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박소희 회장

동네 사랑방 같은 ‘작은 도서관’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친근한 공간으로 자리해야

지역내일 2011-06-20

인천작은도서관협의회 박소희 회장은 인천의 도서관 역사와 함께 해온 산 증인이다. 


공립 연수도서관 건립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도서관 부지선정부터 설계, 운영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연수어린이도서관 개관에도 힘을 보탰다. 

또 북스타트 상임위원을 맡아 연수구와 연계해 북스타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인천 작은 도서관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연수동 늘푸른어린이도서관 관장을 맡아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13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후원의 힘으로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다

박 회장이 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2년 연수구로 이사를 오면서부터다. 


“당시에는 어린이도서관이라는 개념은 없었고 어린이전문서점에서 판매와 대여를 겸하는 방식이었어요. 처음엔 아이 데리고 집 근처 서점에 다니며 책을 읽어주는 평범한 엄마였어요. 서점을 오가며 친해진 동네 엄마들과 의기투합하면서 큰일을 벌인 거죠.”

지금 생각하면 무슨 배짱으로 그런 일을 시작한 건지 모를 만큼 무모하고 용감했다. 

아이들이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도서관을 여는 과정은 어렵고 험난했다. 

“도서관을 마련하기 위해 주점도 하고 바자회도 하면서 후원금을 모았어요.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까울 만큼 정말 바쁘게 돌아다녔죠. 정성이 통했는지 작고 허름한 공간이었지만 도서관을 열 수 있었죠. 그게 98년이니까 벌써 13년 전이네요.”

일단 공간이 허락되니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엄마들이 중심이 된 자원활동가들이 조직되고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특히 외부강사를 초빙하기보다는 엄마들이 직접 배워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방식을 택했다. 

엄마들의 사회적인 활동도 돕고 교육의 주체로서 엄마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아이를 풍요롭게 하는 ‘도서관 나들이’

도서관에서 보내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또래 아이들이 어우러져 지내게 됐다. 내 아이 네 아이 할 것 없이 서로의 아이를 보살피며 때론 야단도 치고 그야말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공동육아처럼 아이를 키웠다.   


“큰 아이 같은 경우는 집보다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을 만큼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있었어요. 여기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고 몸도 마음도 여기서 컸죠. 저 혼자 집에서 끼고 키웠다면 지금처럼 키우지 못했을 거에요. 또래 친구들과 언니 오빠, 동생들, 이모들까지 여러 사람과 스스럼없이 부대끼면서 아이가 눈에 띄게 성장했어요.”

박 회장은 도서관의 역할을 책을 읽는 공간으로만 한정시키지 않는다. 책을 통해 아이는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얻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더 큰 보물을 선물 받는다고 믿는다.  

“예전 대가족 시대에는 아이 키우는 일이 그렇게 버거운 일은 아니었어요. 엄마 혼자 몫이 아니잖아요. 주변에 도와주는 어른들이 계신 만큼 엄마의 책임과 역할도 훨씬 가벼웠죠. 여기도 마찬가지에요. 도서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멘토 역할을 하면서 아이들이 올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보탰어요. 그러다보니 아이 키우기가 훨씬 수월하고 편했죠. 결과적으로도 아이들이 잘 큰 거 같아요. 비단 학교 성적만은 아니고 사회성이나 친화력, 리더십, 문제해결력 등 다양한 방면에서 아이들이 얻은 것들이 정말 많아요. 아이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소중한 자산들이죠.”  


시민 위한 공공 서비스 강화해야

최근 몇 년 새 어린이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높아지면서 인천 지역의 작은 도서관은 수적으로 크게 늘었다. 

물론 지역에 따라 밀집된 곳이 있고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턱 없이 부족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주도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기존의 작은 도서관에서 얻을 수 있었던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예전 엄마들이 중심이 돼 만든 민간 주도의 작은 어린이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의 소통의 공간이었어요. 지역의 아이들이 서로 어울려 놀고 지역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아우르며 보살피고 이웃들 간의 애정이 깃든 따뜻한 공간이었죠.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공립도서관은 태생적인 한계 때문에 지역 주민과 공적인 관계에 머물 수밖에 없죠.”

박 회장은 지역 한 가운데 자리해 소규모로 운영되는 작은 도서관은 시민 위한 공공 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보다 친근한 공간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작은 도서관에서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나 사업을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성공적인 경험과 노하우를 공립 작은 도서관에 적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민간과 공립 도서관이 연계해 지역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살아 있는 공간으로 사람 냄새나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가면 좋겠습니다.”

장경선 리포터 sunny0822@hanmail.net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