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 파주 반찬품앗이 모임

지역내일 2010-12-30

야무진 주부 9단들이 뭉쳤다, 아이들 편식 걱정 뚝!

 우는 아이 들쳐 업고 장 보랴, 요리 하랴, 설거지 하랴 힘들었던 경험, 대한민국 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터. “이대로 참을 순 없다. 다 같이 뭉쳐 반찬 품앗이 한번 해보자.” 이렇게 만들어진 모임이 있다. 바로 파주 엄마들의 ‘반찬 품앗이’ 모임. 왁자지껄 흥미로운 그 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오지랖이 넓다고요? 천만에 말씀!
 반찬품앗이 정기모임이 있는 화요일 오전. 멤버들이 모여 있는 파주 금촌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거실에서는 아이돌보미 멤버들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고 주방에서는 요리 담당 멤버들이 분주하게 요리를 하는 중이었다. 오늘의 메뉴는 등갈비구이, 마요네즈 참치 샐러드, 삼색주먹밥, 양배추 김무침, 치즈 달걀말이, 감자채피자, 콩자반. 매번 이렇게 5~7가지 정도의 반찬을 만든다고.
 총 8명의 엄마가 참여하는 반찬품앗이는 제법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선 8명의 멤버들이 돌아가며 집을 제공한다. 그리고 일요일에 집제공자가 전체 공지를 하고 장을 보게 된다. 물론 장 보는 데 든 돈은 8명이 똑같이 나누어 부담한다. 레시피는 이미 8주 전에 다 정해졌지만 또 다른 의견이 있으면 수정하기도 한다. 엄마들은 반찬통을 미리 준비해 가져와서 완성된 반찬을 나누어 가지고 가게 된다. 이렇게 나눠가는 반찬은 아이가 3~4일 정도 먹을 분량이다.
 참여하는 엄마가 8명이니 당연 반찬의 주인도 8명. 무려 40개의 달걀로 만들어질 달걀말이에 들어갈 양파와 당근을 다지고 참치 샐러드에 들어갈 캔옥수수를 데치는 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을 준비 중인 요리 담당 멤버들에게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물론 혼자서 우리 아이 반찬만 만들면 시간도 절약되겠고 힘도 덜 들 수는 있겠죠.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반찬을 만들려면 우선 돈이 많이 들잖아요. 돈도 돈이겠고 부수적인 재료들이 남기도 하고 또 남는 재료 상해서 버리기도 하고... 그런데 이렇게 모여서 반찬을 만들면 우리 아이를 다른 엄마가 봐주니까 쉽게 일할 수 있고요. 8명이서 나누니까 돈도 절약되고요. 무엇보다도 다양하게 사람들 만나면서 인생을 많이 배우죠(웃음).” 꼭 짜기라도 한 양 똑같이 입을 모으며 현명한 답을 내놓는 멤버들. 인터뷰하면서도 재빠른 그녀들의 손놀림이 정말 놀랍다. 이렇게 손이 빠르고 요리에 감각이 있는 박효경(32) 씨와 이경민(34) 씨, 이은영(29) 씨가 요리 담당이다. 대신 아이돌보미 멤버들이 설거지며 뒤처리는 알아서 도맡아한다.
 주방에서 등갈비가 익어가고 콩이 삶아지고 있을 무렵 거실에서는 아이들과 한창 씨름 중인 엄마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송연정(32) 씨와 이영미(28) 씨는 임신 6개월 차 임산부. 연정 씨는 원래 요리 담당이었지만 임산부라 아이돌보미 담당으로 교체되었다고 한다. 요리도 힘들어 보였지만 우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만만하지 않아 보였다.
 이렇듯 매주 화요일 반찬품앗이 모임을 하는 이들을 두고 간혹 ‘오지랖이 넓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전혀 천만에 말씀이다. “만날 본인이 잘 하는 요리만 해주다 보면 아이들이 편식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데 여기 모임에 나오면서부터 다양한 음식을 접하다보니 편식도 줄고 무엇보다 남편이 아기가 남긴 반찬을 득템(?)할 수도 있어 좋아해요.” 조희정(30) 씨는 오랫동안 이 모임이 이어져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서로에게 행복을 전하는 모임이고파
 하지만 이들이 처음부터 척척 손발이 맞았던 건 아니다. 팀장 박효경 씨가 감기몸살이 심해 모임에 빠진 날 나머지 엄마들이 장을 보는데 두부를 얼마만큼 사야할 지 몰라 4모를 샀다가 많이 남았던 일, 예솔이 엄마 이화정(31) 씨의 집에서 모임이 있던 날 기본 재료인 깨도 없고 매실액도 없고 큰 냄비며 일회용 비닐도 없어서 요리하던 박효경 씨가 “뭐가 없는 게 이리 많냐”며 버럭했다가 시어머니에게도 안 듣는 잔소리를 들었다며 시어머니보다 무서운 사람으로 낙인 찍혔던 일까지 재미난 일도 무수히 많다.
 이젠 단골가게도 생겨 굴 한 근에 6천원 할 때 두 근에 만원이면 살 수도 있게 되었다. “고기반찬 들어가는 날에는 1인당 만원에서 만2천원 정도 나오고요, 고기반찬 없는 날에는 보통 5~6천원 나와요. 저번에는 남은 재료 이월했더니 2천원 나온 적도 있어요. 엄마들 호응도는 당연 높죠.” 이렇게 박효경 씨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박정란(33) 씨와 유선희(32) 씨, 김미애(31) 씨는 “우리도 반찬 품앗이 모임에 끼고 싶다”며 보챈다. 사실 이날 아이가 많이 아파서 참석하지 못한 엄마들 대신에 박효경 씨가 운영 중인 교육품앗이 모임에서 인원을 충당했던 것. “우리 태연(아들)이가 지금 18개월 됐는데 올봄에는 사실 우리가 이유식 멤버였거든요. 그런데 중간에 한두 달 쉬었나? 그러면서 교육품앗이로 모임이 변경되었고 그 뒤에 반찬품앗이 모임이 새로 생겼어요. 당연 반찬품앗이도 하고 싶었죠. 그런데 중복 참여는 불가능하다는 거예요. 아쉬울 뿐이랍니다.” 박정란(33) 씨의 말이다.
 어여쁜 아가들 입에 엄마의 정성이 듬뿍 담긴 음식을 넣어줄 때면 가장 행복하다는 ‘반찬품앗이’ 멤버들. 단지 반찬을 만드는 목적보다는 서로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모임이기를 소망한다는 그들에게서 따스한 사람의 향기가 느껴진다.
박정은 리포터
mintlady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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