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전당대회 후보 도덕성 공방
대부분 엘리트코스 걸어 … 평균 재산 25억
지역구에선 전세, 강남 등에 10억대 아파트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은 31일 TV토론회에서 서로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졌다. 재산과 가족, 병역, 민주화운동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평소 암묵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던 '성역'을 전부 끄집어낸 것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상대방의 도덕성을 문제 삼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경쟁적으로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을 일컫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말하지만, 그들이 책임있는 지도층의 삶에 부합하게 사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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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원희룡 비주류의 길 = 원희룡 후보는 서울대 법대 동기인 나경원 후보에게 "대학 시절 서민에게서 떨어져 있었다.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 후보는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70∼80년대 대학을 다녔거나 사회생활을 한 후보들이 암울했던 시절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따지는 논란이다.
대부분 후보는 70∼80년대 대학 또는 사회생활에서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걸었다.
남경필 권영세 박진 나경원 유승민 후보는 유력 가문에서 성장했거나 유력 집안과 혼인으로 인연을 맺었다. 법조인 또는 공무원, 연구원 등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혼돈의 70∼80년대 별다른 구김살없이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당연한 듯 한나라당에 영입됐다.
박 진 후보는 "한나라당은 서민만 들어와야 하는 당이 아니다"고 했지만, 실제 한나라당에선 서민은 찾기 힘들고, 대한민국 1%로 꼽히는 '엄친아'만 가득한 게 현실이다.
홍준표, 원희룡 후보는 전형적인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둘 다 궁핍한 집안에서 자랐다. 끼니를 걱정했고 독학으로 공부했다. 홍 후보는 주류 검찰과 타협하지 않았던 까칠한 검사로 유명하다. 권력실세와 검찰선배를 구속시키는 강단을 보여줬다.
원 후보는 학력고사 전국수석 출신이지만 반독재·노동운동으로 청춘을 불살랐다. 두 후보는 70∼80년대 '시대'와 타협하지 않은 기개를 보여준 것이다.
◆5명 지역구 밖에 고가 아파트 = 후보들은 부자논쟁도 벌였다. 말로는 서민정치를 얘기하지만 후보 본인은 수십억대 재산을 가지고 호의호식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실제 후보 7명의 평균 재산은 25억6376만원에 달했다.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자산 2억3000만원의 10배를 넘는 액수다.
이들의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이었다. 특히 상당수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에는 전세를 살면서 강남구와 분당구 등 부동산 투기바람이 일었던 곳에 10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박 진 후보는 지역구인 종로에서 4억원을 주고 전세를 살지만 용산구와 과천에 두 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지역구인 중구에선 전세를 살면서 용산구에 11억원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 역시 지역구인 대구 동구엔 소형아파트를 전세냈지만, 강남구와 분당구에 두 채의 아파트를 사 놓았다. 홍준표 후보도 지역구가 아닌 송파구에 13억원대 아파트를 갖고 있다. 권영세 후보도 지역구에선 전세를 살지만 강남구에 16억원 짜리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지난 한해 동안 6명의 후보가 재산을 불렸다. 나 후보가 4억9587만원을 늘려 1위를 차지했고 권영세 유승민 박 진 홍준표 후보도 억대의 재산을 새로 쌓았다. 남경필 후보는 유일하게 1284만원 감소했다.
박 진 후보는 부자논쟁과 관련,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냐는 건데, 편협한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부 후보들이 지역구에선 전세를 살면서 강남구 등에 서민은 평생 살 수 없는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편협한 얘기'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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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엘리트코스 걸어 … 평균 재산 25억
지역구에선 전세, 강남 등에 10억대 아파트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에 출마한 후보들은 31일 TV토론회에서 서로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졌다. 재산과 가족, 병역, 민주화운동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평소 암묵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던 '성역'을 전부 끄집어낸 것이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상대방의 도덕성을 문제 삼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경쟁적으로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을 일컫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말하지만, 그들이 책임있는 지도층의 삶에 부합하게 사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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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원희룡 비주류의 길 = 원희룡 후보는 서울대 법대 동기인 나경원 후보에게 "대학 시절 서민에게서 떨어져 있었다. 민주화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나 후보는 "대학 때 학생운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70∼80년대 대학을 다녔거나 사회생활을 한 후보들이 암울했던 시절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따지는 논란이다.
대부분 후보는 70∼80년대 대학 또는 사회생활에서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걸었다.
남경필 권영세 박진 나경원 유승민 후보는 유력 가문에서 성장했거나 유력 집안과 혼인으로 인연을 맺었다. 법조인 또는 공무원, 연구원 등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혼돈의 70∼80년대 별다른 구김살없이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당연한 듯 한나라당에 영입됐다.
박 진 후보는 "한나라당은 서민만 들어와야 하는 당이 아니다"고 했지만, 실제 한나라당에선 서민은 찾기 힘들고, 대한민국 1%로 꼽히는 '엄친아'만 가득한 게 현실이다.
홍준표, 원희룡 후보는 전형적인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둘 다 궁핍한 집안에서 자랐다. 끼니를 걱정했고 독학으로 공부했다. 홍 후보는 주류 검찰과 타협하지 않았던 까칠한 검사로 유명하다. 권력실세와 검찰선배를 구속시키는 강단을 보여줬다.
원 후보는 학력고사 전국수석 출신이지만 반독재·노동운동으로 청춘을 불살랐다. 두 후보는 70∼80년대 '시대'와 타협하지 않은 기개를 보여준 것이다.
◆5명 지역구 밖에 고가 아파트 = 후보들은 부자논쟁도 벌였다. 말로는 서민정치를 얘기하지만 후보 본인은 수십억대 재산을 가지고 호의호식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실제 후보 7명의 평균 재산은 25억6376만원에 달했다. 대한민국 가구당 평균 자산 2억3000만원의 10배를 넘는 액수다.
이들의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이었다. 특히 상당수 후보가 자신의 지역구에는 전세를 살면서 강남구와 분당구 등 부동산 투기바람이 일었던 곳에 10억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박 진 후보는 지역구인 종로에서 4억원을 주고 전세를 살지만 용산구와 과천에 두 채의 아파트를 갖고 있다. 나경원 후보는 지역구인 중구에선 전세를 살면서 용산구에 11억원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 역시 지역구인 대구 동구엔 소형아파트를 전세냈지만, 강남구와 분당구에 두 채의 아파트를 사 놓았다. 홍준표 후보도 지역구가 아닌 송파구에 13억원대 아파트를 갖고 있다. 권영세 후보도 지역구에선 전세를 살지만 강남구에 16억원 짜리 아파트를 보유 중이다.
지난 한해 동안 6명의 후보가 재산을 불렸다. 나 후보가 4억9587만원을 늘려 1위를 차지했고 권영세 유승민 박 진 홍준표 후보도 억대의 재산을 새로 쌓았다. 남경필 후보는 유일하게 1284만원 감소했다.
박 진 후보는 부자논쟁과 관련, "눈물 젖은 빵을 먹어봤냐는 건데, 편협한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부 후보들이 지역구에선 전세를 살면서 강남구 등에 서민은 평생 살 수 없는 고가 아파트를 소유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으면 '편협한 얘기'로만 치부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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