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이 활짝 열렸습니다 - 용곡동 세광엔리치빌 1차 아파트 작은도서관

주민들 모두가 힘을 합쳐 문을 연 어울림 공간

지역내일 2011-02-11
“뽀드득뽀드득”
눈이 유난히 많은 겨울이었다. 소복한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이 소리로 다가온다. 이윽고 삐거덕 문 열리는 소리. 한 아이가 빠꼼히 안을 들여다본다. “어서 오렴.” 반기는 목소리에 추위가 저 멀리 도망친다.
아이는 얼른 들어서 책 한권을 들고 새근거린다. 바깥의 추위는 아랑곳없다는 듯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에 고른 호흡소리가 일정하다.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인 곳, 용곡동 세광엔리지빌 1차 아파트가 최근 개관한 작은도서관의 풍경이다.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낸 소통 공간
용곡동 세광엔리치빌 1차 아파트는 입주가 시작된 지 이제 6년을 넘어선 단지다. 여느 아파트가 그러하듯 삐쭉 솟은 건물이 살가운 느낌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이 변했다. 훈김 모락대는 사람 풍경이 비친다. 지난 1년의 작은 움직임이 변화를 이끌었다. 
출발은 커뮤니티공간의 활용이었다. 아이들 특별활동수업이 조금씩 이루어지긴 했지만 이용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 아까웠다. 부녀회에서는 공간을 좀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작은도서관을 생각했다.
독서실은 이미 활발히 운영되고 있었다. 반면 유아와 초등학생들의 공간은 부족했다. 그런 점에서 작은도서관이 적합할 것으로 보였다. 곧 부녀회가 중심으로 작은도서관 개관에 필요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난해 12월 22일, 아파트 부녀회는 동지행사와 함께 작은도서관 개관식을 가졌다.

책 한 권, 책장 하나까지 주민의 힘으로
작은도서관을 대하는 주민들의 마음은 애틋하다. 정성을 들여 하나하나 직접 꾸민 곳이기 때문이다. 입대위, 관리사무소, 노인회, 부녀회가 모두 힘을 합쳤다.
우선 도서는 주민들에게 기증을 받았다. 인근 청룡초등학교에서도 힘을 보탰다. 노인회장님이 발 벗고 나서 기증을 요청한 결과다. 그렇게 모인 책이 1600권 정도. 모인 책은 지금 작은도서관 책장을 채우고 있다.
책장은 연암대 기숙사 리모델링 소식을 듣고 구해왔다. 받아온 책장은 부녀회원들이 일일이 손 보고 깨끗이 닦아 공간을 채웠다. 벽체, 보드도 모두 부녀회원들의 솜씨다. 구입한 것은 컴퓨터와 책상. 나머지는 다 누군가의 손때가 묻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정겹다. 새것으로 번드르르한 것보다 서로의 땀과 노력이 엿보이니 애정이 겹친다.

엄마 자원봉사자 13명이 지키는 아이들
무엇보다 용곡동 세광엔리치빌 1차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참여가 열띠다. 개관과 함께 자원봉사자 신청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참여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이 컸다. 하지만 기우였다. 신청이 줄을 이었다. 참여를 희망한 사람들이 현재 13명. 엄마 자원봉사자들은 매일 순번을 정해 작은도서관을 지킨다.
인원이 많으니 활동도 버겁지 않다. 하루에 3명 정도가 시간 별로 조를 짜서 활동한다. 아이와 함께 와서 엄마는 봉사를, 아이는 책을 읽는 풍경도 눈에 띈다. 아이가 자연스레 책과 가까워지니 엄마의 봉사활동이 더욱 빛난다.
작은도서관 유재남 관장(부녀회장)은 앞으로 자원봉사자들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생각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며 문제점을 듣고 필요한 점을 보강하려 한다. “동호회처럼 서로 애정을 갖고 싶어요.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되어야 작은도서관이 길게 갈 수 있으니까요.” 유재남 관장은 함께 하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고마움을 가슴 속 깊이 새긴다.  

집에서는 전혀 책을 안 읽는데 도서관에 가니 읽어요!
작은도서관이 생긴 후 아이들이 책 속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호응이 크다. 공공도서관처럼 엄숙하게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뒹굴면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책을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이끌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작은도서관에서는 책을 가까이 한다. 한 엄마는 “집에서는 책을 전혀 안 읽어서 걱정했는데 도서관에서는 말 한 마디 없이 책만 읽는다”며 방학 동안 매일 아이와 함께 작은도서관을 찾았다. 이렇게 아이들은 작은도서관에서 독서 습관을 형성한다.
앞으로 작은도서관은 오전을 활용해 엄마들 독서모임이나 아이 교육을 함께 고민하는 자리도 생각한다. 찾아가는 평생학습센터로도 활용해 엄마도, 아이도 모두 행복한 공간을 꿈꾼다.

엄마에게는 건강을, 아이에게는 책 읽는 습관을
용곡동 세광엔리치빌 1차 작은도서관은 지난 겨울방학 기간 오전부터 문을 열었다. 아직 많이 홍보가 안 되었는데도 하루 20명 정도가 꾸준히 이용했다. 개학 이후에는 오후에만 운영된다.
물론 요즘은 아이들이 많이 바쁘다. 그래도 짬짬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생각이다. 실제로 학원에 가는 자투리 시간에 잠시 들러 책 한 권을 뚝딱 읽는 아이도 있다. 맞벌이 부부도 많기 때문에 아이 혼자 있는 시간에 안심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좋다.
엄마들이 활용할 만한 요소는 하나 더 있다. 작은도서관 바로 옆에 주민헬스장이 있다. 아이 키우는 엄마들에게 자신을 위한 운동은 언감생심. 그런데 작은도서관에서 엄마 자원봉사자들이 아이를 지키니 1시간 정도 시간을 낼 수 있다. 아이가 그저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책과 함께 있게 되니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날선 칼바람이 무뎌졌다. 온 세상을 하얗게 감싸던 눈도 어느새 흔적을 숨겼다. 작은도서관을 오가던 아이의 발자국은 아마 사라졌을 것이다.
눈이 녹고 발자국이 없어진 지금, 아이는 작은도서관에서의 하루를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도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책과 함께 했던 느낌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작은도서관의 의미. 따뜻하고 아늑했던 어느 겨울의 소중한 추억은 용곡동 세광엔리치빌 1차 아파트의 작은 공간이 함께 한다.
문의 : 579-7101
김나영 리포터 naym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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