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행복한교육연구소 김지영 소장

유품 정리인이 만난 삶

지역내일 2010-11-22

‘천국으로의 이사를 도와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유품정리를 해주는 일이 일본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사를 갈 때 온 가족들이 다 모여 짐을 정리하고 꾸리고 했지만 요즘에는 이사를 대행해주는 이삿짐센터가 그 일을 대신해주고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는 고독사(孤獨死)나 자살, 살인 등 여러 종류의 죽음 후에 남는 것들을 가족이나 관련된 사람들이 정리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가 뒷정리를 해주는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에 소개된 책 중에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에는 외로운 삶을 살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나와 있다. 요시다 타이치라는 사람이 유품정리업을 하면서 겪은 일화들을 소개한 책인데 끔찍하고 상상하기조차 싫은 내용들이지만 우리가 모른 척하고 넘어갈 일은 아닌 듯하다.
유품정리 의뢰를 받아 현장에 가보면 사람들과의 소통을 끊고 혼자 고독감에 쌓여 자신을 놓아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가족과의 소식을 끊은 지 오래된 사람, 배우자와 자식이 없어 혼자 생활하는 독거노인, 인생의 희로애락을 혼자 고민하는 젊은이 등 대부분이 홀로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삶에 대한 희망도, 목표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다. 자존감도 거의 바닥에 떨어진 상태로 삶을 쉽게 포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세상에 태어나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사랑이라는 끈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한평생 성실하게 살기를 바란다. 그러다 때가 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안타까운 생의 마무리도 있다. 죽음준비가 안된 사람들은 생을 부정적으로 마무리하지만 미리 죽음준비교육을 한 이들은 삶의 현재 시점에서부터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부터 다르다.


지난 10월 초 학부생들에게 과제로 유서쓰기를 내주었다. 몇몇 학생들은 이제 스물을 갓 넘었는데 어떻게 유서를 쓰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과제이기에 다들 제 시간에 제출을 하였다.
신기한 것은 미리 의논한 것도 아니었을 텐데 대부분 비슷한 것을 얘기하고 있었다. 늘 자기 주변에 있어 고마움을 몰랐던 부모형제들에게 가슴 아프게 했던 일을 먼저 반성을 했고,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해보지 못한 일들에 미련이 많이 남았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결혼 연령이 아닌 대학생들이 쓰는 유서이기에 가족을 만들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여 자기 닮은 자식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하고 여기서 시간이 멈춰진다니 억울하다는 얘기를 했다. 짧다고 하면 짧은 인생이지만 20여년의 시간을 회고하면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순간순간들이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정화시켜주는 역할도 하였다고 기록했다.
비록 과제로 하는 유서쓰기였지만 학생들의 결과는 공통점이 많았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늘 어릴 때부터 자살의 유혹을 안고 살아가는 학생이 있었는데 그는 실제로 자신이 자살한다고 생각하고 유서를 썼다고 했다. 4장이라는 장문을 써내려가면서  자신의 소멸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젊은 청춘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하지 못한 일들이 생각이 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10가지 적기도 하였다. 그냥 과제로 그칠 수 있는 유서쓰기가 삶의 소중함과 사람의 귀중함, 자신감까지 심어줄 수 있어서 젊은 청춘에게 꼭 필요한 과제가 아니었나 싶다.


다음은 어떤 학생의 소감문이다. 나보고 만수무강하란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가족들에게 평상시 하지 못한 말들도 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내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깨닫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죽기 전 하고 싶은 10가지를 작성하면서 아, 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 죽기 전 하고 싶은 10가지를 이루기 위해 젊은 청춘을 더 열정적으로 활기차게 살아가야겠다. 앞으로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이 글을 다시 읽어보면 힘이 솟아날 것 같다.
이 과제를 하면서 제일 좋았던 것은 ‘나는 현재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것과 하루하루의 시간들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이다. 교수님! 사랑하구요, 만수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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