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 전도사, 케빈 리

지역내일 2011-05-30 (수정 2011-05-30 오후 3:48:10)

 “대한민국 교육문제요? 디베이트가 해법이죠!”


 
우리는 아이들이 입시 위주의 수렁에서 벗어나길 바라면서도 그 수렁 속으로 아이들을 떠밀고 있다. 다수의 길이 그나마 안전(?)하다는 생각에 무리 속 이탈은 쉽지 않다. 이 나라 교육 현실에 답답해하는 우리 마음을 미국에서 날아온 한 남자는 알고 있는듯했다. ‘대한민국 교육을 디베이트로 바꾸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태평양을 건너왔다니 말이다. 그의 표현 그대로라면 “폭탄을 마음에 품고 현해탄을 건넌 심정”이란다. “디베이트란 씨앗을 뿌려 한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야 말겠다”는 그. 디베이트 전도사, 케빈 리(한국명 이경훈)를 만나보았다.



“일 년에 서너 차례, 한국에 올 때마다 디베이트의 중요성을 강조했어요. 제가 만난 모든 분들이 공감하셨죠. 용인외고 강연 이후 디베이트 팀이 열 팀 넘게 꾸려졌다는 후문도 들었으니까요. 근데 이상해요.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데 돌아오면 잠잠해요. ‘아, 모두들 중요한 건 아는데 엄두를 못 내는구나, 내가 나서야 하나…’ 이런 고민을 할 때 쯤 입학사정관제 소식이 들렸어요. ‘드디어 한국에서도 디베이트가 꽃피울 때가 왔구나’. 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죠.(웃음)”


‘왜’ ‘어째서’ ‘어떻게’를 따지자구요
디베이트에 대한 그의 확신은 오랜 해외경험에서 나왔다.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한국 학생 중 중도 포기자수가 상당했던 것. 미국 교수들을 인터뷰하니 “한국 학생들은 입학 외엔 목표가 없다. 수업시간에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제대로 공부하는 법을 모른다” 등 혹평이 쏟아졌다. 주입식, 암기식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 그. 학생들에게 ‘왜’ ‘어째서’ ‘어떻게’를 따지자고 부추기고 격려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시절, 누구나 그랬듯이 그는 암기 공부만으로 소위 최고학부라는 서울대에 입학했다. 하루 네 시간만 자고 공부해 모든 과목을 3번 이상 리뷰 할 정도로 완벽(?)한 준비였다고. 그러나 대학의 세미나식 수업에 참여하면서 그는 좌절과 맞닥뜨린다.
“개별 자료는 이해했는데 취합해서 내 생각을 보태려면 막막해지더군요. 그런 수업에 대한 준비도 경험도 전무했던 거죠.”
본의 아니게 꿀 먹은 벙어리 노릇에 고문관 소리까지 듣던 그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당황스러운 기억. 이후로 그는 일반화를 꽤나 경계한 거 같다. 의례적이던 대기업 입사를 마다하고 통일, 마케팅, 컴퓨터와 관련된 책을 썼고 ‘권력을 구경(?)하기 위해’ 신문사에 입사했으며 ‘한국 밖에서 한국을 보고 싶어’ 중국과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했다니 말이다.
“아마 부품적인 일에 종사했다면 좌절했을 거예요. 남들과 다른 생각, 구상과 계획, 필요한 일로 만들어내는 게 적성에 잘 맞았죠. 한인사회 교육 문제를 풀 방법으로 디베이트를 착안하고 확산시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학생들을 주도적 창의적으로 변모시키는 놀라운 디베이팅       
미국에서 <미주교육신문>을 창간하며 교육전문가로 탈바꿈한 그는, 6년 동안 캘리포니아 주에서 디베이트 대회를 일곱 번이나 개최하는 등 확실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게 하는데 공헌했다. “시작하면 집요하게 파고들죠. (오른쪽 귀를 보여주며) 여기 좀 보실래요. 다섯 번이나 수술했더니 이 모양이네요. 하하” (그의 귀는 흡사 레슬링선수처럼 불거지고 짓눌린 모양. 의사는 일종의 스트레스 발현증상이라고 했단다.)
디베이트를 통해 수많은 학생들이 주도적이고 창의적으로 변화함을 목격한 그는 한국에서도 디베이트가 가장 좋은 교육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단언한다.
“디베이트에는 11가지 장점이 있어요. 자료리서치, 비판적 읽기, 스피치와 듣기, 쓰기는 4대 언어 능력을 자연스레 통합하고요. 인터뷰, 리더십, 봉사활동은 기본이 되죠. 수많은 사례를 통해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성숙하게 파악할 수 있어 인성교육과 시민의식에 도움을 줍니다.뿐 만 아니라, 미국에서 각광받고 있듯 한국 입시에서도 분명히 주목받으리라고 생각해요.”


부모 역할은 가르치기에서 좋은 교육활동 공급자로
최근 SAT만점, 하버드대 합격으로 화제를 모은 이예담(19)양은 바로 케빈 리의 딸. 부모로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남다른 비결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우선 2시간씩은 빈둥거리게 하세요. 엉뚱한 생각을 격려하고요.(웃음) 또 하나, 부모가 크리에이티브(Creative)하게 접근하는 만큼 아이가 반응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군요. 예담이가 4학년 때 추리소설에 관심을 보였어요. 책을 한권 샀는데 두꺼우니까 읽지 않더군요. 예담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등장인물은 모두 주변인물로 바꿔 ‘예담 탐정이야기’로 만들었죠. 누구는 악역에서 빼달라는 등 관심을 보이더니 어느 순간 범인까지 척척 맞추더라고요. 그때부터 책 읽기에 푹 빠져 지금은 너무 읽어서 걱정일 지경이에요. 하하”
5학년 때부터는 디베이트도 가르쳤단다. 격주로 한 가지씩 주제를 정했는데 4년이 지나니 환경·법률·교육·가족·정치·군사 등 100가지 주제가 넘었다고.
“얼마 전에 아이의 기숙학교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했어요. 자기도 놀라고 당황했을 텐데 친구들에게 밥을 해 먹이며 마음을 다독였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절로 판단이 섰다면서. 디베이트 경험은 곧 좋은 삶의 경험이 될 수 있어요.”   
 
토론 =/= 디베이트 
백분 토론, 끝장 토론, 맞장 토론 등 다양한 토론이 펼쳐지는 한국사회는 이만하면 이미 토론공화국 아닌가? 그는 “토론과 디베이트는 다른 개념이다. 그러나 아직 디베이트를 대신할 만한 말을 찾지 못했다. 당분간은 그냥 부르기로 하자”고 전제한다.
디베이트의 사전적 의미는 ‘형식이 분명한 토론’. 그의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제가 정의하는 디베이트는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제시된 주제와 관련된 리서치 준비를 마치고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서 ▲형식이 분명한 토론 과정을 거쳐 ▲주제에 대한 깊고 논리적인 인식을 추구하고 ▲팀워크와 리더십을 함양하며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스피치 훈련 프로그램이에요.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토론과는 분명 차별성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디베이트의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그는 책을 썼다. <대한민국 교육을 바꾼다 - 디베이트>, 일종의 개념서란다. 지난 12월, 한국에 도착한 이후 하루 8시간 씩 강연하며 60여 명의 코치도 양성했다. 5월 29일에는 전국 96개교, 200여명의 초중고생이 참가하는 첫 디베이트 대회를 무료로 개최한다. 며칠 만에 마감되는 호응을 보며 앞으로도 크고 작은 대회를 만들어 디베이트를 즐기고 격려하는 축제의 장으로 펼쳐내고 싶다고.
우리 지역에서도 그가 만든 디베이트판이 벌어지고 있다. 판교 삼평중학교에서 교사 대상 특강을 한 이후 방과후 디베이트 교실이 개설됐다는 소식이다. 분당 한겨레문화센터에 가면 전문코치가 진행하는 ‘디베이트 클래스’에도 참여할 수 있다. 팀을 꾸려 신청하면 수강생 일정에 맞춰 맞춤형 개강한다.
“헛똑똑이를 만드는 암기식 교육은 이제 버려야 합니다. ‘왜’냐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게 중요하지요. 저는 지금 디베이트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합니다.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이 매주 모여 디베이트 하는 그날’까지 제 꿈은 진행형입니다.(웃음)”
박신영 리포터 jump1042@hanmail.net



케빈 리는…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했고, 1995년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2년, 캐나다에서 3년을 거쳐, 현재 미국에서 11년째 체류 중
교육 전문가로서
<미국 대학 알고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등 34권 저술
전 미주교육신문 대표
미주한국일보, 라디오코리아, 중앙일보, 주간동아 교육 칼럼니스트
현재 미국의 비영리교육신문 글로벌에듀뉴스(www.GlobalEdunews.org) 대표
디베이트 전문가로서
전 점핑브레인 디베이트 클럽 대표
미국 남가주에서 디베이트를 확산시켜 주요한 교육프로그램으로 만드는데 기여
디베이트 경시대회 7차례 주관 (캘리포니아 주지사상 수상)
부산시 교육청, 용인외고 등에서 디베이트 강연 수십차례 진행
현재 한겨레문화센터 디베이트 양성과정 강사
현재 투게더 디베디트 클럽 (Together Debate Club)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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