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체육인을 찾아서 - 고양시산악인동우회

지역내일 2011-04-26

우리는 산의 사람들

 최영선 씨는 지난해 6월에 고양시산악인동우회(회장 염범섭, 이하 고산동)에 가입했다. 건강검진을 갔다가 신체 나이가 65세라는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크게 심각하다고 꼭 운동을 하라고 권유를 받았어요. 산에 가면서 건강도 회복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었는데 혼자 가긴 그렇잖아요. 인터넷으로 산악회를 찾다가 우연찮게 고산동을 알게 됐죠.”
 최 씨는 처음 나간 산행에서 대장들의 부축을 받으며 내려왔다. 지금은 ‘산 좀 타는’ 회원에 속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성격도 달라지고 신체 나이를 되찾으니 더욱 좋단다. 
 고산동에는 최 씨와 같은 회원들이 적지 않다. 산이 좋아 나왔다가 사람이 좋아 가족처럼 어울린다. 9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고산동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술 마시는 관광버스’ 없는 산악회
 고산동은 산행을 마치고 오는 차 안에서 ‘절대 휴식’을 취한다. ‘배려, 존중, 협력’을 회훈으로 정하고 노력한 결과다.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5년 전, 새로 꾸려진 임원진들이 유흥문화를 없애기 시작했다. 술 즐기는 회원들은 하나 둘 빠져나갔다. 대신 술보다 산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술로 맺는 인간관계보다 건강을 위한 산행을 중요하게 여겨도 회원은 줄지 않았다. 
둘째, 넷째 주말에는 정기 산행을 간다. 나머지 주말은 자유로운 ‘번개 산행’이다. 정기 산행 신청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받는다. 신청할 때 좌석을 고르는 ‘지정석 제도’를 운영한다. 덕분에 공지를 내보낸 후 2시간 정도면 마감이 끝난다. 
 “일반 산행을 가보면 어디 앉을지 잘 모르죠. 여자들은 앞으로 많이 앉으려 하고 혼자 온 사람은 어색하고. 저희는 신청한 자리에 명찰을 붙여 놔요.”
총대장 김용선 씨의 말이다.
 명찰에는 이름보다 인터넷 카페 별칭이 더 크게 적혀 있다. 여성부회장 김금자 씨는 이를 두고 “나를 좀 벗어나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가위, 판소리, 실개천, 거북이, 북두칠성 등 별칭도 다채롭다.
소모임도 활발해서 회원들끼리 번개 산행을 진행하기도 하고, 경조사를 서로 챙겨주기도 한다. 나눔회라는 모임은 산행 때마다 커피 값을 한 푼 두 푼 모은다. 올 초 시작해 벌써 34만 원 가량 모았다. 연말에는 불우이웃 돕기 등 값진 일에 쓸 계획이다.
 산에 가기 전에는 반드시 답사를 진행한다. 오를 때는 총대장과 5명의 대장이 무전으로 연락하며 선두와 후미까지 빠짐없이 챙긴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합리적인 운영으로 ‘술 마시는 산악회’의 이미지는 완전히 벗었다. 그 대신 ‘진짜 산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올해 목표는 백두대간 한북정맥 종주
 고산동은 정기 산행 때면 우리나라 ‘100대 명산’을 오른다. 올해에는 ‘한북정맥’을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한북정맥은 백두대간의 추가령에서 서남으로 갈라져 백암산, 수피령을 지나 현달산, 고봉산, 장명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다.
 “고양시 파주시가 그 한북정맥의 줄기 안에 있어요. 우리가 사는 이 땅이 과연 어디서 나온 산줄기인지 답사도 할 겸, 의미 있게 하자고 했죠.”
염범섭 회장의 말이다.
 한 해를 시작할 때는 산행을 마치고 ‘시산제’를 지내는데 전통 복장을 모두 갖추고 엄숙하게 진행하는 것이 남다르다. 이 밖에도 매년 한 차례 씩은 나라 밖 멀리 있는 산들을 찾아 떠난다. 지난  해에는 중국으로 산행을 다녀왔다. 비용은 매달 적금을 모아 마련한다. 또 쭈꾸미가 많이 나는 철에는 강화도 고려산을 오른 다음 쭈꾸미를 함께 먹는 ‘쭈꾸미 산행’도 떠난다. 먼 지역에 있는 산에 갈 때는 무박 2일 다녀오는 ‘무박 산행’을 진행한다.
일단 산에 가기로 결정하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버스는 무조건 출발이다. 산 아래 도착해서도 날씨가 나쁘면 다음에 다시 도전한다. 그래서 이름 지은 것이 ‘재도전 산행’이다. 그러다 지난해 가장 춥던 겨울날, 무전기도 휴대폰도 작동이 안 돼 산에 오르던 이들이 단체로 동상에 걸리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고산동 회원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염범섭 회장은 이렇게 말하며 각오를 다졌다.
 “북한까지는 못가지만 한북정맥 수피령에서 장명산까지 185km를 꼭 종주 할 겁니다. 긴 구간은 10시간도 걸리지만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면서 12월 넷째 주 까지 다녀올 겁니다. 우리는 진짜 산 사나이들만 모인 산악회예요.”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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