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색 음악회

‘THC’ 하우스 콘서트

지역내일 2010-11-30 (수정 2010-11-30 오후 2:25:06)


숨소리까지 생생하게, 감동은 두 배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이 귀를 적신다. 지난 16일 오전 10시 30분. 판교 봇들마을의 한 아파트에는 10여 명의 주민이 함께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셋째 주 화요일마다 진행해 8회째 맞는 ‘THC’(Tuesday House Concert) 연주를 듣기 위해서다. 어린 자녀와 함께 한 엄마, 호기심으로 참석한 주부, 학창시절 음악동아리의 아련한 추억을 느끼고 싶은 직장인까지 참석이유도 다양하다.
“오늘 소개할 작곡가는 슈만이에요. 낭만시대의 대표 작곡가로 피아니스트 클라라와의 사랑으로도 유명하지요. 슈만이 그녀를 위해 만들었다는 연가곡을 통해 감성을 중시한 낭만시대 음악을 느껴보세요.”
해설이 있는 음악회 형식의 THC는 피아노를 전공한 이수경(39·삼평동)씨가 만들었다. 첫 구상은, 클래식을 좋아했던 한 통장님의 제안에 따라 우연히 참여했던 콘서트에서였다. “해설을 쓴 원고가 A4용지로 16장이나 됐어요. 그걸 다 외우고 외운 것을 녹음해서 듣고 또 다시 고쳐가며 열심히 준비했죠. 둘째를 임신했을 때라 몸은 힘들었지만 과정은 무척 즐거웠어요.”
공원에서 공연이었는데도 1000여 명이나 모이며 대성공을 이뤘다. 연주회를 마치고 나면 마음이 종종 공허하곤 했는데 이번엔 달랐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누는 게 궁극적으로 보람 있는 연주자의 길’이라는 확신이 섰다. 

다양한 음악을 즐기고 문화적 소양도 풍부해져
하우스 콘서트는 언뜻 유럽의 ‘살롱문화’를 연상시킨다. 티타임으로 시작해 좋아하는 음악을 향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따뜻한 공간. 유학시절 동경하던 꿈에 자신의 재능을 맞추고 집까지 개방했다. 아파트 이웃으로 만나 이날 공연에서 아름다운 아리아를 들려준 류영진(42· 야탑동)씨는 “아무 대가없이 쉽지 않은 길을 이어가는 게 대단하다”며 “저도 음악이 좋아 성악과에 편입했기 때문에 흔쾌히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THC에서 연주하는 멤버는 총 6명으로 공연마다 두세 명씩 돌아가며 무대에 선다. 그 속엔 독일인 색소폰 주자와 러시아에서 온 바이올리니스트도 포함돼 있다. 지인들 소개로 알게 됐는데 취지에 공감하며 흔쾌히 동참해줬다고. 또 주부합창단에서 봉사하는 성악가와 후배 피아니스트까지 합류해 보다 다양한 연주가 가능하다. 콘서트는 한 시간가량 진행되는데 전반부엔 작곡가별 연주, 후반부는 자유곡으로 이뤄진다. 바흐부터 시작해 시대에 따라 테마작곡가를 정하고 해설을 곁들여주니 서양 음악사를 훑는 좋은 기회도 될 것 같다. 

눈앞에 전해지는 생생한 감동
이날 공연에선 서울대 기악과에 재학 중인 임사라(22·이매동)씨가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자유곡으로 연주했다. 거리가 가까우니 연주자의 숨소리와 현의 울림까지 생생하다. 연주가 절정에 이르자 최연소 관객인 해림(5·야탑동)이는 연주하는 동작을 크게 흉내 내어 보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공연이 끝나자 박수와 함께 “성찬을 맛본 느낌” “실크의 청아함을 닮은 소리”란 찬사가 쏟아진다. 감흥이 가시기 전에 한결 친밀해 진 분위기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하우스 콘서트가 가진 매력적인 요소다. 공연 전의 티타임을 비롯해 간단한 식사도 제공하므로 1만원씩의 회비를 걷고 남는 돈은 자선공연의 기금으로 적립한다. 10년째 지인들과 노래봉사를 하고 있다는 소양춘(57·정자동)씨는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도 서고 싶고 이와 유사한 모임을 만들고픈 꿈도 있다”고 했다. 기타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현덕(47·이매동)씨는 “눈앞에서 수준 높은 연주를 들을 수 있어 행복하다. 다음에는 성악에 관심 있는 딸과 함께 참여 하겠다”며 환히 웃었다.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오는 12월 11일 오후 5시, 분당구 이매동에 위치한 ‘데이비드 아트홀’에 가면 쇼팽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조금 큰 규모로 마련한 THC 연주를 들을 수 있다.
문의 031-702-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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