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물-‘꽃담은 그릇’ 한승호 도예가

지역내일 2011-03-15

“생명을 담아내는 사람이고 싶다”

 일산 백석동 화원단지에 위치한 한승호 작가의 공방 ‘꽃담은 그릇’. 공방 이름에서부터 알아챌 수 있듯 한승호 작가는 꽃과 나무를 담아내는 ‘분’을 빚어내는 이다. 분은 그저 흙을 담고, 화초를 담아내는 물건이라고 생각했던 리포터였기에, 분과 예술을 쉽게 연과 짓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가 들려준 분 이야기는 예술을 넘어 ‘생명’으로 마무리된다. 생명의 근원이 되는 흙을 통해 만들어진 분속에 궁극적으로 다시 생명을 담아내고 싶다는 한승호 작가다. 

“좋은 그릇은 좋은 음식을 담아내야죠.”
 도예를 전공한 그가 본격적으로 분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야생화의 매력에 빠져들면서부터다. “우연히 야생화 전시회를 관람한 적인 있어요. 그 때 생각했죠. 돌과 이끼와 나무, 그리고 분이 어우러진 그 모습이 ‘축소된 자연’과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생명과 분의 결합을 어떻게 다양하게 구현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예술이 될 수 있겠구나 하구요.”
 이때부터 그는 도예 공부와 함께 야생화를 비롯한 원예 공부도 함께 병행하게 됐고, 그 때 원예 공부를 함께 해준 스승이 지금 공방 옆에 위치한 화원의 안주인으로 인연을 계속 맺고 있다. 대학 졸업 논문도 어김없이 분에 관한 것이었다. ‘다공성 소재를 이용한 화분’이라는 주제의 논문은 그 당시엔 주위 사람들이 의아해 할 정도로 새로운 것이었다. 숨을 쉴 수 있는 화분, 생명력있는 화분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라면 분보다는 꽃과 나무에 더욱 눈이 가는 게 사실. 어쩌면 외면당할 수 있는 도예 분야가 아니냐는 질문에 한승호 작가는 단 한마디로 대답했다.
“그렇지 않아요. 좋은 그릇은 좋은 음식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하죠. 감상만 하고 모셔둔다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을까요?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분 만으로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겠지만, 아름다운 화초를 담아냄으로써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죠.”
작품을 통해 생활 예술을 구현하고 싶은 그의 예술관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인 것 같다. 그는 분을 만들어낼 때 화초의 저해요소가 되는 것들은 일체 배제하고, 화초의 생명력을 오롯이 살릴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그의 분은 소박하지만, 화초와 최대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분재를 감상할 때는 분과 꽃, 나무를 50:50으로 두고 감상하면 더욱 그 미적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흙과 돌, 물과 나무가 함께하는 자연을 만들어내다
 그는 늘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과 편안함을 동경하는 것 같다. 도예작가이지만 전문가 못지 않게 야생화에 심취했었고, 지금은 조경 분야에도 빠져들었다.
 “그린 웰빙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실내 조경도 같은 패턴으로 가고 있죠. 하지만 가만히 보면 소재나 조경 디자인이 한정적인 게 많다는 걸 느꼈어요. 물과 나무, 그리고 흙이 빚어낸 작품이 함께 하는 조경이 이뤄지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고, 그러다보니 찾아주시는 곳이 많더군요.”
한번 무언가에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는 성격 탓인지도 모른다고 한승호 작가는 웃으며 말한다. 김포공항의 로비 쉼터, 유명 음식점의 실내 조경. 리포터도 우연히 지나가다 한번 씩 들려 감상했던 그 조경이 한승호 작가의 작품이라는 말에 그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가 어떤 것인지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공예 작가들의 소통의 장, ‘고양아트마켓’
 그는 늘 바쁘다. 평일에는 자신의 공방에서 작품 제작에 몰두하고, 틈틈이 도예수업과 원예수업도 진행한다. 그리고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고양시 공예 작가들과 한 자리에 모인다. 고양아트마켓 운영직 자리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공예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소비자들과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서 뜻을 모아 시작했다는 ‘고양아트마켓’은 매년 5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열리는 예술 장터다. 한지, 목공예, 은공예, 도자기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참여해 그들의 작품을 시민들에게 한자리에 보여주는 기회다. 시작된 지 몇 년 차 밖에 되지 않아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장터가 가지는 한계점도 많다. 하지만 그가 바라는 아트마켓의 미래는 힘차다. “작가들과 함께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며 생활 예술을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올해에는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예술 장터가 되기 위해, 더욱더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이할 거예요.”
 그가 바라는 예술 세계가 찾아온 봄날처럼 활짝 펼쳐지기를 고대해본다. 
남지연포터 lamanu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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