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요리 명인 이향방씨

역대 대통령들도 그녀의 손맛에 반했다

지역내일 2010-09-14

 



어렵게만 느껴지는 중국요리가 그녀의 손을 거치면 아주 쉽고 간단하고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마술 같은 요리가 된다. 대한민국의 주부는 물론 식당 주방장, 호텔요리사, 대통령 며느리, 연예인 등 그녀를 통해 중국요리를 배운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한때 드라마 <대장금>에서 중국 요리를 담당, 해외에서까지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40여 년을 요리연구가로 안방극장의 요리선생으로 수많은 요리책 발간에 사업가로 성공한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중국요리 명인 중의 명인으로 손꼽히는 이향방씨(65세). 그녀를 만나 요즘의 일상과 요리인생 열전을 들어봤다.


 


그녀가 청담동에서 운영하는 중국레스토랑 ‘몽’은 연두색과 보라색을 조화시켜 세련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곳에 배경처럼 앉아있는 그녀가 너무나 반갑게 인사를 한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로는 보이지 않을 만큼 고운 피부와 활기찬 표정, 밝은 목소리에서 왕년의 요리프로그램을 종횡무진 하던 전성기의 그녀가 떠오른다.


“(식당을) 오픈하고부터 강남 주부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뭔가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마침 기회가 돼서 9월부터 강남구청 문화센터에서 중국요리 무료강좌를 시작하게 됐어요.”


많은 수강생이 몰려 대기자가 수십 명이라는 얘기에 아직도 자신의 강의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신이 나고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는 그녀. 시간당 1백만 원 하는 요리강좌를 그것도 무료로 들을 수 있으니 주부들에게 이보다 고마운 일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도리어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그녀의 겸손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얼마 전 매스컴에 ‘대통령의 맛집’을 소개하며 그녀가 30여년 운영했던 ‘향원’이란 중화요리전문점의 단골손님이 전두환 전 대통령에서부터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고인이 된 김대중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총 4명의 역대 대통령은 물론 정계, 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그녀의 손맛에 반했다.


“맛의 비결은… 글쎄요, 정성이죠.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많은 요리를 직접 먹어보는 게 아닐까요.”


그녀는 중국 상해 요리학교 명예교장이 되면서 중국을 자주 다녔는데 한번 가면 250여 가지의 요리를 먹고 왔다고 한다. 먹어본 것만 수천 가지 요리가 넘는다. 언제부턴가는 맛만 보면 그 요리를 그대로 재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한 가지 요리를 먹으면 응용하고 창작해서 수십여 가지의 레시피가 컴퓨터에 저장되었다 나오는 것처럼 순식간에 재현돼 나왔다. 그녀는 분명 요리의 달인이다.


 


그녀의 우상은 대만의 요리명인 후 페이 메이


그녀는 영등포에서 태어난 화교다. 특히 외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외할머니가 6.25때 식당을 했어요. 제가 놀고 있으면 ‘향방아! 이리 와서 같이 하자’하고는 일이 끝나면 동전을 주시곤 하셨어요. 그 재미에 이것저것 거들면서 밀가루 반죽 미는 것, 만두 속 넣는 법,  빵, 만두, 전병, 가정식요리까지 초등학교 때 이미 면 요리 전부를 배웠어요.”


중학교 때는 이모부가 명동에서 중국집을 했다. 이모부 가게에서 탕수육, 해삼탕 등 이름도 모르는 중국 음식을 곧잘 먹을 기회가 생겼다.


“탕수육을 먹었는데 그 맛이 너무너무 신기한 거예요. 그래서 주방으로 들어가선 옆 눈으로 기웃거리며 배우고 집에 와서 해먹었죠.”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 데리고 와서 연탄불에 탕수육과 자장면을 만들어 먹였다. 그러다보니  고등학교 때 이미 중국요리집 대부분의 요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그녀가 그야말로 요리로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것은 결혼 이후였다. 새마을본부 주최로 열리는 중국요리 특강에 대만의 인간문화재이자 요리명인 후 페이 메이(博培梅)가 초청을 받아 TV에 출연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그녀가 통역을 맡게 된 것이다.


“TV 출연 전에 요리에 사용할 재료를 사기 위해 선생님이랑 장보러 다녔어요. 그런데 선생님이랑 그렇게 죽이 잘 맞는 거예요. 선생님이 ‘어’하면 ‘아’하고… 그러면서 선생님이랑 친해졌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녀는 후 페이 메이의 제자가 된다. 그리고 수양딸과 수양어머니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20여년 한국과 중국, 대만을 넘나들며 스승에게 요리를 전수받은 후 그녀는 그야말로 대만과 한국 양국에서 중화요리의 일인자가 됐다. 지난 2004년에 그녀의 스승 후 페이 메이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칠십 평생 내 제자는 이향방 하나뿐이다”라는 말을 남겨 전 세계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스승은 대만에서 하나의 요리 프로그램을 42년 동안 진행해서 기네스북에 올랐으며 5개 국어를 구사하며 전 세계에 팬을 가진 세계의 요리 명인이셨다”고 스승에 대한 자부심과 그리움을 표시한다.


 


 ‘삼선 누룽지탕’으로 리틀 차이나를 평정하다


이향방하면 떠오르는 중국 요리는 뭘까. 그녀를 이 자리에 있게 한 스승이 후 페이 메이라면 오늘날 그녀를 있게 만든 요리가 바로 ‘삼선 누룽지탕’이다. 바삭하게 튀긴 누룽지에 해물 수프를 부으면 ‘좌~’하는 소리가 나면서 김이 올라온다. 거기에 담백한 맛까지, 정말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리다. 그녀는 일명 누룽지탕으로 연희동의 리틀 차이나타운을 평정했다.


“남편 사업이 어려워 30대 초반에 처음으로 15평짜리 식당을 오픈했는데 3년 뒤에 30평, 또 3년 뒤에 60평, 그렇게 150평까지 확장한 거예요. 그게 다 누룽지 덕분이죠.”


한국 누룽지탕의 원조가 바로 이향방씨다. 그녀가 처음 누룽지탕을 접한 것은 대만에서였다고 한다. 재료도 특이했지만 요리에서 소리 나는 게 충격이었다. 돌아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소스를 개발했고 우연히 식당을 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녀의 활동은 음식점에서 출발해 대학 강사로, 중국요리학원 강사로 TV 출연, 베스트셀러요리책 저자로 그 영역이 점점 넓어졌다. 특히 그녀가 유명세를 타면서 대통령 며느리부터 전문 요리사, 유명인사의 자제, 가정주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고급 중국요리비법을 익히기 위해 그녀를 찾았다. 그 중에는 유명 배우 고현정도 있었다. “요리를 참 잘했는데 뜻밖에도 언론에 노출되면서 아쉽게 한 달 정도 배우는 데 그쳤다”고 귀띔한다.


중식 가정 요리의 일인자로 손꼽히는 그녀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게 젊은 날을 보냈다. 소스 개발에서, 집에서 즐기는 중식 간식, 메뉴 컨설팅, 수많은 강의까지 그녀의 일정은 잘 나가는 연예인 못지않게 빡빡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자신을 돌볼 겨를은 없었다고 회고한다.


“앉아서 밥을 먹어 본 적이 없어요. 늘 서서 먹었지.”


 


마지막으로 유서를 쓰다


2년 전 그녀는 대수술을 받았다. 우연히 숨이 차서 동네 병원을 찾았는데 위내시경 검사에 서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위와 척추 가운데 종양이 숨어 있어서 매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도 X-레이를 찍어도 그게 안 보였던 거예요. 그렇게 20년 동안이나 그걸 달구 살았어요.”


종합병원 수술 담당의사는 종양 크기가 너무 크고 위험한 곳에 있어서 수술 중에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갑자기 수술을 하다가 자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가 없었다. 우울증이 왔다.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만 가지 일들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버릴 건 버리고 마지막으로 유서를 썼다.


하늘의 뜻이었을까. 수술은 성공했고 당연히 목숨을 건졌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요. 이제 덤으로 사는 인생이잖아요. 옛날보다 더 베풀면서 살려고 노력해요. 남은 생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루어야지요.”


 그녀는 사람들의 건강을 챙기라는 게 남은 생애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요즘 산삼을 재료로 80여 가지 요리를 만드는 등 건강식 요리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죽기 전에 10권의 책에 자신의 요리 비법을 다 전수하고 가는 게 꿈이라며 한 해에 두 권의 책을 쓰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한다. 요즘도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만들고 대화를 나누며 요리 강의를 꾸준히 하고 있는 이향방씨. 요리 강사는 퇴직할 걱정도 없고 건강만 허락한다면 언제까지나 할 수 있다며 행복하게 웃는 그녀는 만년 요리 선생이었다. 


김지영 happykyk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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