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천안 YMCA 강당은 그림책을 공부하는 엄마들의 열기로 뜨겁다. 아이들의 전유물로만 알았던 그림책을 공부하는 이들의 모습이 진지하다.
그림책을 읽는 엄마모임(이하 그림책 모임) 신정욱 회장(36). 올해로 모임 3년차다. 그럼에도 발표를 하는 날은 아직도 긴장이 된다. 회원들을 만족시키고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발표를 하려면 어느 정도 부담이 없을 수 없다고. 하지만 신 회장은 발표가 끝나면 자신이 부쩍 성장한 느낌이 들어 부담감을 즐겁게 감당한다.
“단조로운 일상과 한정된 사람들과의 만남에 답답하던 차에 모임을 소개 받았어요. 처음에는 엄마들과의 만남이 즐거워 참석했지만 이제는 그림책 자체의 매력에 더 빠지게 됐죠.”
그림책 모임은 1996년 천안YMCA에서 열린 김중철(어린이책 출판 기획자)씨의 강연이 단초가 돼 시작됐다. 처음 20여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그림책 모임은 이후 각종 강연회와 원화전시회, 슬라이드 제작 등 활발한 활동으로 지역의 그림책 문화를 선도해 왔다. 모임을 거쳐 간 회원은 약 100여명. 그들은 도서관이나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유명 전집이나 베스트셀러 위주로 책을 골라왔다는 신 회장은 모임을 통해 나름 좋은 그림책을 보는 안목을 갖게 됐다. 지금은 유행이나 서평에 의존하지 않고 아이에게 맞는 좋은 그림책을 골라줄 수 있게 돼 뿌듯함을 느낀다. 또 아이들에게 많은 책을 읽히기보다 한 권을 읽더라도 그림과 글을 여유 있게 즐기면서 보도록 배려하게 됐다. 아이들도 이런 엄마 덕분에 전보다 그림책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그림책 모임의 가장 큰 자랑은 매년 만드는 그림책 슬라이드. 이는 전국에서 거의 처음 시도된 일로 다른 지역 그림책 모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신 회장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이 일을 꼽았다.
“그림책을 선정하고 배역을 맡아 연습하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완성된 슬라이드를 볼 때 성취감이 정말 커요. 슬라이드에서 엄마 목소리가 나오니 아이들 반응도 열광적이죠.”
마지막으로 신정욱 회장에게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요령을 물었다.
“베스트셀러나 수상작만이 좋은 그림책은 아니에요. 아이의 성향이나 발달 상황, 책의 완성도와 메시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하죠. 자꾸 보면 안목이 생겨요. 그림책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문의 : 019-482-3642
서다래 리포터 suhdr1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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