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인재 경기 파주시장

지역내일 2011-05-17

“우리의 절박함이 LH 움직였다”
운정지구 일단 회생 … 책방거리로 문화단지 조성  “대외적 화려함 버리고 내실을 채우겠다”

 “파주 운정3지구는 일단 지옥을 탈출했습니다.”
이인재 경기 파주시장은 취임 이후 정신없이 10개월을 보냈다. “일복이 터졌다”는 이 시장의 말처럼 한꺼번에 대형 사고가 몰려왔다. 특히 운정3지구 사태는 LH사태의 대표적인 사건으로 다뤄진 전국적 이슈였다.
 운정3지구는 주민들이 이전할 땅을 사기 위해 금융권 대출을 받으면서 문제가 됐다. 대출금은 대략 1조2000억원. 하지만 2009년 개발이 전면 중단되면서 1706명의 주민이 2년 가까이 대출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사업재개는 절박했고 사업이 취소될 때는 최악의 사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파주시는 3월 대부분의 신도시급 개발사업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 시장은 “사업 취소지역에서 파주가 유일하게 빠졌다는 게 중요하다”며 “이제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주민들의 금융부담을 최소화하는 과정에서 운정3지구 사업을 제대로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LH가 우리만 봐줘서 살아남은 게 아니다”며 “그만큼 우리의 심정이 절박했기 때문에 LH를 움직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파주시가 운정지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과정에서 돌출한 사건이 대북단체의 전단날리기다. 그는 “전단날리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안 보이는 곳에서 얼마든지 날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파주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출판단지다. 최근 파주시는 이곳에 책방거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4월 현재 한길사 등 22개 업체가 책방을 개설했다. 올해 안에 29개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 시장은 “출판단지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사업”라며 “책 전시 수준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책도 즐기고 차도 마시고 밥도 먹는 복합문화단지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주시는 최근 접경지역특별법과 노인복지법의 의미있는 개정을 이끌었다.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법률 개정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이 시장은 “법 개정에 나선다고 하니까 처음엔 공무원조차 어이없어 했다”며 “이번 법 개정을 통해 공무원들도 많은 것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취임한지 10개월이 지났는데 소감을
 일복이 많아서인지 그동안 누적됐던 문제가 일제히 터졌다. 구제역 운정지구 이화여대 등 정신없이 터지면서 10개월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다.
 LH의 신도시급 개발사업에서 유일하게 파주시만 살았다.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LH가 우리를 봐줘서 살아난 게 아니다. 우리의 절박함이 파주시를 살려낸 것이다. 다시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파주가 반쪽이 날 수 있었다.
 또 최근 60년간 파주지역을 옥죄던 각종 규제를 상당히 완화할 수 있는 접경지역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뭔가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이번에 통과된 접경지역특별법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수도권, 군사지역 규제법과 같은 동급의 법으로 이제 상황에 따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접경지역 13개 시·군 모든 국회의원과 시장, 군수들 모두 고생했다. 매주 꽃바구니를 안경률 상임위원장에게 보냈다. 상임위 국회의원들이 회의에 들어가는 입구에 서서 인사까지 했다. 상임위 위원들이 모두 비수도권 사람들이다. 접경지역은 한명도 없었다. 

무엇보다 파주 운정3지구 사태에 대해 묻고 싶다. 현황과 앞으로 전망은 어떻게 보나
 운정3지구는 현재 실무적으로 협의를 하고 있다. 올해 안에 실시설계가 들어간다. 올해를 넘기면 자동 무효화될 상황이었다. 금융기관이 주민들의 대출기한 납부 경매 등을 연장해주고 있다. 아무래도 가능성이 보이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
 파주시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LH와 머리를 맞대고 규모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공공시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예정이다.
 크게 보면 일단 사업이 재개된 것이다. 파주만 살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취소됐다. 일단 지옥에서 탈출할 것이다.

대북 민간단체의 전단날리기를 놓고 단체와 주민간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날리고자 하는 사람들만 애국심이 있는 것 아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무섭냐고 하는데 이것은 파주시에 대한 모욕이다. 이미 북한은 연평도를 실제 포격했고 인민무력부 성명으로 전단을 날릴 경우 그곳을 조준사격하겠다고 발표했다. 적의 위험이 현존하고 있는데 어느 시장이 대북전단을 날리라고 하겠느냐.
 대북 단체가 굳이 전단을 날리고 싶다면 안 보인데서 몰래 하면 된다. 왜 보이는 곳에서 언론까지 불러서 시끄럽게 해 남남갈등만 일으키느냐. 쇼는 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 최근에 날린 전단은 연천으로 떨어진다.
가뜩이나 천안함 사태 이후 관광객이 반으로 줄었다. 우리보고 죽으라는 얘기지 무엇인가. 

파주시는 대표적인 출판도시다. 최근 책방거리를 추진하고 있다는데
 출판도시는 태생 자체가 산업단지다. 소관부서도 지식경제부다. 책을 찍어내는 곳이다. 출판사나 배송회사도 있다. 공단처럼 돼 있다.
 생명력을 불어넣으려고 한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책도 보고 필요하면 책도 싸게 팔고 차도 마시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행사도 하고 즐기는 그런 곳으로 만들 계획이다.
출판단지를 밤에 가면 서울 출퇴근자가 많아 평양거리만도 못하다.
 출판인들만의 공간을 넘어야 한다. 올해 50개 이상의 서점이 들어선다. 50개 서점이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문화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면 평면적인 전시회를 넘어 공연이나 먹을거리, 축제 등 다양한 문화사업이 접목될 수 있다.
 자리만 잡는다면 주말이면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1년 내내 책 관련 축제와 행사가 이어질 것이다. 

최근 잇따라 파주시가 앞장서 접경지역특별법과 노인복지법을 개정했다. 기초자치단체가 나서서 법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은데
 예전엔 도나 시·군이 법을 개정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경기도 국장시절 골프장에 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법을 바꿨다. 당시 경기도가 바꾼 법이 23개다. 지자체가 입법권은 없지만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이나 중앙부처를 통하면 얼마든지 개정이 가능하다.
 파주시 공무원들도 처음엔 지자체가 어떻게 법을 바꾸느냐며 콧방귀를 뀌었다. 파주시 공무원들도 이번에 많을 것을 느꼈을 것이다. 

올해 파주시 방향을 듣고 싶다
 올해 파주시는 기본이 흔들렸다. 부채는 많고 교육투자는 최하위권이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파주시의 이미지에 비해 상처입고 힘들었던 10개월이었다. 우리의 치부를 공개하고 수술을 했다. 부채 250억원을 갚았고 교육분야에도 200억원을 투자했다. 운정3지구도 큰 전환을 이끌었다.
 ‘우리 파주는 잘 나갑니다’고 자랑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파주시는 대외적으로 분칠만 했지 건강은 안 좋았다. 이번에 건강검진을 하고 환부를 도려냈다. 지금 추진하는 사업이 제대로 마무리된다면 재정건전성도 되찾을 수 있다. 원기만 회복하면 치고 나가는 해로 만들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화려한 것을 버리고 실질적인 것을 취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달라
 주민들에게 법 때문에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게 시장 역할이 아니다. 시장은 법을 뛰어넘어야 한다. 법 때문에 안된다면 법을 바꿔야 한다.
 주민이 요구하는 것에 비슷하게 갈 수 있다면 대안도 제시하고 함께 가야 한다. 실무자 수준의 얘기만 앵무새처럼 하면 그게 무슨 시장이냐. 돈이 없다는 말도 시장이 할 얘기가 아니다. 주민들이 잘못 판단한 것이 있다면 지적하고 일단 30%라도 만족시키고 단계별로 가야한다.
 노인복지법도 민원이 시작된지 7년이 넘었지만 해결을 못하고 있었다. 법을 바꾸자고 했다. 그래서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자체 6곳과 힘을 합쳐 법을 바꿨다. 맥을 아는 게 중요하다. 주민들의 어려움에 안된다는 말만 하는 사람은 무능한 시장이다.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 항상 그런 자세로 일을 하겠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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