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속에서도 일상을 지켜내는 우리 이웃을 만나다

지역내일 2011-01-31

“강추위를 이겨내는 힘은 36.5도 사람의 온정이지요”

 추위가 매섭습니다. 오죽하면 미니빙하기라는 표현을 하는 과학자도 있더군요.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지만 매서운 추위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겐 여간 힘든 일이 아닙니다. 문 밖을 나서기가 망설여지는 추위지만 겨울의 한 복판에서 일하는 우리네 이웃들이 있습니다. 따뜻한 실내 공간이 아닌 강추위 속에서도 일상을 지켜내는 우리 이웃들의 모습은 더 없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이번주 내일신문에서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양지연 남지연 이향지 리포터

일산모범운전자회 김현수 고문
자원봉사는 한겨울 추위도 녹이는 사랑의 바이러스
 밤새 눈이 내리고 그 눈이 꽁꽁 얼어붙은 다음날은 어느 때 보다 교통사고의 위험이 높은 날이다. 그런 날은 차들이 왕복하는 차도 중앙에 서서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는 것에 심적인 부담이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에 그 자리를 지켜내야 한다. 일산모범운전자회 김현수 고문은 “눈이 온 다음날 길마저 얼어붙으면 차가 어디로 미끄러질지 몰라 가슴 졸이게 된다”며 “그래도 그런 날일수록 교통정리가 꼭 필요하기에 교차로 중앙에 서서 교통정리를 한다”고 전했다. 무심히 지나치던 차도의 한복판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던 사람들, 그들은 바로 고마운 우리네 이웃이었다.
일산모범운전자회는 택시 버스를 운전하는 모범운전자들의 모임으로 도로에서 경찰을 보조하는 봉사업무를 주로 한다. 김현수 고문은 택시 운전을 시작하게 된 30년 전부터 모범운전자회 회원으로 활동하며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일산 내 교통 취약지구인 복음병원 사거리와 주엽역 사거리, 뉴코아 사거리 등에서 출근시간에 회원들과 돌아가며 교통정리를 한다. 차량 정체를 해소하고, 차량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교통정리를 하면서도 어린이나 노인 등 보행자를 보호하는 일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인다고 한다. 
김현수 고문은 “방한복과 귀마개 등을 착용하고 활동하지만 한 여름 무더위보단 겨울의 추위가 힘들다. 그래도 쉬운 일 만 찾자면 그게 어디 봉사라고 할 수 있겠냐”며 “어려운 일 일수록 보람도 큰 법”이라고 전했다. 또한 “교통정리 덕분에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고,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을 때 큰 기쁨을 느낀다”며 “자원봉사는 한겨울 추위도 녹일 수 있을 만큼 따뜻한 사랑의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주엽동 길벗가게, 임두식 박은숙 부부
“끈끈한 부부애, 추위를 견뎌내는 힘이죠.” 
 주엽역의 사계절을 10년 넘게 함께해 온 길벗가게 C41호. 한파가 찾아와 내복까지 껴입어도 모자라던 날인데도 안주인 임두식, 박은숙 부부는 어김없이 이곳의 문을 활짝 열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따끈한 붕어빵과 오뎅을 찾는 손님들이 끊이질 않는다. 10분만 서 있어도 온 몸이 굳어버릴 것 같은 매서운 날씨. 아침부터 밤까지 밖에서 줄곧 쉬지 않고 일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텐데, 부부는 연신 웃음 지으며 손님들을 대한다.
 박은숙 씨는 “추우면 일하기가 힘든 게 사실이죠. 방법이요? 일단 옷을 많이 껴입고 나오죠.(웃음) 난로도 펴 놓고요. 하지만 일하다 보면 추운 것도 금세 잊게 되더라고요.”라고 말한다. 육체적으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에 밥도 든든히 늘 챙겨먹고, 양파즙 같은 건강식도 집에서 꼭 챙겨 나와 따끈하게 데워 먹기도 한다. 일단 건강해야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박은숙 씨의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서로에게 든든한 후원자이자 친구가 되는 남편과 부인이 있기에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는 이야기, 장사 이야기 등 하루 종일 대화를 해도 모자라요. 대화를 하다 보면 재미도 있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죠.”
 C41호에서는 붕어빵, 와플, 어묵 등의 겨울 분식류를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그저 그런 맛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 마치 해물탕을 맛본 것처럼 얼큰한 매운 오뎅, 팥 의외에도 슈크림이나 야채 속을 넣은 붕어빵 등 이색적인 메뉴를 판매한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어내는 호떡 또한 특별한 맛을 지닌 이집의 자랑이다. 꼼꼼하고 정교함이 필요한 액세서리 사업에 오래 종사했었다는 임두식 씨는 그 직업정신을 그대로 음식에 녹아낸다. 임두식 씨는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더 차별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늘 고민하죠. 특히 어르신들이 찾아와 호떡을 맛보고서는 옛날 맛 그대로라고 칭찬해주곤 한답니다. 더 새롭고 맛있는 메뉴를 또 개발해야죠.~” 이 부부의 손맛과 온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오전 10시30부터 오후10시30분까지다. 

구제역 방역 초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강화연 씨
“주민들 덕에 힘이 나요”
 구제역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고양파주지역 곳곳에도 방역 초소가 설치되어 있다. 하루에 동원되는 인력만 600~700명가량이다. 고양시만 하더라도 공무원, 경찰, 소방서, 군인, 축협, 농협은 물론 해병전우회, 주민자치위원회 등 민간이나 직능단체에서 구제역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작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추위 속에서 밤낮없이 소독 작업에 애쓰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지난 22일 오전, 고양시 성석동의 구제역 방역 제22초소를 찾았다.
고양시청 사회복지직 8급 공무원 강화연 씨는 장항2동 주민센터에서 일한다. 즉시 해결해야 하는 민원이 많아 잠시도 자리를 비우는 것이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5일부터 그의 일터는 구제역 방역 초소다. 구제역이 수그러들지 않자 방역작업을 할 초소를 확대했고 주민센터 직원들까지 도로와 차량 소독에 나설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초소에는 공무원들과 의경, 군인, 민간단체 자원봉사자들이 배치되어 오전 8시부터 새벽 1시까지 교대로 근무한다.
강 씨는 “살처분 반에 배치된 분들이 무척 힘들어 하셔서, 그 모습을 보니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 말했다.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다. 초소가 외진 곳에 있어서 일이 끝나고 나면 택시를 타고 서울에 있는 집까지 퇴근해야한다. 방제복을 입고 볼일을 보는 것도 어려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밥을 주문해 먹던 식당이 조류독감으로 문을 닫는 바람에 요즘은 중국음식을 배달시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강 씨는 “주민들이 협조를 아끼지 않아 고맙다”고 말했다. 대추차를 다려서 따끈하게 보내기도 하고 간식을 보내거나 자원봉사 등으로 도와주는 주민들을 보며 힘을 얻는다.
 초소를 찾았을 때 강 씨와 의경들은 삽으로 석회를 뿌리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의 군인은 비상 봉을 들고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다. 방역초소에서 일하려면 마스크는 필수다. 석회가루 때문이다. 도로도 석회가루 때문에 온통 뿌옇다. 물에 닿으면 순간적으로 200℃까지 온도가 올라가는 생석회의 성질을 방역에 이용한 것이다. 방역초소에서는 도로 위에 석회를 뿌리고 소독약을 물에 타서 분사기로 뿌린다. 때문에 초소를 지나가는 차량은 되도록 속도를 낮추는 것이 좋다. 천천히 지나가면서 바퀴에 석회와 소독 약을 충분히 묻혀야 하기 때문이다.
“세차를 했으니 분사기를 꺼달라는 분이 있었어요. 차도 중요하지만 나라의 비상 상황이니까 모두 합심해서 빨리 끝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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