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겨울을 여름처럼 뜨겁게 즐겨요 - 실내스포츠 하는 사람들

지역내일 2011-01-17


 올 겨울은 유난히 기습 한파가 잦다는 뉴스도 이들 앞에서는 소용없다. 한 겨울에 반팔 반바지를 입고 땀을 뚝뚝 흘리는 사람들 말이다. 탁구, 농구, 볼링, 스쿼시 같은 실내스포츠 현장에서는 코트에 목도리, 모자로 휘감은 모습이 오히려 어색했다. 빙판길, 추운 바람 걱정 하지 않고 겨울을 한 여름처럼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 실내스포츠의 매력 속으로 풍덩 빠져보자.
남지연 이향지 리포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작은 공의 매력 - 탁구
 탁구를 생각하면 현정화, 유남규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포츠 스타들의 화려했던 게임 자면이 떠오른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은 경기에 완전히 몰두해 있던 선수들의 표정이다. 이겨도 져도 담담하던 그 표정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던 기억. 지금 생각해도 짜릿한 순간들을 날마다 즐기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만나보았다. 일산동에 있는 백순애탁구클럽에 찾아간 날은 2010년이 저물어 가던 31일 저녁이었다. 한가할 줄 알았는데 사람이 꽤 많았다. ‘하루라도 탁구를 치지 않으면 몸이 무거워진다’는 열혈 회원들의 발길이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덕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6살까지 탁구를 쳤다는 백순애 전 국가대표는 탁구의 매력을 “서있는 공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그만 공 하나가 어디로 튈지 모르니 끝없이 두뇌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회전하고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공의 변화가 심하다. 그에 맞는 기술도 무궁무진해 배움에 끝이 없다. 쉽게 질리지 않는 것 또한 탁구의 매력이라고 한다. 통통 튀는 공을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니 우울증에도 좋다는 것이 백 씨의 설명이다.
5년째 탁구를 치고 있다는 탄현동 이만근 회원은 “탁구는 할수록 더 하고 싶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반팔을 입고도 땀을 뚝뚝 흘리는 모습이 중년의 나이를 잊은 듯 활기차 보였다.
일산동 최민아 주부는 “6개월 이상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였는데 탁구는 1년 넘게 하고 있다. 재미있고 언제든 나올 수 있으니 생활이 일정치 않은 주부에게도 좋다”고 말했다. 탁구클럽을 둘러보니 아들과 엄마, 동네 친구들 끼리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을 치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장애인도 휠체어에 앉아 비장애인과 어울려 즐길 수 있는 탁구. 일찍이 중국과 미국 사이가 작은 탁구공 하나로 훈훈해 졌던 것을 떠올려 보면, 탁구는 사람 사이에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신기한 공임에 틀림없다. 이번 주말, 소원해 진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면 함께 탁구장을 찾아보면 어떨까.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경쾌한 스포츠 - 스쿼시
 팡! 팡! 공 부딪히는 소리, 까르르 웃는 소리, 인사를 주고받는 밝은 얼굴들. 스쿼시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스쿼시를 닮아 있었다. 바깥은 얼음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지만 이곳만큼은 계절을 잊은 듯 후끈했다. 일산스쿼시클럽 안정훈 실장은 “실내에서 하는 스포츠라 겨울에 날씨가 추워지면 스쿼시를 찾아 안으로 들어오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스쿼시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코트에서 2명 또는 4명의 선수가 하는 운동이다. 안 실장은 “30분 운동으로 520칼로리가 소모되니 다이어트 효과가 높다”고 자랑했다. 같은 시간 10km를 달릴 때보다 두 배가 더 소모되는 셈이다. 막 게임을 마치고 나온 회원들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20분 동안 뛰고 나온 이들이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다.
주엽동 박대환 회원은 “체질마다 다르겠지만 정말 땀이 많이 나온다”면서 “공을 갖고 노는 운동이라 싫증이 안 나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심폐기능이 좋아져 운동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쿼시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공을 칠 때 들리는 파열음이다. 그러나 속 시원하게 해주는 스쿼시를 즐기려면 안전에 주의해야 한다. 강하고 빠른 운동이기 때문에 준비 운동을 잘 해야 한다. 마무리 운동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려운 운동은 아니다. 라켓 종목을 배운 이라면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일산스쿼시클럽의 한 관계자는 “현재 60대 회원도 있을 만큼 즐겁고 쉬운 운동이니 많이 찾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게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자니, 스쿼시하는 모습이 현대인의 생활상에 대한 은유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처럼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과 사건들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 말이다. 그러나 땀을 흠뻑 쏟아내듯 무언가에 열정을 붓고 나면 비워지고 또 새로움으로 채워지는 법이다. 그 힘으로 사람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일 게다.

“올 한해도 스트~라이크!” - 볼링 
 “떽~떼구르르르, 따다다다닥!” “나이스~ 스트라이크~”공을 힘차게 굴려 10개의 핀을 쓰러뜨리는 볼링. 한파가 찾아와 옷을 겹쳐 입어도 모자란데, 일산볼링사랑(이하 일볼사) 회원들은 이 스트라이크의 매력에 취해 반팔차림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2001년 시작된 일볼사는 현재 3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볼링 동호회다. 매달 둘째, 넷째 금요일 저녁에 모여 정기 게임을 갖고, 수시로 벙개 모임도 연다. 직장 일로 가정 일로 바쁜 일상에 지칠 법 하건만, 볼링공은 꼭 잡아야 직성이 풀린다는 회원들. 볼링의 매력은 ‘스트라이크’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류희석 씨는 “경쾌산 스트라이크 소리를 들으면 평소 쌓인 스트레스도 한방에 날아가죠. 초보들도 두 달 정도 배우면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어서 배우기도 쉽구요.”라고 말한다. 초보들은 별다른 준비가 필요 없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전용 공과 신발은 갖추는 게 보통이다.
 회원들의 직업군도 다양하다. 방송PD, 작가, 간호사, 반도체 엔지니어 등 다양한 직업의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이들이 모여 공 하나로 작은 기쁨을 얻고 있다. 주부 회원들도 있다.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나왔다면 웃음짓는 이승희씨. “주부들이 원래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많죠. 그런데 볼링을 배우면서 생활에 좀 더 활력이 생기고,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되는 것 같아요.” 몸과 마음에 에너지가 넘쳐흐른다. 술 대신 볼링으로 여가 활동을 보내면서 건강 관리을 한다는 김유건 씨는 “계절이 필요 없는 실내 스포츠인데다, 지역 사람들과 친목 도모도 되니 이보다 좋을 순 없겠죠.”라고 전한다.
 팀을 나누어 점수 내기를 하기도 하고, 때때로 볼링 클럽 대항전에도 나가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일볼사의 회원이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은 없다. 카페(cafe.daum.net/ilsanblc)를 통해 회원 신청을 할 수 있다. 올 한해, 모든 일에 스트라이크를 날리고 싶은 이들. 오늘 볼링 공 한번 잡아보는 게 어떨까. 

“코트 속 작은 세상”- 농구 
 모든 스포츠 종목이 그러하겠지만, 농구는 팀플레이가 생명이다. 그만큼 ‘나’보다는 ‘우리’가 함께 하는 운동이다. ‘피닉스’ 농구 동호회의 김수목 회장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여럿이서 함께 하는 운동. 그게 농구의 매력 아닐까요.”라며 농구를 통해 ‘우리’가 먼저 되는 삶을 배운다고 전한다.
 ‘영원한 생명, 불사조’를 뜻하는 ‘피닉스’동호회. 그 이름 탓일까. 이불 속으로만 들어가고 싶은 이 추운 겨울에 코트에서 땀을 흘리며 열기를 발산하는 회원들의 모습이 피닉스라는 단어와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10여 년 전쯤 그저 공을 다루는 재미가 좋아 길거리 농구를 즐겼던 이들이 정식으로 동호회를 만든 게 ‘피닉스’의 시작이다. 시작을 함께한 회원들이 아직도 활동하고 있고, 현재 대부분 회원들도 서로 알게 된지 최소 5년이 넘었을 정도로 끈끈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고 한다. 회원들이 대체적으로 중장년층이어서인지 오히려 팀워크가 더 좋다는 피닉스. 요즘엔 피닉스의 문을 두드리는 대학생이나 젊은 친구들도 부쩍 늘었다.
 “적지 않은 나이의 분들은 젊은 사람들과 함께 뛰며 생동감을 가질 수 있고, 젊은 친구들은 손윗사람과 운동을 통해 지역 인맥을 쌓을 수 있죠.”라고 김수목 회장은 전한다.
 각기 다른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회인이지만 일주일에 두 번, 금요일과 일요일엔 어김없이 공 하나를 매개로 한데 뭉친다. 금요일엔 체육관에서 감독 지휘 아래 기본적인 전략과 전술을 가다듬거나 자체 경기를 진행하고, 일요일엔 다른 동호회나 농구 팀과 시합을 벌인다.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공식 대회에도 출전도 해볼 계획이다.
피닉스 회원이 되기 위한 가입 조건은 딱 한 가지. 바로 팀원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인품’이라고 한다. 나이와 학력,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코트 안에서 신명나는 한판을 즐기고 싶다면 피닉스의 문을 두드려도 좋겠다. 동호회에 대한 자세한 소식은 카페( cafe.daum.net/lisanPhoenix)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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