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 - 한내초등학교 ''아버지교실''

지역내일 2010-08-16

"아빠, 같이해요~고마워요~사랑해요~"

"아빠, 모자가 안들어가~ 아빠 머리가 엄청 큰가봐~ 하하" "우리 사진 찍자~"(찰칵) "어려운 게 문제로 나오면 어떡하지? 아빠 잘해야돼~. 기대된다~." 유생 모자를 자기도 써보고 아빠에게도 씌워주며 재밌어하는 아이들.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아이들. 거센 장맛비가 온 지난 17일 토요일. 궂은 날씨에도 대화동 한내초등학교(교장 조춘호) 한빛관에는 아빠와 아이들의 즐거운 수다로 가득 차 있었다. 벌써 6회째를 맞는다는 ''아버지교실''이 이날 열렸다. 

''孝''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 "떼를 쓰지 않는 것" 
 이번 아버지교실의 테마는 조선시대 과거제도의 재연과 체험이다. 임금님으로 변신한 교장 선생님, 문무백관으로 분장한 아버지와 학생들. 고사장은 그야말로 조선시대 과거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드디어 "둥~둥~둥" 북이 울리고 과거제도가 시작됐다. 오늘의 시제는 ''孝''(효). 주어진 시간은 10분이다. 반듯한 종이 위해 아버지와 아이들 각자가 ''효''에 대해 글을 써야 한다. 모두들 고민에 빠진 얼굴이다. 하지만 모두들 웃음꽃이 가시지 않는다.
 "효란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예요" "효는 부모님께 떼를 쓰지 않는 것 같아요" 단순하지만 모두가 정답을 금세 척척 써내려간다. "아빠, 어때? 잘썼어?" " 응~ 1등 할 것 같다야~ 하하" 함께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고,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이것이 한내초등학교 아버지교실의 자랑이다.
 아버지교실에 참여하면서 가장 기뻐하는 이들은 바로 학생들. 두번째로 아버지교실에 참여한다는 백민욱(3학년) 학생은 "아빠도 피곤하실텐데 같이 와주셔서 감사하구요~ 앞으로도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엄청 엄청 엄청 좋아요~"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박서영(4학년) 학생은 "아빠와 이야기를 많이 하게 돼서 좋아요. 그리고 오늘 과거제에 대해서 공부할 수도 있어서 좋아요" 라며 아빠에게 웃어 보인다. 이 아이들에게 아버지란 늘 바빠 나에게는 관심이 덜한 사람이 아닌, 하늘같이 고맙고, 사랑하는 존재임에 틀림없다.   

아버지들이 직접 계획하고 준비해 의미 더욱 커
 한내초등학교 아버지교실은 아이들과 아버지 간의 유대를 돕고 학생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지난 2008년도부터 시작됐다. 행사 주제와 내용도 매번 다채로웠다. 김장을 함께 담가보고 담근 김장은 독거 노인 및 장애인에게 전달하기도 했고, 정월 대보름을 맞아 횃불놀이, 지신밟기 등 전통문화체험 활동도 진행했었다.
 특히 행사에 관한 모든 기획과 준비가 아버지들의 참여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사실 자녀 교육은 늘 어머니들의 몫이자 영역으로 생각하기 일쑤고, 직장생활에 쫓겨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이 한참 부족한 아버지들이기에 자의로 타의로 아이들을 이해할 시간이 모자란 게 현실 아닌가. 하지만 아버지교실의 ''아버지''들은 남다르다. 이번 ''과거제'' 재연 행사를 위해 지난 5월부터 바쁜 시간을 쪼개 준비에 들어갔고 행사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필요한 자료와 도움을 얻고자 멀리 서울까지 발걸음을 아끼지 않았다. 행사를 준비한 홍석표 아버지는(자녀, 홍혜준 3학년) "아버지교실은 아이들과 아버지를 포함한 가족들의 소통과 나눔을 컨셉으로 잡고 있다"며 "선조들이 살았던 모습을 알게 해주고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에 대해 돌이켜 보자는 취지에서 이번 과거제 재연 행사를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 학교 교육에 처음엔 관심이 모자란 게 사실이었지만, 아버지교실에 막상 참여해 보니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 덩달아 흐믓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같은 준비와 열정 덕에 아버지교실은 늘 성황리에 끝났고, 이번 ''과거제'' 아버지교실도 참가한 인원이 모두 150여 명에 달한다. 사실 여건상 부모와 함께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다. 이런 좋은 기회를 더 많은 아이들과 함께 누리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늘 담당교사들과 부모들에겐 남아있다. 한내초등학교는 이러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성원에 힘입어 아버지교실을 학교의 정통 행사로 더욱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 그들은 어떤 꿈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꿈을 갖고 살아가게 될까. 저마다 색깔은 다르겠지만 이들 모두의 꿈 속 어딘가에 우리 아버지와 함께 했던, 우리 아이와 함께 했던 예쁜 추억의 장이 고스란히 자리매김할 것이다. 세월이 흘러 다른 모든 기억들이 희미해진다 할지라도 이날의 추억만은 꼭~ 붙들어주자. 인생을 살아가며 힘들거나 지쳐 어깨가 무거울 때, 그 예뻤던 추억이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명약이 되줄테니 말이다. 앞으로 아버지교실에서 퍼져나갈 행복 바이러스가 잔뜩 기대된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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