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我저씨 ''PGA 습지생태연구소 한동욱 소장''

지역내일 2011-04-26

장항습지 보존은 내 삶의 목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 중에서)

 장항습지는 그에게 꽃이었을까? 장항습지에 이름을 붙여주고,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세상에 널리 알린 사람. PGA 습지생태연구소 한동욱 소장을 만났다. 그는 한강하구 대표 습지로 등록된 장항습지와 산남습지에 이름을 붙여 준 사람이다. 또한 장항습지의 보존가치를 널리 알리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인간의 개발로부터 습지를 보호해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한국어린이식물연구회(어식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아내는 고양시 토박이다. 이곳이 고향이다. 아이에게 고향이란 의미를 심어주고 싶어 의미있는 일을 찾던 중 지역 아이들과 식물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대학에서 식물학을 전공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1995년부터 아이들과 함께 일산 주변의 들꽃과 식물들을 공부했다. 97년 호수공원 생태학교를 진행하면서 전반적인 생태학교 프로그램으로 전환했고, 현재까지 야생식물보호운동, 학교숲운동, 습지보호 등 다양한 생태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어식연을 시작했을 당시 일산은 개발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그러면서 정발산과 성라산의 야생화 군락, 정발산 습지 등이 사라져버렸고, 이를 잘 지켜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식연 활동 중 아이들과 함께 고봉산 습지를 찾아가 반딧불이를 찾아보자고 했다. 반딧불이는 깃대종으로(깃대종은 생태계의 여러종 가운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종으로, 그 중요성으로 인해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생물종이다) 이를 발견했다는 것은 생태적으로 보존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반딧불이 한 마리를 채집하게 된 계기로 고봉산살리기 운동을 본격화했다. 그 때 고봉산은 택지개발지구로 예정돼 있어 사라질 위기에 놓였었다. 7년여의 시간동안 시민들은 온몸으로 고봉산을 지켜냈고, 결국 고봉산살리기 운동은 난개발에 저항해 도심 녹지를 살려낸 시민운동의 승리로 기록됐다.

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고봉산살리기 운동을 하면서 고봉산 습지는 물론 인근 다른 습지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1990년대 말 군부대를 설득해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던 장월평천하구(산남습지)를 출입하게 됐다. 그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야생동물의 먹이를 나눠주고 새를 관찰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지역을 넓혀 행주산성 밑에서부터 장월평천하구까지 1년간 탐사를 했다. 멸종위기의 재두루미와 버드나무 군락을 발견했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덕분에 고라니와 저어새 등 야생동물도 많이 발견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한강하구를 둘러싼 개발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대로 두어선 안되겠다 싶어 한강하구시민연대를 만들었다. 처음엔 아이들과 함께 한강하구를 보호하는 교육과 생태활동을 펼쳤다. 일산대교 공사를 시작하게 되면서 시민단체와 힘을 합해 보다 적극적으로 한강하구 보호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6년 마침내 한강하구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게 됐다. 습지보호지역을 국가보고서에 기록하기 위해선 습지의 정식명칭이 필요했다. 장항IC 가운데 위치한 곳은 장항습지로, 산남리 가까이 있는 곳은 산남습지로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러면서 장항습지가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장항습지의 생태적 가치와 장항습지만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10년 가까이 장항습지의 생태를 조사해 왔고 3편의 논문을 발표중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장항습지는 동아시아지역에서 현재까지 보고되지 않은 생태학적 가치를 담고 있다. 장항습지는 맹그로브 습지와 같은 생태계 시스템이다. 맹그로브 습지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맹그로브게다. 맹그로브게는 땅 속에 굴을 뚫어 나무의 뿌리가 숨을 쉴 수 있도록 돕는다. 장항습지는 선버들과 말똥게의 공생관계로 보면 된다. 말똥게는 버드나무가 습지에서 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맹그로브게나 말똥게는 물이 빠질 때 물 밖에서 섭식을 한다. 즉 조석간만의 차가 있어야 살 수 있다. 그러나 수중보(강의 물길을 막아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만드는 보)가 생기면 물이 빠지지 않아 말똥게가 섭식을 할 수 없게 된다. 말똥게가 사라지면 버드나무 군락도 사라지게 된다. 현재 장항습지는 멸종위기종인 재두루미를 비롯해 3만5천여마리 이상의 조류들이 관측되고 있으며, 붉은발 말똥게의 국내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장항습지의 람사르 등록을 추진 중이라 들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환경부는 2005년부터 장항습지를 람사르(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에 등록시키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답보상태다. 장항습지와 인근 한강하구는 개발사업과 맞물려 있는 곳이다. 경인운하와 한강르네상스사업, 한강시네폴리스 사업 등 3개의 개발축 안에 포함돼 있다. 이는 모두 강개발을 전제로 하는 사업으로 람사르에 등록하려면 관계부서의 협의가 있어야 한다. 서울시와 경기도, 김포시 등 이해당사자들은 저마다의 이권 때문에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 고양시에서 자체적으로 추진하려는 시도는 있었으나 고양시 자체는 등록 추진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 원래 환경부에서 서류를 작성해 람사르에 제출해야 하는 것이기에 현재까지 그 가능성이 요원하다. 람사르 협약은 시민사회가 주도하는 협약이다. 람사르 습지로 인정받게 되면 시민들이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기여해야 하며 협약을 이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람사르 습지를 늘리고자 노력하는 시민 모임과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시의회에서 람사르 습지 등록을 추진하기 위한 의원들의 모임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내 삶의 단기목표는 장항습지를 보존하는 것이다. 고양시 모든 사람들이 장항습지는 우리의 보물이라 인식하고, 생태계 보존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수중보이전과 한강개발 사업 등 지금 장항습지는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올해 안에 한강변 철책이 제거될 예정이다. 그동안 이 철책 덕분에 한강하구에 사는 야생포유류와 조류들이 보호를 받아 왔다. 사람들의 출입이 많아지면 분명 이것들이 감소하면서 생태계의 위기가 올 것이다. 지금 현재의 생태계를 잘 보존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이를 근간으로 나의 연구는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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