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생활만큼이나 낯선 국내 적응

‘갈 곳 없는 귀국 학생’ 명암 조명

지역내일 2011-04-14
조기 유학’ ‘유학’이란 단어를 대신해 최근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가 ‘귀국’이다.
자녀 홀로 다녀온 유학이든 부모의 해외 근무가 끝난 후 귀국이든 나갔다가 돌아오면 국내 교육 체제 안으로 흡수되기 어렵고,
이들을 위한 교육의 장도 많지 않은 실정. 귀국 학생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해마다 2만 명이 넘는 초·중·고생이 유학을 떠나고 그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학생들이 매년 귀국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초·중·고별 조기유학 출국과 귀국 현황’통계를 보면 2007년~2009년 출국자는 크게 감소하고 귀국자는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초등학생은 2009년 귀국자가 출국자의 1.7배에 달하고, 중·고등학생 귀국자는 증가 폭이 적지만 출국자는 해마다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환율 등 외부 요인도 작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초등학생과 달리 중·고등학생은 귀국 후 국내 교육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 유학 자체를 꺼리는 게 그 원인일 터. 돌아온 학생들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

좁기만 한 편입학 
고등학교 귀국 학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부모와 함께 2년  이상 해외에서 거주하고 정규학교에서 7학년 이상을 보낸 ‘특례 편입생’, 한 부모와 있었거나 2년 미만으로 해외에 거주한 ‘일반 편입생’, 정규학교가 아니거나 부모 없이 홀로 유학한 ‘미인정 유학자’가 있다. 귀국 학급이 따로 있는 고등학교가 없어 서울시교육청 콜센터에서 ‘귀국자 편입학’관련 사항을 별도로 관리할 만큼 문의가 많지만, 학교별로 신입생은 정원의 2~3퍼센트만 특례 입학을 허용하고 2, 3학년은 일반 편입과 마찬가지로 결원이 생길 때만 들어갈 수 있다.
특히 귀국 고등학생에게 민감한 사항은 대입 특례 입학과 관련해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에 편입하는 것. 서울대는 2008년 특례 입학을 폐지했지만 연대와 고대를 비롯한 대다수 대학에서 영어와 수학, 영어와 국어 혹은 면접 등으로 선발한다. 특례 자격과 선발 기준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나, 국내 학생에 비해 응시 과목 부담이 적다는 것은 장점. 하지만 과별 모집 인원은 한두 명이라 경쟁률이 20대 1~40대 1에 이른다. 의과대나 사범대는 모집 정원 자체가 없는 경우도 많아 대입 특례 관문이 좁은 실정이다.
가장 어려움을 겪는 건 중학교 귀국 학생이다. 귀국 학급이 있거나 귀국 학생을 위한 특별 시간제를 도입한 중학교는 전국 통틀어 3곳. 중학 과정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갈 수 있지만 그마저도 녹록치 않은 것이 현실. A중학교 귀국 학급은 귀국 학생은 소수, 우리말을 거의 하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의 아이와 외국 학생이 다수이므로 귀국 학생들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B중학교 귀국 학급은 특례 편입이 미달되었을 경우에만 일반 편입을 뽑아 해외 거주 연수가 적으면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초등학교 귀국 학생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나마 적응이 쉬운 면이 있고 그 수가 많다 보니 귀국 학급을 운영하는 학교도 많다. 귀국 학급이 있는 초등학교는 2010년 12월 기준으로 서울 5, 경기 3, 대전 2, 부산 5곳으로 총 15개교 424명이 혜택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전체 초등 귀국 학생이 1만4천여 명임을 감안할 때, 귀국 학급의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사각지대에 놓인 귀국 학생들
최근 유학생의 동향은 유학 연령이 낮아 졌고 부모 동반 없이 아이 홀로 유학하는 미인정 유학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짧은 기간(1~3년) 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이 국내 교육 환경에 적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초등 5학년을 마치고 1년 정도 어학연수를 계획해 캐나다로 간 김정호(가명,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생은 기간을 연장해 거의 2년을 채우고 귀국했다. 1년 정도로는 그다지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아이가 그곳 생활을 즐거워해 2년을 있다 왔지만, 돌아온 직후부터 난관이었다. 외국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젖어 있던 정호가 늘어난 학습량 등 빡빡한 한국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했기 때문. 정호 엄마는 “아이가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져 차라리 아이를 다시 캐나다에 보낼까도 생각해봤지만, 그곳에서 정착과 진로 문제도 쉽지만은 않아 고민”이라고 한다. 덧붙여 “‘얻은 게 있는 만큼 잃을 것도 각오했어야 한다’는 주변의 시선이 많이 서운하다”며 “귀국 학생을 조금만 배려해줘도 적응이 훨씬 쉬울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부모의 상사 주재 발령으로 해외에 오래 거주하다 귀국한 케이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국내 기업들의 해외 발령 기간은 대개 3~5년, 길게는 6~7년인데 국내 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아이들이 돌아와 갈 곳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귀국 학생을 수용하는 초·중학교가 적고, 고등학교는 특례로 편입하면 대입에서는 특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막연하다.
특례를 이용해 외고에 자녀를 입학시킨 김혜정(가명)씨는 “막상 과정이 너무 어려워 따라가지 못하는 자녀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초등 5학년 때 헝가리로 간 윤희선(가명, 경기 성남시 서현동) 학생은 그곳에서 고1에 해당하는 9학년을 마치고 귀국, 한국 학제에 따라 다시 고1로 입학하려 했다. 하지만 인근 고등학교 관계자가 “귀국하는 아이들이 적응하지 못해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중학교 편입을 권유함에 따라 중3으로 낮추어 편입했다. 희선이 엄마는 “그래도 우리 아이는 운이 좋아 인근 중학교에 갈 수 있었지만, 처지가 비슷한 귀국 학생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왔다 갔다 하다가 학교마저 먼 곳으로 배정받아 삼중고를 겪기도 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해외 거주 2~3년 이상에 10학년 이상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자격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입 특례마저도 받을 수 없어 앞으로도 걱정이다. 엄청난 학습량에 아이는 벌써부터 기가 죽었단다.
국내 교육 환경 적응,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 필요 
반면 귀국 학생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일반 학급이 30여 명인 데 반해 귀국 학급은 10명 이하”라며 볼멘소리를 내는 학부모들은 외국어 실력이 앞서 나가는 것만도 부러운데, 학교에서 특별 대접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선 교사는 “일부 귀국 학부모들이 외국과 국내에서 유리한 점만을 취하려는 모습을 보여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 ‘귀국 학생 웹 서비스(return.sen.go.kr)를 개설, 귀국 학생들의 국내 적응을 돕고 있다. 웹 서비스에는 학교별 귀국 학급의 지원 자격과 운영 방침이 상세히 안내되고 학년별 교육 자료와 사회, 문화 적응 자료들이 있다. 서울시교육청 이향하 장학사는 “향후 웹을 통한 서비스뿐만 아니라 귀국 학급 활성화로 좀더 다각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외국민연구소 유정규 대표이사는 “귀국 학생들이 국내 교육환경에 잘 적응하려면 유학 중에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 학교의 수학은 SAT(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 수준에 그치므로 국내에서 대입 특례를 치르려면 유학 중에도 인강 등을 활용해 국내 수준의 공부를 해야 하고, 국어 교과서 등 한글 책도 꾸준히 읽어야 한다”며 현실적인 대비를 강조했다. 대학 입학 시 면접과 서류도 중요한 평가 요소이므로 외국에서 학업과 교·내외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필요하다. 

심아진 리포터(jaran72@yahoo.co.kr)
도움말 이향하 장학사(서울시교육청)
·유정규 대표이사(재외국민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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