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컴’에 빠진 우리 아이

무조건 금지보다 절제&활용법 알려주세요

지역내일 2011-01-18
방학을 맞은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엄마들과 골도 깊어지고 있다.
집집마다 실랑이가 오가지만 컴퓨터는 이제 아이들에게도 생활의 일부.
무엇보다 학원 숙제 올리기, 독서 기록물 남기기, 인터넷 강의 등 학습과 연계된
온라인 활동이 점점 늘어 무조건 막을 수만은 없는 일.
문제는 절제력이 약한 아이들이 할 일을 마치고도 게임이나 웹 서핑, 인터넷 쇼핑 등으로
마냥 컴퓨터 앞에 있을 때가 많다는 것. 아이들의 효과적인 컴퓨터 활용을 위해
엄마들이 알아야 할 적절한 가이드라인은 무엇일까.
박영신(43·서울 마포구 상암동)씨는 얼마 전 중1 딸아이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인터넷 강의를 듣는 줄 알고 ‘아직 안 끝났니?’라고 물으며 방에 가봤더니 아이가 쇼핑몰에 접속해 요즘 한창 유행하는 모자를 고르고 있는 거예요.”
화가 난 박씨는 “당장 컴퓨터 끄지 못해”라며 아이를 다그쳤고, 지금까지 서먹한 관계로 지내고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인강을 못 하게 할 수도 없고, 긴 겨울방학 내내 컴퓨터 때문에 아이와 신경전을 벌여야 할 일이 고민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이은실 선임연구원은 “전체 컴퓨터 사용시간에 대해 아이와 부모가 협의해 규칙을 정하고 지켜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평상시 숙제나 할 일을 점검해 마치고 나면 적절한 보상으로 허용한다든지 반대로 협의된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는 꾸중이나 벌칙 등 패널티가 필요하다는 얘기.

‘사용 시간 소프트웨어’ 설치로 갈등 줄이기도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 곁에 붙어서 컴퓨터 사용 시간을 체크할 수는 없는 일. 이런 이유로 요즘에는 컴퓨터 사용 시간과 내역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아이들과 트러블을 줄여가는 가정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 선임연구원은 “일방적인 설치는 아이들과 또 다른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설치 시 아이들과 충분한 의논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컴퓨터 사용 시간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김선숙(41·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도 중2 딸과 갈등을 빚은 사례 중 하나. 설치 과정에서 딸을 설득하느라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을 짚을 수 있어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설명했다.
“무료로 내려받아 설치했는데 아이들에게 유해한 정보도 차단되고, 아이가 얼마 동안 어느 사이트에 접속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엄마로서는 아주 만족했죠. 딸아이가 감시 당하는 것 같다며 반발해 수위를 정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그래서 엄마는 너희가 지나치게 컴퓨터를 사용하다가 중독될까 봐 걱정되어 참고하려는 것일 뿐, 간섭용으로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죠. 사용 시간도 일단은 자율적으로 지키고, 제어 기능은 사용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어요.”
대신 아이들도 하루에 약속한 시간만큼 사용하고, 혹여 아이들이 약속을 못 지켜 좀더 강한 사용 제한이 추가되는 기능이 있는 유료로 전환할 때는 반드시 협의를 거쳐 아이들에게도 고지할 것을 규칙으로 정했다.
반면 엄마가 외출하면 컴퓨터에 접속해 졸인 마음으로 몰래 게임을 하던 초등학교 4학년 둘째 아들은 이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반기는 기색. 합의한 대로 자기가 해야 할 숙제나 학습량을 마치면 엄마 눈치 볼 일 없이 하루에 1시간 30분 동안 게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아이들의 확장된 일상,
대화 채널 열어놔야
직장에 다니는 엄마를 둔 중학교 2학년 승연(가명)이는 엄마가 감추거나 숨긴 것을 찾아내는 데 익숙하다. 오락적인 성격의 전자 기기는 무조건 못 하게 막는 엄마가 승연이를 더욱 자극해 남들보다 더 집착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케이블 TV를 못 보게 한다고 출근할 때마다 칩을 꺼내 싱크대 서랍에 감추시는데 그것도 찾아내서 친구들이 놀러 오면 같이 봐요. 엄마가 컴퓨터에 걸어놓은 비밀번호도 풀어서 인터넷을 이용하다 인터넷 옵션에 들어가 쿠키 삭제하면 사용 흔적이 남지 않는데, 엄마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라요.”
한편 아이들의 컴퓨터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아날로그 엄마 세대들이 쓰는 방법은 보통 키보드나 전원 코드 감추기, 심지어 컴퓨터를 들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엄마들의 차단방법에 대해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어기준 소장은 “컴퓨터를 다루는 아이들의 능력은 어른들을 뛰어넘고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대응은 비교육적이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를 통해 컴퓨터 사용 규칙을 정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아이들은 PC방이나 친구 집에서 컴퓨터를 할 수도 있고, 나아가 프로그램 자체를 무력화해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인터넷은 아이들의 확장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따라서 인터넷상에서 일어나는 곤란한 문제들을 올바르게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엄마들이 아이들의 인터넷 문화를 이해하고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채널을 열어놔야 한다.

홍혜경 리포터 hkhong11@naver.com
도움말 어기준 소장(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이은실 선임연구원(한국정보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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