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我저씨 옹기전문가 고성광

지역내일 2011-04-29

우리 전통 옹기의 세계화, 이뤄내야지요
 
 오래 묵힌 장처럼, 깊고 진득한 옹기사랑에 빠진 이가 있다. 처음엔 옹기에 담근 장맛에 반해 옹기를 수집했다는 옹기전문가 고성광 씨. 그는 이제 단순한 컬렉터가 아니다. 수집한 옹기가 하나 둘 늘어갈수록 “예쁘고 기특한 옹기들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자료를 모으고 연구한 지 15년. 옹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니며 유물을 수집하고 그 속에 담겨있는 과거와 지역을 담아내려 노력해 온 결과, 지난 해 9월 열린 ‘2010 울산 세계옹기문화엑스포’의 유물감정위원이자 큐레이터, 도록 편집책임을 맡아 70만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전통 옹기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큰 행사를 “외국인들의 관광코스인 우리 고장, DMZ 인접지역이나 고양시에서 열린다면 옹기의 우수성은 물론 옹기에 숙성시킨 된장, 고추장, 김치 등 우리 음식문화의 세계화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고성광 씨. 그의 꿈은 옹기의 세계화다. 

옹기에 담근 된장 맛에 반해 옹기와 인연을 맺다
 옹기와 인연은 항아리에 담근 된장에서 시작됐다. 고양시청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 항아리에 장을 담그면 장맛이 좋다는 말에 옛날옹기에 장을 담갔다고. 그때 옛날옹기와 최근 만들어진 옹기, 플라스틱통 등 다양한 그릇에 장을 담갔는데, 옛날옹기에 담근 장맛이 기가 막혔다. 같은 메주로 띄운 된장 맛이 어떤 그릇에 숙성시키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옹기’가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모름지기 사랑은 관심에서부터 비롯되는 것. 옹기에 관심을 갖게 되니 궁금한 것도 많아 수집하고 공부하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옹기자료를 찾기 위해 국회자료실, 대학박물관 등을 찾아다녔지만 당시만 해도 전문가들이 저술한 책이 거의 없었다. 옹기가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그릇이다 보니 저술한 자료가 거의 없고 구전으로 정리된 것들이 대부분이라 어려움이 많았다”는 고성광 씨. 그렇게 15년 동안 모은 옹기가 1만 5000여 점을 훌쩍 넘었고, 그가 정리하고 연구한 자료들은 문화재청이나 고고학자들도 찾아와 요청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가 됐다.
 덕분에 그가 운영하는 원당동에 있는 음식점은 옹기 때문에 더 유명해졌다. 1층 식당에서 고성광 씨의 사무실이자 연구공간이 있는 2층에 오르는 계단은 전국팔도에서 모인 다양한 모양의 옹기들로 발 디딜 틈만 겨우(?) 있는 정도다. 뿐인가. 한쪽 벽에 서가를 빼고는 사방이 온통 옹기천지. 좁지 않은 앞마당 뒷마당에도 옹기가 가득하다.
 “옹기를 장 담그는 항아리 정도로 알고 있지만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옹기가 사용되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대로 똥장군부터 찻물동이, 연탄아궁이, 등잔, 굴뚝, 질화로, 시루, 약탕기, 젓독, 망와, 다리미받침, 다듬이돌, 숯단지, 약품단지, 물두멍 등 종류만도 수백 가지. 여기에 종류마다 지역별, 시대별 옹기도 천차만별이다. “옹기는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신통한 그릇”이니 수집과 연구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단다. 이제 옹기는 그의 개인적인 즐거움의 차원을 넘어서 책임감과 의무감도 느낀다고 한다.

옹기는 유일하게 숨을 쉬는 그릇, 그 우수성의 정립과 전파가 절실하다
 옹기의 가장 큰 특징은 유일하게 숨을 쉬는 그릇이라는 것. 도자기처럼 매끈하고 수려하진 않지만 공기를 통과시켜 담겨 있는 음식의 맛을 최상의 상태로 끌어올린다. 이번 엑스포에서 베트남, 중국, 일본 등지의 옹기들이 전시됐지만 우리 전통옹기의 우수성을 따라올 옹기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옹기는 우리나라에서 천대받지만 임진왜란 때 옹기장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전파된 일본옹기는 오히려 전문가들의 연구가 활발하고 인정받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우리 전통옹기에 대한 연구가 오히려 교토에 있는 ‘한국전통연구소’에서 더 깊이 이뤄지고 있고 더구나 이곳이 사설연구소라는 것에 문화계 인사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일침을 놓는다.
 옹기는 다른 용기들과 다르게 단면을 잘라보면 지층과 같은 구조를 갖고 있다. 그것이 동남아 옹기들이 따라 올 수 없는 우리 장인들의 비결이다. 각 층과 층 사이에 미세한 틈은 공기를 순환시켜 그 안에 담긴 음식이 맛있게 발효되도록 돕는다. 또 도자기와 옹기의 두 번째 차이는 도자기는 흔적을 남기지만 옹기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도자기 유물은 많아도 옹기유물을 발견했다는 뉴스는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렇다면 도자기보다 많이 사용됐던 옹기는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그 비밀은 옹기를 만드는 재료 속에 숨어 있다. 옹기에 들어가는 재료는 흙과 부엽토, 재가 전부다. 자연에서 온 이 재료들은 모두 흙으로 돌아간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옹기는 그래서 철저히 자연친화적이다.

옹기에 숙성시킨 우리 전통음식 세계화 시켜야
 옹기에 관한 한 할 얘기가 너무 많다는 고성광 씨의 꿈은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DMZ 인접 지역이나 고양시에 우리 전통옹기전시관을 마련하는 것. “고즈넉한 산사의 장독대에 옹기들이 수없이 정렬해있는 모습은 외국인들이 다 감동받는 풍경”이라며 “각양각색 다양한 옹기가 DMZ 관광지역에 늘어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외국인들이 감탄사를 연발한다. 옹기도 감상하고 그 안에 전통방식으로 제대로 숙성시킨 우리전통음식을 외국인에 맞게 개발해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린다면 그보다 큰 민간외교가 어디 있겠는가.” 발효식품 치즈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듯 옛날 옹기와 전통 장류가 빚어내는 맛 또한 세계화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믿는다. 그의 꿈은 이번 옹기엑스포를 진행하면서 더 확고해졌다.
 옹기엑스포를 준비하면서 구제역 때문에 일정이 연기되기도 하고, 350여 점의 귀한 옹기들이 파손 없이 용도와 시대별로 구분하고 전시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작은 외고산 마을이 전국에서 또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관람객들로 성황을 이루는 것을 보고 “귀한 옹기를 얻었을 때의 전율”과 같은 감동을 느꼈다고. 지리적으로 먼 울산 외고산에서도 성공했는데 원흥동이 청자도요지이기고 하고, 한류월드의 근거지인 고양시에서 한국옹기문화축제가 열린다면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본업은 아내에게 맡겨 늘 미안하다면서도 지금도 옛날 옹기가 있다면 천리를 마다않고 달려가는 옹기박사. 덕분에 조상의 손때 묻은 소중한 유물들이 그의 앞마당에서 안식을 찾으니 참 고마운 일 아닌가.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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