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변화가 공존하는 명절 풍속도

전통 고수 vs. 시대 흐름에 맞는 변화

지역내일 2010-09-14


아무리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팍팍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래도 추석 명절을 앞둔 이맘때쯤이면 으레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특히 40~50대 중년들 기억 속의 명절은 하루전날부터 집집마다 전을 부치느라 온 동네에 구수한 전 냄새가 진동을 했고, 멀리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던 정겨운 날이었다.
하지만 시대 흐름에 따라 명절 풍속도 어쩔 수 없이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명절 신(新)풍속도 속을 들여다보았다.


조상 모시기보다 아이 교육이 우선?
요즈음 명절 풍속의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아이들 교육이다. 온 나라가 교육문제로 떠들썩하다보니 아이가 중학생만 되면 학원 스케줄에 따라 귀성 출발 시간도 정해진다. 심지어 학교시험 준비기간과 명절이 겹칠 때면, 부모님이 계신 고향이 먼 경우 귀성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두고 명절 당일에 부부만 다녀오는 가정을 이제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올해에는 추석연휴 직후부터 대부분의 중, 고등학교의 중간고사가 시작돼 아이는 학원 추석 특강반에 등록을 하고 부부만 당일 새벽에 다녀오겠다는 가정이 많다. 물론 이럴 경우 시댁 식구들에게 “공부를 하면 얼마나 한다고 유난을 떠느냐”라는 눈총을 받을까봐 특히 공부를 썩 잘하지 못하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고3이나 재수생이 있는 경우에는 무조건 소위 말하는 ‘면피’ 특권이 주어진다. 맏며느리로서 명절 전에 시댁에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면서 시어머니와 함께 송편도 빚고 차례상에 올릴 음식도 장만해야 했던 주부 박 모(45, 반포동)씨. 고3인 큰아이 때문에 올해는 송편을 직접 만들지 말자는 시어머니의 연락을 받았다. “아이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없었는데 다행히 어른들이 이해를 해주셔서 동네 떡집에서 처음으로 송편을 주문할 예정이다. 집집마다 돌아가며 수험생이 있다 보니 아이들 공부 때문에 친정 형제들도 명절에 같이 모이기가 쉽지 않다.”


어른들의 인식 변화가 명절 풍속을 바꾼다
요즈음에는 각종 매스컴과 주변 사람들의 영향으로 명절을 보내는 것에 대한 시부모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런 인식의 변화가 명절 풍속을 변화시키게 된다.
명절을 앞두고 직업을 가진 며느리와 전업주부인 며느리 사이의 신경전을 없애기 위해 시어머니가 먼저 음식을 분담해서 가져오도록 시키기도 한다. 주부 정 모(47, 청담동)씨 가족이 바로 그런 경우다. 비록 맏며느리이지만 세 명의 동서와 함께 고기, 과일, 나물, 전 등 품목을 나눠 매년 돌아가면서 차례준비를 해 편하고 서로 사이도 좋아졌다고 한다.
다들 시댁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기 때문에 명절 전날 오후에 모여서 밤늦게까지 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가 다음날 일찍 다시 모인다. 그러다보니 며느리들 입장에서는 명절이 부담스럽지도 않을뿐더러 서로 불평할 일 또한 없는 것이다.
명절이면 무조건 식구들이 모여야 한다는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경우 추석연휴 때에는 가족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허락해 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방에서 큰 아들네와 함께 살고 있는 시부모들 중에는 나머지 자식들에게 설에만 모이고 추석에는 오지 말라고 당부하는 경우도 있다. 큰며느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배려에서다. 
그밖에도 “정성껏 차리기만 하면 되지, 누가 만드는지가 뭐 그렇게 중요하냐”면서 시부모가 직접 인터넷으로 차례음식을 주문해주기까지 한다니 신(新)풍속도 그 자체다.


전통적인 명절 쇠기에 대안 가미하기도
시어머니가 명절을 전통적으로 쇠는 것을 중요시하는 경우에는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있다고 해도 며느리들은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맏며느리인 주부 이 모(46, 대치동)씨는 큰 아이가 고3일 때도 예외 없이 시댁으로 가서 명절 준비를 도맡았다. 올해에는 고등학생인 작은 아이만 혼자 두고 다녀올 예정인데, 이제는 두 아들에게 엄마가 며느리 역할을 열심히 잘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마저 든다.
결혼 후 20여년 이상 명절 때마다 해왔던 일이라 이제 일 자체가 힘들거나 지겹지는 않다. 게다가 예전에 비해 준비하는 음식 수도 줄었고 찾아오는 손님도 많지 않아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
명절 때마다 차례상 준비하랴 대가족이 먹을 음식 준비하랴 진땀을 빼는 맏며느리들은 갈수록 대안을 내놓기도 한다. 차례음식 중 장만하는데 손이 많이 가거나 가족들이 즐겨 먹지 않는 것은 해마다 줄이고, 명절날 저녁때에는 자신도 친정에 가기 위해 시누이들은 무조건 점심때 오도록 방침을 정하기도 한다.
‘명절증후군’까지 겪으면서도 며느리 역할을 다하고 있는 주부들에게 명절 신풍속도는 먼 얘기다. 하지만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는 생각에, 그리고 아이들에게 명절 때만이라도 가족이라는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힘을 내게 된다.
장은진 리포터 jkumeu@yahoo.co.kr




미니 인터뷰 - 가정문화원 김영숙 원장




명절을 즐거운 가족 행사로

: 추석, 설 명절과 가족 제사를 모두 모아 연 1회 지내는 추도식까지 매년 세 번의 가족 모임이 있다. 남편 형제가 모두 넷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한 집씩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요즈음에는 음식을 각자 분담해서 가져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지만 어차피 모두 모이게 되는 집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 공평하게 집까지 돌아가면서 정하고 있다.
30여 년 간 계속되다보니 이제는 삼대가 모이는 가족행사로 자리를 잡았을 정도다. 어른들이 장을 봐주면 사촌 동서들끼리 모여 일사불란하게 음식준비를 해낸다. 집들이가 있을 때에는 순서를 바꿔 먼저 하기도 해 전혀 신경전이 없다.
가족관계가 돈독하면 서로 큰일을 당했을 때 도움이 될 수 있는데 명절 때라도 모이지 않으면 점점 더 가족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평소 며느리에게 인심을 베풀자
요즈음 며느리들 중에는 이기적이고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부모가 할 탓이다. 효자는 부모가 만든다는 말처럼 고부관계도 마찬가지다. 다소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잘한다고 공치사라도 해주고 평소 며느리에게 인심을 베푸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설날 며느리에게 세뱃돈을 넉넉하게 주고 생일 때도 용돈을 주고 있다. 그러니 부모 생신도 자식들이 기꺼이 챙기게 되는 것이다. 어른답게 먼저 베푸는 마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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