 온돌의 구조, 기와지붕 잇기, 기와무늬 탁본해보기 등 다양한 아이템이 구비되어 있다. 농경 영역에는 청동기시대 마을을 보여주는 유적모형, 농경무늬청동기에 새겨진 2400여 년 전 사람들의 농사짓기 알아보기, 옛 곡식 알아보기, 각종 농기구 체험하기 등 다양한 체험 아이템을 학습해 볼 수 있다. 음악영역에서는 여러 가지 청동의기에 보이는 방울악기들 모형, 신라고분에서 출토된 악기 연주하는 흙으로 만든 인형, 백제금동대향로에 보이는 고대악기, 고구려 무덤벽화에 보이는 고구려의 악기들을 복원해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체험할 수 있다. 전쟁영역에는 갑옷입고 가야무사 되어보기, 성 쌓아보기, 말장식 달아보기, 무기퍼즐 등 다양한 아이템이 운영되고 있다.


유물 퍼즐


몸소 체험하는 박물관이라 더욱 신난다

보통 박물관에 가면 엄마 마음에는 유물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으면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하품만 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어린이박물관은 보기만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는 박물관이라 아이들이 지겨워할 틈이 없다.
리포터의 딸도 다양한 활동에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며 몸소 체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화선지에 탁본도 열심히 하고 성도 쌓고 퍼즐도 맞추면서 즐거워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딸아이보다 더 큰 아이는 눈에 거의 띄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학년에게 더 적합한 체험박물관인 듯했다.
2박 3일 일정으로 부산에서 올라온 윤미영 씨(38·용호동)는 부산으로 내려가는 마지막 날 이라 어린이박물관을 찾았다고 했다. 아들만 둘인 윤 씨는 “초등 1학년인 둘째 아이가 특히 신나한다며 부산에서 올라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1시간 20분 정도 개별 체험을 하는 어린이박물관은 예약을 하고 가야 헛걸음하지 않는다. 현장 예매가 있기는 하지만 선착순이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릴 수도 있으니 예매가 편리하다. 현재 개관 100주년 기념 무료 관람이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아이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관람을 끝낸 후 들른 상설전시관에서는 운이 좋게도 구석기시대부터 문화해설사가 막 설명을 시작하는 참이었다. 보통은 전시관을 대략 둘러보며 그냥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유물이지만 해설사의 세세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유물 하나하나가 선물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중앙박물관은 처음이라는 김호승 씨(40· 목동)는 “자녀 교육 때문에 왔는데 솔직히 아이보다 내가 더 재밌게 보고 듣고 간다. 문화해설사의 자세한 설명이 과거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고 고조선부터 고려 시대까지 드라마나 책에서만 보던 사실이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진다는 것이 특히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처음 해설사의 설명이 시작될 때는 귀를 쫑긋하며 듣던 아이들도 시간이 흐르고 다리가 아파오자 하나둘씩 지친 표정으로 대열을 이탈하기 시작했고, 엄마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들을 대열로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리포터 역시 연방 하품하는 아이를 억지로 바로 세우며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님을 강조했다.
2시부터 관람하기 시작해 6시가 되어서야 겨우 고려 유물까지 다 봤다. 조선 전시관은 8월5일에 재개장 예정이라 아쉽게도 접어야했다. 중앙박물관을 제대로 보려면 하루가 걸려도 다 돌아보기 힘들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만약 다 돌아볼 시간이 된다고 하더라도 힘에 부쳐 다니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방대한 시설을 자랑했다. 이런 훌륭한 박물관을 언제고 마음만 먹으면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서울 사람들이 새삼 부러워졌다.


박물관 내부


아이와 함께 체험학습 여행을 할 때면 늘 한 가지라도 기억에 남았으면 했지만 어쩌면 부모의 욕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새겨지는 기억은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서가 아닌 오롯이 본인의 몫인데 말이다. 수천수만 년을 이어온 역사의 증거들을 보면서 당장의 얄팍한 지식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시간이 흐르고 박물관 나들이처럼 소중한 추억이 늘어갈수록 아이의 생각은 한 뼘씩 더 자라고 나의 욕심의 한 뼘씩 더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tip

국립중앙박물관은 경복궁에서 2005년 현 건물로 옮겼다. 지하철 4호선 이촌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어린이박물관은 회원가입 후 예약하고, 체험활동지(1000원)를 이용하면 관람에 도움이 된다. 1월1일, 매주 월요일 휴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http://www.museum.go.kr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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