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야 하나?

폭력 교사에 대처하는 학부모의 자세

지역내일 2010-08-19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일명 ‘오장풍’ 교사 사건으로 교사들의 상식 이하 폭력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소한 부분까지 인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정당화되고 은폐되던 체벌의 오류가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문제는 오장풍 교사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며, 부당한 교사들의 폭력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의 참담한 심정. 과연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야 하는지, 폭력 교사에 대처하는 학부모들의 현명한 자세는 무엇일까?
“교도소에서도 금지된 체벌이 학교에서는 불법이 아니라는 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불거진 일명 ‘오장풍’ 교사의 학생 폭행 사건을 보며 내뱉은 어느 학부모의 장탄식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각종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체벌 금지 법제화’, 일명 체벌금지법 제정 움직임이 일었고, 여기에 지난 7월 19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전면적인 ‘체벌 금지령’이 기폭제가 돼 논란이 더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교육계를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시각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교육인적자원부 시절이던 2007년,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며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기획안’을 각 시·도교육청에 내려 보냈고, 2006년에도 체벌 전면 금지를 법제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었기 때문. 시교육청도 혼돈을 거듭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영삼 정권 시절이던 1997년과 1998년 각각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이 제정되면서 체벌 관련 조항이 명문화된 이후인 1999년 시교육청은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추진’을 매년 일선 학교에 송달하는 등 학생 생활지도 계획에 포함시켰다. 또 2008년과 지난해는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올해는 ‘체벌 금지’를 명시했지만 지금까지 일선 학교에 대한 지도·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명확하지 못한 관련 법령 때문에 학교들은 학칙 내 학생 생활 규정에 ‘체벌 도구는 지름 1센티미터 내외, 길이 50센티미터 이하의 나무로 하며, 직선형이어야 한다. 체벌 부위는 둔부로 한다’는 식의 별도 조항을 둬 체벌을 부분적으로나마 허용해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당사자인 학교 측이나 교사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교사들의 ‘체벌로 위장된 폭력’이 만연됐다는 게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원성이다.
교사들의 학생 폭력, 왜 줄지 않나?
이런 이유로 교내 교사들의 학생 폭력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늘고 있다는 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박보희 실장의 주장이다.
“사실 교사들의 체벌을 가장한 폭력은 부모 세대가 학교에 다닐 때 지금보다 수위가 높았죠. 그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과거에는 폭력이 교사의 고유 권한인 지극히 교육적인 체벌로 인식됐고, 현재는 체벌이 아닌 폭력으로 생각이 전환되면서 감춰졌던 교사들의 학생 폭력이 가시화된 겁니다.”
박 실장은 하지만 여전히 교사들의 폭력을 경험한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은 어느 정도의 체벌은 교육적인 것이지 폭력의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부당한 폭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항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측은 “일간에 벌어진 오장풍 교사 사건은 징계가 아닌, 명백한 고발 대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교사의 반복적인 폭력에 노출된 아동들은 이미 정신적 외상을 입었다는 것. 정신적 외상은 신체적인 외상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장기간 아동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성격 형성과 정신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린 시절 반복적인 폭력에 노출된 아동은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 쉬우며, 낮은 자존감을 형성할 수 있고,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교사의 학생 폭력이 주는 파장이 큰 만큼 사안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는 게 학회 측의 주장이다.

학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사안의 중요성을 증명하듯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내 교사들의 학생 폭력에 대해 상당히 말을 아끼는 입장.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의 한 장학사는 “지금은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교육감의 지시대로 오는 2학기부터 서울시 초·중·고 모든 학교에 체벌을 전면 금지한다는 정도가 전부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학부모 입장에서는 제도의 시행과 정착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 그렇다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는 학교 내 교사의 학생 폭력에 대해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까? 박보희 실장의 말을 들어보자.
“일단 교사의 학생 폭력을 경험했다면 교장이나 교감을 찾아가 문제를 극대화하기보다 해당 교사를 찾아가 정중히 사안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박 실장은 학부모들은 이런 문제가 생기면 교사가 아닌 학교 측과 해결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전한다.
물론 고발 수준의 폭력이라면 학교 측의 개입이 불가피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미한 수준이라면 해당 교사를 직접 만나 진지한 대화를 시도하는 게 더 좋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이와 달리 폭력의 수준이 심각하고, 교사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형사 고발 단계로 넘어가는 게 수순이다. 이때 우선 챙겨야 할 것이 증거. 상해를 당했다면 진단서는 필수고, 반드시 소아정신과를 찾아 정신적 외상에 대한 진단서도 확보해두는 것이 유리하다고. 또 교사의 학생 폭력은 같은 학교의 학생들이 목격한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학생의 진술을 받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 진술을 받을 때는 미성년자이므로 해당 학생 부모의 동의를 얻는 게 필수인 만큼 평소 자녀의 교우 관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물론, 학부모들과 친분을 쌓아두는 것이 좋다. 또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서울학부모회 등 학부모 단체에 의뢰, 해결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상담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해결 방안일 뿐. “학생 지도에 대한 체계적인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에서 무슨 일만 생기면 교사 책임으로 모는 교육청의 태도나 사회 시선에 불만이 많다”는 서울 D초등학교 김아무개 교사의 씁쓸한 개탄은 어떤 사안이든 사후약방문 식으로 처리하고 결국은 흐지부지돼온 관행에 대한 쓴소리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정민 리포터 request0863@naver.com
자료 제공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서울학부모회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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