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상처 지닌 현대인들, 예술치료에 빠지다

가슴 속 응어리 발산하는 즐거운 치료 공간

지역내일 2010-08-25

 



 


유명연예인의 잇따른 자살 소식, 성폭행범이 넘치는 사회, 공부스트레스로 죽어가는 아이들, 현대인의 스트레스는 갈수록 심해지고 어떻게든 풀지 않으면 비극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상처는 곪아서 터지기 전에 돌봄이 필요하다. 마음이 병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고 있다. 정신과 상담을 터놓고 받기엔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림을 그리면서 자신의 내면과 만나고 큰 북을 사정없이 두드리며 가슴속 응어리를 토해낸다. 누군가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고 무슨 이야기든 귀 기울여 들어준다면, 말로 표현하기에는 힘이 부쳐 그냥 있어도 누군가 따뜻하게 손 내밀어 준다면…. 이런 것들이 함께 어우러진 것이 바로 예술치료이다. 최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현대인들에게 예술매체를 매개로 한 예술치료가 그 어느 때보다 각광받고 있다.


 


현대인의 스트레스, 예술치료가 대안이다


미술치료는 많이 들어봤어도 예술치료라고 하니 다소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미술, 음악, 연극, 놀이, 영화 등 각종 예술매체를 활용한 심신치료 활동이면서 심신의 성장과 발달을 목표로 하는 치료예술 활동이 바로 예술치료이다.


예술치료는 고대사회에서부터 유래한 중요한 치료도구였다. 당시의 예술치료는 몸을 직접 치료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몸의 주인인 마음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였다. 주로 주술사가 치료의 주역을 담당하는 형태가 당시의 예술치료였다. 그 후 과학적 사고가 팽배해지면서 예술치료가 관심의 대상에서 사라졌고, 현대에 와서 스트레스 이론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고대인의 질병관이 옳았음이 밝혀지면서 예술치료가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등장하였다.


대전대학교 예술치료학과 정광조 교수는 “현대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질병이 약물과 의료기계적 처리만으로는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소위 통합의학의 관점에서 각종 전통보조요법이 다시 각광받기 시작하면서 예술치료 역시 종래와는 다른 새로운 차원에서 주목받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정 교수는 “예술치료는 주로 심리적 질환을 치료하는 데 기여해 왔으며 심리적, 신체적 문제나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 외에도 자아성장을 목표로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다”며 “예술치료는 자기안의 진정한 자기를 바라보고 키워나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치유를 넘어 문화로 확산 조짐


예술치료가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예술치료를 적용할 수 있는 증상과 대상이 광범위하다는 점과 치료의 도구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언어적 매체를 도구로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감정을 드러내고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기존에는 정신지체나 자폐증, 치매 등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치료방법으로 이용됐으나 점차 성공적인 심리치료 사례가 알려지고 정서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안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예술치료가 치유를 넘어 문화로 까지 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 예술치료는 장애인, 자폐아, 우울증환자, ADHD,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환자, 각종 중독자, 학교 부적응 아이,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성인, 치매노인,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환자에서 정상인까지 증상과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누구나 다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이런 장점이 부각되면서 최근 병원이나 종합복지관, 각종 상담소, 장애인재활시설, 노인복지관, 청소년수련관, 학교 등 다양한 기관에서 예술치료 프로그램이 다양한 목적으로 선호되고 있다.


최근에 문을 연 성북창작예술센터에서는 예술치료를 중요 프로젝트로 내걸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센터에서는 ‘뱃속 내 아이와 함께하는 미술치료’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감성개발 음악치료’ ‘해피 라이프 음악치료(스트레스 다스리기) 등 보다 창의적인 예술치료가 접목돼 일반인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충남 당진군의 한 시골학교에서는 음악과 미술을 일반 교과목에 접목한 ‘예술치료 교습법’을 실시,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결손가정이 많고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아이들이 대부분인 농어촌 중학교에 예술치료를 접목하면서 학생들의 감정조절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고 다른 이들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까지 키우게 됐다는 소식은 예술치료가 도시에서 시골까지 어디에서나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예술치료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기관들


“엄마와의 애착관계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종종 놀이에 엄마가 등장하지 않아요. 아이가 엄마를 배제시킵니다. 그런데 회기가 진행될수록 치료사와 신뢰가 쌓이면서 자신을 드러내고 쌓인 감정이 어느 정도 발산되면 어느 날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이 발견됩니다.”


강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 장선영 놀이치료사는 “아이와 함께 아무런 조건 없이 놀다 보면 아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온다”며 “심리치료실에서 아무 비난 없이 수용되는 경험을 한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낄 때 자신도 행복해진다”고 놀이치료의 성공담을 풀어낸다.


가족문제를 예방,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강남구 건강가정지원센터(02-3414-9977)는 예술치료 중에서도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담당자 김세희씨는 “올해 상반기에만 치료에 참여한 인원이 1천명이 넘을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대기자들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미술치료와 놀이치료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전한다.


이곳 놀이치료실은 만 5세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미술치료실은 초등학교 4학년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1회기당 비용은 3만원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상반기에 ‘꿈꾸는 행복한 엄마’ 라는 주제로 장애자녀를 둔 엄마를 대상으로 미술치료를 실시했는데 참여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래서 하반기에는 장애 형제자매를 둔 아이들을 위한 자기표현 증진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방배동에 위치한 서초여성회관 상담심리치료센터(02-522-0291)에서도 예술치료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놀이치료, 미술치료, 모래놀이치료, 음악치료, 독서치료 등 다양한 예술프로그램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서초여성회관 상담심리치료센터 이정상 부장은 “예술치료에 참가하는 아이들의 경우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문제가 가족 구성원으로 확대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곳에서는 개인에서 가족 전체가 예술치료와 상담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한다.


이곳에는 전문상담실까지 운영 중인데 치료사와 전문상담사까지 포함 총 25명으로 심리검사에서 영유아발달검사, 언어발달검사 등 전문적인 인력들이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 상담사와 각 분야의 예술치료사들과의 협동치료도 가능하고 오랜 노하우 탓인지 입소문을 통해 많이 알려진 곳이다. 예술치료의 경우 1회당 아동의 경우 40분 수업에 부모 상담 10분 총 50분이 소요되며 1회기당  3만원이다.


개포동에 위치한 강남종합사회복지관 심전예술치료센터(02-451-0051)에서도 미술, 놀이, 음악 등의 예술치료를 진행 중이다. 전문치료사가 9명이 있으며 특히 예술치료를 이용할 수있는 저소득층을 위한 바우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반인에서 장애아 등 다양한 수요층을 흡수하고 있다. 1회기당 28,000원이다.


 


예방주사 맞듯 마음의 내공쌓는 작업


외국에서 오래 살다 와서 그런지 이곳 생활에 적응이 잘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노래를 좋아해서 부담 없이 음악치료를 시작했다. 아이는 놀러가듯 치료실에 와서는 큰 북이며 드럼을 부서져라 두들겼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이가 없었다. 좋아하는 노래에 ‘나는 외롭지 않아’라고 개사해서 불러봤다. 리듬악기를 흔들고 있는데 치료사 선생님이 피아노 반주를 해주어 즉흥연주가 완성됐다. 어느 날 아이가 멀리 이사를 가게 됐다. 부모는 걱정이 앞섰다. 마지막 치료 수업을 하고 작별인사를 하는 데 아이가 치료사에게 말했다.


“저 이제 괜찮아요, 이곳에서 예방주사 많이 맞았잖아요.”


여성회관의 박현경 음악치료사가 들려준 음악치료 이야기의 한토막이다. 예술치료란 예방주사를 맞은 것처럼 내적인 면역력을 키워서 스스로 자신 있게 세상 밖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아닐까.


도움말 : 대전대학교 예술치료학과 정광조교수


참고도서 : 「예술치료」시그마프레스


사진제공 : 강남구건강가정지원센터, 서초여성회관 상담심리치료센터


김지영 리포터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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