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我저씨 ‘하늘물빛 전통천연염색연구소’ 홍루까 천연염색연구가

지역내일 2011-03-07

쪽빛, 그 자연의 빛깔에 매료되다!!

 전통매듭장인이었던 어머니를 둔 덕에 어릴 때부터 전통적인 것을 보고 자랐지만 그 길을 걷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청년. 하지만 운명이었을까? 늘 익숙했던 전통의 색이 어느 날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매듭실에 자연 물들여 작업하던 어머니를 위해 염색작업을 도와드리곤 했던 것이 그가 그토록 우리 색, 자연빛깔로 물들인 천연염색에 천착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홍루까 선생. 천연염색에 빠져 산 지 20여 년, 쪽빛 물든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용두동 서오릉 근처 작업실을 찾았다. 

전통매듭장인 어머니 옆에서 늘 보아왔던 자연의 色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하늘물빛천연염색연구소 대표 홍루까 선생은 전통천연염색 중에서도 쪽 염색 연구가로 널리 알려진 인물. 삼청동 북촌문화센터와 서오릉 공방을 오가며 천연염색연구와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서서히 녹기 시작하던 봄볕 좋은 오후, 오전 대학원 박사과정 입학식을 마치고 바쁘게 서오릉 공방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염색작업을 위한 청소가 한창인 홍 선생을 만났다. 올 겨울엔 유난히 날씨가 추워 오랫동안 공방을 닫아 두었다는데, 공방 마당에 널린 쪽빛 물든 천은 여전히 푸르다. 소박하지만 품격 있는 멋, 세월이 갈수록 더 깊어지는 빛깔. 홍 선생의 어머니는 전통매듭장인 조수현 여사. 수십 여 년째 전통매듭을 전승, 연구해온 어머니는 원하는 색의 매듭을 짜기 위해 실을 직접 천연재료를 이용해 물들이곤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전통매듭을 전승해 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홍 선생은 남자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단다. 더더구나 천연염색은 꿈도 꾸지 않았다고 웃는다. 염색에 관심이 없었다고 하나 홍 선생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뿐만 아니라 전통매듭장인 어머니를 비롯해 누나는 국악인, 여동생은 조각보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 가족. 그러고 보면 선생이 천연염색에 빠진 것은 우연이 아니라 내면에 내재되어 있던 예술적 끼가 필연적으로 표출된 것이 아닐런지.

천연염색 중 단 하나의 푸른 빛, 쪽 염색에 반하다    
 천연염색에 빠지면서 홍 선생이 7~8년 전 부터 가장 관심을 갖고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것은 쪽 염색이다. 쪽 염색에 대한 사연은 사실 어머니 조수현 여사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6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 들어온 화학염료 탓에 쪽 염색이 점점 사양길로 접어들다가 쪽풀 자체가 완전히 우리 땅에서 멸종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당시 홍 선생의 어머니 조수현 여사가 매듭실을 물들이기위해 쪽을 찾았지만 쪽 염색은 소문만 무성했지 실제로 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어머니가 전국에 수소문 끝에 전라도 나주 지방에서 찬물염색(쪽의 푸른 빛 때문에 쪽물을 찬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이라는 것을 하던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어렵게 찾아갔더니 그 분, 윤병운 선생은 평범한 농사꾼으로 살고 계셨다고 해요. 우리 땅에 쪽풀이 없어 쪽 염색을 포기했다는 겁니다.” 조수현 여사는 안타까운 마음에 지인에게 부탁을 해 78년 일본에서 한 줌 가량 될까 말까한 쪽씨를 구해왔고. 나주의 윤 선생에게 주면서 잘 키워 꼭 쪽 염색을 재현해 달라고 부탁을 했단다. 그렇게 문익점이 목화씨를 숨겨 들여와 퍼뜨렸듯 한 줌도 안 되는 그 쪽씨는 전국으로 퍼져나가게 되고, 당시 쪽씨를 받았던 윤병운 선생은 지금 쪽 염색 인간문화재가 되었다니 홍루까 선생에 이어지는 쪽 염색이 예사로운 인연은 아닌 듯하다. 하지만 그것이 홍 선생이 쪽 염색을 시작한 직접적인 계기는 아니었다고.
 “염색작업이 웬만한 남자들도 힘이 들 정도로 치대고 짜고 하는 과정이 고생스러워요. 그래서 틈이 나면 어머니의 염색작업을 도와드리곤 했죠” 그때까지만 해도 천연염색이 그의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담박 눈에 들어오진 않지만 볼수록 은은한 자연의 빛깔이 작업을 돕는 사이 천천히 조금씩 그의 감성에 젖어 들었던 것일까.
“어느 날 염색을 끝낸 천을 널어놓고 평상에 잠깐 누워 있는데 파란 하늘에 흔들리는 색색의 천이 그렇게 곱고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었어요. 그 익숙한 빛깔이 왜 갑자기 그렇게 느껴졌을까? 참 생경하고 신선한 충격이었죠.” 20여 년 보고 또 작업을 도와왔지만 그런 감동은 처음이었고 또 그만큼 강렬했다. 그때가 1997년 무렵, 홍 선생은 그 날 이후 염색에 빠지고 말았다. “염색에 미쳤다”고 할 정도로 하던 사업도 정리하고 하루종일 염색에 매달렸다. 그런 그가 전통염색을 되살리기 위해 처음에 한 일은 바로 쪽 염색이었다. “천연염색은 지금 저 뒷동산에 보이는 나뭇가지나 풀, 꽃잎 등 자연이 다 재료예요. 그런데 저 자연재료 80%이상이 염색을 하면 노란 빛을 띠지요. 푸른색을 띠는 것은 오로지 쪽 뿐입니다. 천연염색 중 유일하게 인간문화재로 지정받는 것도 쪽 염색이죠.”

학술과 기능을 겸비한 匠人이 목표, 후대 더 나은 염색연구 환경 만들어주고 싶어
 우리 전통염색은 모시나 면, 비단 등 자연섬유에만 고운 물이 들며 여러 가지로 우리 몸에 이롭다. 특히 쪽은 방충효과가 뛰어나 쪽으로 염색된 옷들이 수백 수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썩지 않고 그대로 발굴되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나이든 세대 뿐 아니라 젊은 주부들 사이에서 아토피 피부 아이를 두었거나 가족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천연염색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토요일마다 북촌 문화센터에서 천연염색을 가르치고 주중에는 서오릉 공방에서 염색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에게 천연염색 강좌를 열고 있는 홍 선생. 강의 외에 전국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전시를 위해 작품도 해야 하고 여러 곳에서의 강의요청으로 24시간이 빠듯하지만 홍 선생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이기도 하다.
 그가 늘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쪽물 염색을 비롯한 천연염색 분야에 대한 학술과 기능을 겸비한 전문가가 드문 현실. “예전부터 전통공예가 다 마찬가지였지만 염색도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가업이라 염색방법도 도제방식으로 전승되어 왔습니다. 이제 구전으로 도제식으로 전해지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지금은 전통문화 분야도 좀 더 전문적이고 학문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대가 됐지요. 학술과 기능을 동시에 겸비한 전문가가 필요해요” 홍 선생이 바쁜 시간을 쪼개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문과 기능을 겸비한 전통예술인, 후배들에게 보다 더 나은 천연염색 연구 여건을 마련하는데 초석이 되고 싶은 바람 말이다. "모든 일엔 시기가 있는 것 같다“는 홍 선생,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리라 한다.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