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계절, 당신의 결혼식을 기억하나요?

안산 주부들에게 듣는 결혼식 추억& 결혼식에 대한 생각

지역내일 2010-11-17 (수정 2010-11-17 오전 10:24:40)

요즘은 결혼식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화려한 결혼, 재미있는 이벤트 같은 결혼도 있지만 신랑신부가 주인공이 되는 결혼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 결혼식 이면에는 결혼식을 앞두고 예식비용이며 혼수문제로 다투는 예비부부들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그런 일들은 다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화려한 결혼식에 비싼 예단과 혼수를 준비했다고 해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게 아니다. ''결혼식''(혹은 결혼비용)과 ''결혼생활''은 전혀 상관없다. 결혼 시즌을 맞아 결혼한 지 10년 20년이 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주부들을 만나 결혼식 추억과 결혼식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남영숙 씨(결혼 12년차)
나는 시골 농협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손님에게 잔치국수 한그릇 대접하는 소박한 결혼식이었다. 그날 압권은 신부화장. 눈이 나쁜데다 렌즈도 끼지 않았던 나는 ‘키메라’'' 분장을 하고 있는 것도 몰랐는데 친구들이 깜짝 놀라 화장실로 데려가 화장을 지워줬다. 때 묻은 웨딩드레스에 구슬이 떨어져나간 웨딩모자를 쓴 나를 보고 서울서 내려온 친구들은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요즘 친구들은 이런 말을 한다. “네가 잘 살고 있으니까 하는 말인데 만약 불행한 결혼생활을 한다면 초라한 결혼식이 그 조짐이었다고 했을 거야.” 나는 결혼 20주기에는 깨끗한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시한번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다. 하지만 결혼식은 아무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결혼 후. 내 두 아들이 결혼을 할때는 같은 여성으로서 나와 공감하는 며느리를 얻고 싶다.

정미옥 씨.(결혼 25년차)
3월 추운 날에 결혼을 했다. 감기가 심하게 걸려 주례사가 더 길게 느껴졌다. 폐백 할 때 눈물 콧물이 주르르 흘러 남들은 엄청 슬퍼서 우는 줄 알았단다. 예식을 마치고 신랑 친구들이 날계란 먹어야 정력에 좋다며 신랑 입에다 상한 계란을 넣어서 신랑이 뱉아내다가 양복을 버려 세탁소에 가서 닦아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결혼 비디오가 나왔던 초기여서 비싼 돈 들여 비디오촬영 했다고 엄마한테 “니가 부잣집 딸이냐”는 야단도 맞았다. 최근 한 결혼식장에 가보니 결혼식의 무게감이 확 줄어든 느낌이었다. 예식은 15분 만에 끝났고,1인당 4만5천원짜리 식사였는데 그날 식대가 1600만원이 넘었단다. 같이간 사람들끼리 정말 허례허식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내 아이들 결혼식은 실속 있고 결혼의 의미를 느끼게 하는 행사가 되게 하고 싶다.

박은숙 씨(결혼 14년차)
요즘은 결혼식을 결혼당사자들이 주관해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호화로운 결혼식이 아니라 실리적이면서 특징 있는 결혼식이 보기 좋다. 내 결혼식은 유난히 어색한 화장에다 10분 만에 정신없이 끝났다. 그래서 그 전날 찍은 야외촬영이 더 기억에 남는다. 하루 종일 신랑과 친구들이 함께 해서 행복했다. 결혼식은 둘이 출발하는 첫날인데 의례적인 예식만이 아니라 신랑과 신부를 위한 시간이 있으면 훨씬 의미가 있지 않을까. 남이 불러주는 축가가 아니라 신랑이 신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신부도 사랑을 표현하고.... 결혼 후 어느 날 라디오에서 결혼식 때 신랑이 불렀던 노래가 흘러나올 때 결혼식을 추억하며 결혼의 의미를 다시 되새기게 될 것이다.

김혜숙 씨.(결혼 27년차)
눈내리는 1월에 결혼을 했다. 결혼 전 1년간 동거를 하다 결혼식을 올리게 됐는데 목사님은 우리가 동거했다는 것 때문에 주례를 거절해서 장로님이 대신 주례를 섰다. 외항선을 타시던 친정아버지가 결혼식에 참석 못했고 서울에서 생활하다 부산에서 결혼식을 올리니 친구들도 많이 못왔다. 지금 생각해도 아쉽고 서운했던 결혼식이다. 이제 내 아들이 커서 20대가 됐다. 내 아들이 결혼할 때는 호화로운 결혼식이나 예단 대신 그 비용을 새출발 자금으로 주고 싶다. 그 돈으로 자신들의 새로운 삶을 일궈나가길 바란다.

홍연순 씨 (결혼 27년차)
내 결혼식은 도시 예식장에서 아주 평범하게 치렀다. 일생에서 중요한 통과의례인 결혼식인데 좀 더 경건하고 의미있는 결혼식을 게 치른다면 좋을 것이다. 요즘은 결혼식에 가서 식장 안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식당에서 밥만 먹고 오는 사람들도 많다. 부조봉투만 내고 1인당 2~3만원짜리 뷔페 식권을 받아 밥을 먹다보면 결혼식이란 게 정말 낭비가 심한 허례의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집 아들이 어떤 색시를 만나는지, 그 집 딸이 어떤 남자를 만났는지 궁금하고 보고싶어하는 사람들이 와서 마음껏 축하해주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 나는 내 아들이 결혼할 때 청첩장을 많이 안 돌릴 생각이다.

김수현 (결혼 19년차)
결혼식을 급하게 치르게 돼 예식장이 없어서 평일날 결혼식을 올렸다. 평일이라 친구들이 많이 안 와서 서운했다. 좀 더 예쁜 신부가 되고 싶어 예식장 패키지 대신 돈을 더 주고 다른 곳에서 신부화장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화장이 마음에 안 들어서 불편했다.  결혼식을 좀 더 여유롭게 했더라면...아쉬움이 남았다. 작년에 어떤 결혼식에 가니 식장 밖에 사진전시를 해 놓고 스크린으로 결혼식장면도 볼 수 있었다. 보여주는 게 많은 결혼식이었지만 보여주려고만 한 것같아 마음에 안들었다. 결혼식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실속있는 결혼을 하기를. 결혼식에 목숨 거는 사람도 봤는데 형편에 맞지 않는 결혼을 하고 나면 나중에 분명 후회하게 된다. 

박순태 리포터 atasi22@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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