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사람들 우리의 이웃 아타이씨와 디케치씨

“한국 사람처럼 행복하게 살아요”

지역내일 2010-08-17

 




양재동에 사는 에르한 아타이(36)씨와 개포동에 사는 알타이 디케치(32)씨는 터키 사람들이다. 두 사람은 터키 중앙공대 기계공학과 선후배 사이로 아타이씨가 먼저 우리나라에 유학을 왔으며 그의 권유로 디케치씨도 우리나라에 왔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결혼을 하여 지금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고 있다. 



현재 아타이씨는 역삼동에 있는 터키 문화원의 원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디케치씨는 양재동에 있는 레인보우 외국인학교 교감이다.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공부한 사람들로 우리말이 능통해 2시간이 넘은 인터뷰도 전부 우리말로 할 수 있을 만큼 의사소통에 문제가 전혀 없다. 
우리의 이웃인 아타이씨와 디케치씨는 서울에서 그것도 강남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형제의 나라 터키
한국 전쟁에 참전한 인연으로 터키는 우리에겐 형제의 나라다. 신세대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우리나라와 3, 4위전을 치른 나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3,4위전을 치를 때 경기가 시작되고 터키국가가 울릴 때 관중은 열렬히 환호했고 대형 터키 국기가 등장했다. 나중에 등장한 태극기보다 더 커다란 국기였다. 세계인이 볼 때 자국기보다 더 큰 상대편 국기가 경기장에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때 경기장에 응원을 갔던 디케치는 “한국인들이 터키 국기를 열성적으로 흔들어 주었고 응원도 진심으로 해줘 매우 감동했다”면서 “터키가 이겼을 때 내 형제가 졌다는 마음에 기쁘기만 하지는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터키에서도 형제끼리 3,4위전에 함께 오른 것만으로도 기쁘다며 터키가 승리한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지 않았던 그곳의 분위기를 전했다. 



문화적인 공통점이 많아
현재 우리나라에는 터키인이 500여명 있으며 서울에 300여명이 살고 있다. 대부분 유학생이나 졸업생이며 대졸이상의 학력으로 개인 사업을 하거나 외국인 지사에 근무한다. 주한 터키인은 대부분 우리말이 능통하다. 고학력으로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공부한 원인도 있지만 터키말과 우리말의 어순이 같고 문법이 유사해 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타이씨는 “서울대 어학당에서 6개월 공부한 후에 기계공학과 전공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면서 “한국에 온지 6개월이 지나니 읽고 말하고 듣는 것이 가능했다”고 말한다. 지난 6월에 터키의 압둘라 귤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아르한씨는 대통령의 통역을, 디케치씨는 수행한 장관의 통역을 맡기도 했다.
터키는 가족 중심문화로 가족 간의 유대가 깊다. 대부분의 터키 부모는 자녀가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학비를 대주기도 하며 자녀가 결혼할 때 경제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자식들도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 문화와 비슷하다.
아타이씨의 아버지는 재봉사였다. 그는 어렵게 일하며 4남매를 의사와 교사, 교수로 훌륭하게 키웠다. 그런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아타이씨는 한국의 가족 중심적인 문화와 부모의 교육열을 충분히 이해하며 높이 평가한다.  


 


완벽하게 적응하고 사는 외국인 가정
디케치씨는 아내 부르쥬 다케치(27세)씨와 아들 두라가이(9개월)와 함께 개포동 주공 아파트에서 산다. 그는 2000년 우리나라에 와서 광주 과학기술원에서 공부했으며 현재는 교감선생님으로 일하며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박사 과정 중이다. 2007년에 건국대학교 석사과정이면서 터키 문화원에서 터키어를 가르치고 있던 부르쥬씨와 결혼을 했다.
가정적인 디케치씨는 가족과 함께 양재천에 산책도 나가며 이마트나 하나로마트에서 장도 본다. 아침과 저녁식사는 터키식으로 하고 점심은 학교에서 한국식으로 먹는다. 그의 아내가 김밥이나 비빔밥을 잘 만들기 때문에 집에서 자주 식사를 한다. 
다케치씨 가족은 여름방학에는 꼭 터키에 간다. 다케치씨는 1달 정도 머물고 아내와 아들은 3달 동안 그곳에서 부모와 함께 지낸다. 그가 결혼하기 전에는 그의 부모는 아들이 한국으로 갈 때마다 공항에서 울었다. 하지만 올해는 며느리와 손자가 남아있어 그런지 아들에게 웃으면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부모님이 밝게 배웅하는 모습을 보니 한국으로 돌아올 때 마음이 무척 가벼웠다”고 말하는 그는 천생 효자다.
그가 처음에 우리나라에 왔을 때 가장 감동한 일화가 있다. 광주에서 공부하던 시절에 택시를 탔다. 그때 택시 기사는 손님이 터키인이란 말을 듣고는 한국전쟁에 참가해준 형제국가의 사람이라 반갑다면서 택시 요금 8천원을 받지 않았다. “그 택시 기사는 자신이 어렵게 번 8천원을 받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터키인인 저에게 호의를 보였다”면서 “그 일로 한국인이 터키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었고 몹시 기뻤다”고 회상했다.
그는 우리나라를 좋아하며 불편 없이 잘 적응하고 산다. 터키와 한국의 양쪽 특성과 장단점도 잘 알고 지낸다. “한국에 살고 있지만 분명히 한국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터키에 가서 윈도우 한글 버전을 설치한 노트북을 사용하다보면 과연 내가 터키사람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며 해외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갖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말하기도 한다.
그는 앞으로 박사과정을 마치면 우리나라 대학에서 한국말로 강의하는 외국인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며 아들은 한국을 잘 아는 터키인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행복한 다문화 가정
97년에 우리나라에 온 아타이씨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에 편입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따고 2년간 대학에서 강사로 일했다. 그리고 2000년부터 문화원 업무를 보기 시작했고 2001년 스물여섯 살의 동갑내기 박남희씨와 결혼을 했다. 당시 박씨는 외국문화에 관심이 많은 회사원으로 아타이씨가 주최하는 터키 문화축제에 참가했다가 그 인연으로  결혼을 하게 되었다. 결혼식은 두 번 했다. 첫 번째는 터키 친구들에게 보여주려고 남산 한옥마을에서 전통혼례를 했고 두 번째는 터키에 가서 터키 전통혼례를 했다.
아타이씨 가족은 터키와 한국 다문화 가정 1호다.(현재 터키와 한국 커플은 10쌍) 딸은 우리나라에서는 박세나(8세, 레인보우외국인학교 2학년) 터키에서는 세나 아타이다. 아들 역시 박에렌(2세)과 에렌 아타이로 불린다. 이 가정에서는 우리말을 90% 사용한다. 온 가족이 우리나라 방송을 보며 한국식으로 식사를 한다. 외국인 학교에 다니는 세나 양은 긴 방학을 이용해 교환학생 제도가 있는 대전의 초등학교에 다닌다.
이슬람교인 아타이씨는 이슬람교의 축제인 라마단을 지킨다. 또 친구들이 아타이씨 집을 방문하면 부부가 함께 터키와 우리 음식으로 상을 차린다. 결혼 후에 그의 아내는 터키에 3개월간 머물면서 정식으로 터키말을 배웠다. 매년 방학 때마다 아이들과 박씨는 터키의 부모님 집에서 1달 반가량 지낸다. 아이들은 터키에 도착했을 때는 터키어가 서툴지만 한국에 돌아 올 때 쯤 되면 터키어를 우리말 보다 잘하곤 한단다.  
아타이씨는 한국인 아내랑 살기 때문에 디케치씨보다 훨씬 더 한국 사람처럼 산다. 그렇지만 아침이나 배가 몹시 고플 때는 한국음식보다 터키 음식이 훨씬 더 먹고 싶다. 또 문화원 일을 하면서 한국정서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친한 한국 친구와 상의해 답을 얻는다고 한다.
그리고 아타이씨는 아이들이 양쪽 국가의 문화와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두 나라의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 좋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은 계획성과 추진력이 있는 열정적인 나라이며 도시가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외국인이 살기에 별다른 불편은 없지만 정착해서 사는 경우에는 출세나 승진 등 사회적인 지위가 보장되지 않는 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외국인이다. 

이희수 리포터
naheesoo@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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