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시냇물이 흐르고 새가 지저귀는 달콤한 휴식처

지역내일 2010-09-08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잠깐 해가 나왔다. 일기예보에서는 햇살도 잠깐, 오후부터 다시 비가 온단다. 서둘러 등산 가방을 챙겼다. A씨는 주말이면 높고 가파른 산을 찾아 나서기보다는 부담 없이 한나절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는 동네 산에 오른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잠깐이면 다녀올 수 있기에 가뿐하게 집을 나선다. 


우면산은 바로 이런 산이다. 언제든지 시간만 허락하면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듯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 높이가 채 300미터가 되지 않는 해발 293m, 족히 한 시간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유치원생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굴곡이 없고 등산로가 잘 만들어져서 서초, 강남 주민 뿐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는 명산이다. 전문가들은 산행코스가 짧고 힘든 코스가 거의 없어 주말 및 새벽 산행으로 누구나 오르기 편한 아주 훌륭한 산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관악산 줄기였던 우면산은 남태령 고갯길 확장으로 관악산과 완전히 분리되어 도시 속에 고립된 형세를 띠고 있지만 산 속의 여러 계곡에서는 맑은 옹달샘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으며, 울창한 삼림으로 다양한 동·식물군이 서식하고 있다.


 


소가 잠을 자듯 편안한 산


산의 모양이 마치 소가 누워 잠자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의 우면산(牛眠山). 그래서 그런지 산은 완만하고 잠자는 소처럼 편안하다. 옛날에는 갓바위가 있는 산이라 하여 관암산, 산이 도마와 같다고 하여 도마산, 활을 쏘던 사정이 있던 곳이라 하여 사정산, 수정이 채굴되었다 하여 수정봉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초행길이라면 경부고속도로 서초 IC 못 미친 곳에 자리한 서초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 한 사발 마시고 산행을 시작해도 좋다. 달콤하고 시원한 약수 맛이 너무나도 무더웠던 여름의 갈증을 한순간에 무너뜨린다. 작은 물병에 물을 담아 가는 것도 필수사항이다. 약수터 옆에는 산행 전 몸 풀기에 적당한 운동기구가 있으니 잠깐 숨을 고르고 워밍업을 하는 것도 좋겠다.


빌딩 숲과 수많은 차량행렬을 뒤로 하고 완만한 경사를 따라 산길에 오르니 오롯이 숲 속이다. 풀벌레 소리, 산새소리가 등산객의 마음을 빼앗는다. 초록으로 우거진 수풀은 여전히 신록을 자랑하고 있다. 피톤치드의 상큼한 향기가 폐 속 깊이 와 닿아 가슴 속까지 후련해진다. 나무 계단을 올라가다 만난 국수나무, 찔레꽃도 인사를 한다. 매혹적인 붉은 입술처럼 탐스럽게 피어난 야생 버섯에도 눈길이 머문다. 459m 지점에서 만난 아카시아쉼터는 가쁜 숨을 고르기에 안성맞춤이다. 오솔길이 나오면 동행한 사람과 정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계단을 오를 때면 인생의 계단을 헤아리며 종종걸음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눈빛도 산처럼 깊어진다. 팥배쉼터를 지나고 예술바위에 서서 사진도 한 장 찍고, 다시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몇 분이나 걸었을까 ‘아! 숨이 차다’란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드니 어느 새 정상이다. 


돌을 쌓아올린 소망탑을 돌며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우면산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전망대. 그곳에 서서 도심을 보면 강남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곳에서 내가 사는 동네를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지척에 예술의 전당에서부터 멀리 한강과 남산타워까지 보인다. 한치 앞만 보며 달려온 현대인들에게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산행정보


우면산은 서초구 서초동, 방배동, 양재동, 우면동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등산로 입구는 서초약수터, 예술의 전당 옆 대성사, 임광아파트 건너편 유정사 입구, 교원연수원 옆의 범바위 입구,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등 20여 곳의 등산로가 있다. 사방에서 오르지만 산의 8부 능선에 이르면 등산로 대부분이 만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전철역에서 가까운 서초약수터나 남태령 코스가 접근하기 수월하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주차장이 있는 대성사 코스를 추천한다.


 


등산코스와 시간


아이들과 산행하기 좋은 코스


서초약수터-아카시아쉼터- 팥배쉼터-태극쉼터-소망탑에 이르는 이 코스는 경사가 완만해서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오르기에 딱 좋은 코스다. 소요시간은 한 시간 정도이다.


 


연인끼리 추억 만들기 좋은 코스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회 하나 보고 대성사를 거쳐 태극쉼터, 소망탑에 이르는 이 코스는 짧아서 매력적인 코스다. 대성사에서 소망탑까지 약 25분 거리. 짧지만 삼림욕도 할 수 있고, 계곡의 시원한 물줄기에 손을 담글 수도 있다. 대성사 돌담을 거닐며 추억을 만들 수도 있고, 작은 연못 갈대 앞에서 사진 한 장 찍으며 데이트를 즐겨도 좋다.


 


등산 기분 내기 좋은 코스


범바위입구-범바위약수터-유점사약수터-덕우암약수터-깔딱고개-소망탑-태극쉼터-팥배쉼터-서초약수터. 이 코스는 우면산의 장거리코스라 할 수 있다. 경사가 급한 219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깔딱고개가 주 포인트다.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주변 먹거리


우면산은 예술의 전당을 끼고 있어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예술의 전당 인근에서 먹거리를 찾는 게 좋겠다. 예술의 전당 지나서 서초 IC 못 미쳐 서초약수터 맞은 편 도로변에 자리한 우면산버드나무집(02-597-5900)은 33년 전통의 한우전문점으로 미식가들의 명소로 소문난 곳이다. 그 옆의 장인우족곰탕(02-588-7300)은 진한 사골육수가 일품이라고 한다.    
            
김지영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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