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교과서 여행③

눈길 닿는 곳, 발길 머무는 곳 모두가 유적지 경주

지역내일 2011-03-11 (수정 2011-03-11 오전 8:06:50)



분황사 석탑

경주는 부산 사람들에게 가장 만만한 여행지 중 하나다. 별다른 계획 없이도 쉽게 다녀온다. 하지만 경주가 품고 있는 역사와 유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오진동 선생님과 함께하는 교과서 여행의 세 번째 목적지는 천년고도 경주다.


안압지


향기로운 임금의 절 분황사와 아름다운 연못 안압지

‘경주’의 옛 이름은 ‘신라’.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는 내내 신라라고 불렸다. 경주라는 이름은 실상 슬픈 역사의 끝자락을 잡고 있다.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이 고려 왕건에게 사실상 항복의 문서를 보냈을 때 왕건이 “참으로 경사스러운 마을이로다”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경주는 신라라는 이름을 찾지 못하고 그대로 경주가 되었다. 우리에게는 친근한 이름이지만 역사를 들쳐보면 아픔을 간직한 이름이다.
꽃샘추위는 제대로 이름값을 한다. 해가 나지 않은 경주의 오전은 겨울만큼이나 춥다. 옷깃을 꽁꽁 싸매며 처음 들른 곳은 선덕여왕이 세웠다는 분황사. 당나라 임금이 선덕여왕을 무시하며 향기가 나지 않는 모란꽃 그림을 보내자 향기로울 분(芬), 임금 황(皇)이라는 이름의 절을 지어 누가 뭐래도 자신은 신라의 향기로운 여왕이라는 것을 현명하게 증명해 보였다고 한다. 신라의 가장 오래된 석탑도 분황사에 자리잡고 있다.
요즘 경주 투어에서 뜨고 있는 ‘안압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기러기와 오리가 노는 연못이라는 안압지의 원래 이름은 월지(月池). 달이 비추는 연못이라는 뜻으로 왕세자가 기거했던 곳으로 추정된다. 거대했던 건물은 대부분 불타버리고 지금은 그 터만이 남아 한 때의 영화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런저런 설명을 들은 뒤 안압지 일대를 걷는다. 생각해 보니 숱하게 경주에 왔건만 한가로이 안압지를 거닐어 본 기억이 없다. 이래서 또 경주를 찾는구나 했다.


대릉원 내 부부묘


유물의 보고, 대릉원




계림 근처에 있는 석빙고에 다다른다. 전국에 남아있는 석빙고 중에 가장 과학적이라는 경주의 석빙고. 바람이 들어오도록 만든 돌담은 지금의 에어커튼 역할을 하고, 따뜻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3개의 굴뚝을 만들어 놓는 등 지금 봐도 대단히 과학적이다. 모 전자회사의 회오리바람도 석빙고의 원리를 적용시킨 것이라고 한다. 선인들의 지혜에 감탄할 뿐이다.
오전의 마지막 행선지는 천마총이다. 무덤은 종류에 따라 명칭이 다른데 천마총은 발굴 당시 천마도를 비롯한 유물들이 나와 천마총이라고 불린다. 신라의 무덤은 도굴이 거의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무덤을 발굴할 때마다 수 만점의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황금으로 만들어진 각종 장신구와 유리잔은 세계적으로도 귀한 유물이라 발굴 당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거대한 무덤을 만들어 신라의 위상을 보여줬지만 국운이 다할 때쯤에는 무덤 역시 작고 초라해졌다고 한다.


불국사 입구 다리


신라역사과학관과 부처님의 나라 불국사

하루 만에 경주를 둘러보기는 불가능이다. 그래서 석굴암을 포기하고 대신 신라역사과학관을 택했다. 신라역사과학관은 경주를 찾는 학생들에게 민족 과학의 뿌리를 알리고 심어주는 교육현장을 만들 목적으로 1988년에 문을 연 사설 박물관이다. 많은 전시물 중에서 우리는 첨성대와 석굴암 모형을 중점적으로 봤다. 특히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끈 건 석굴암 내부 모형이다.
석굴암은 천 년이 넘도록  처음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에 의해 한 번 해체된 이후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했던 석굴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원래 석굴암 아래는 찬 지하수가 흐르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지하수가 바닥의 온도를 벽면의 온도보다 낮게 유지하게 만들어 불상 표면의 결로현상을 막아 천 년 동안 그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그런데 이런 놀라운 과학적 비밀을 모른 채 해체 후 다시 복원하면서 필요없는 물이라 생각해 시멘트로 덮어버렸다고 한다. 이후 문제가 생기자 석굴암 외벽도 시멘트로 발라버리는 어처구니없는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아이들은 “옛날에는 석굴암 내부의 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었다니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며 “우리나라의 과학 기술이 자랑스럽다”고 뿌듯해한다.
마지막 일정은 불국사. 불국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불국사 백운교 앞마당이 예전에는 연못이었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을까. 연화교 계단 위에 연꽃잎이 한 잎 한 잎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예전에 미처 몰랐던 사실을 하나하나 알아가면  갈수록 불국사가 새삼 위대하게 보인다. 유물의 진가를 알고 싶으면 우선 배워야한다는 사실을 재차 깨닫는 순간이다.


불국사 백운교


또다시 기다려지는 경주의 봄

한 번 가본 뒤 두 번 걸음 안하게 되는 장소가 있는가하면 여러 번을 갔어도 두고두고 생각나는 장소가 있다. 경주가 그렇다. 가도가도 또 새롭다. 그래서 고즈넉한 고도 경주는 사람들의 발길로 그 어느 도시보다도 분주한 도시가 된다.
천 년의 역사에 하루를 할애했다. 그 심오한 깊이와 유구한 이야기를 담아가기에는 티끌만도 못한 시간이다. 그래서 하루로는 아쉽고 그래서 또 경주를 찾는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경주. 또다시 벚꽃 만개한 경주의 봄이 기다려진다.




이수정 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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