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시(詩) ‘너에게 묻는다’ 전문-
주말 드라마를 보던 중 극중 한 배우가 아내에게 자신의 정열을 과소평가 하지 말라며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를 읊는 장면이 있었다. 짧지만 강렬한 이 시는 강한 울림과 공감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시집 한 권을 다 읽지 않아도, 잔잔한 일상에서 만나는 누군가의 시 낭송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전해준다.
●시낭송을 사랑하는 사람들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단구동 박경리문학공원의 2층 북카페에는 열일곱 명의 사람들이 모여 시를 낭송하고 시낭송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2008년에 시낭송 동호회를 만들어 시의 아름다움을 널리 전파하는 ‘토지시낭송회’ 회원들이다.
토지시낭송회는 매년 5월과 9월 박경리문학공원 야외무대에서 정기 시낭송회를 갖고, 12월에는 토지시낭송회창립기념 시낭송회를 갖는다. 조양병원과 기독병원에서 ‘환자를 위한 시낭송회’를 가진 바 있다. 30대부터 60대까지의 회원들은 주부, 시인, 자영업자, 회사원 등 하는 일은 달라도 시를 읊는 즐거움과 시낭송에 대한 열정은 모두 같다.
토지시낭송회의 김영화(56·꽃꽂이강사) 회장은 시낭송에 대해 “누구는 감성과 감정을 노래로 표현하고, 누구는 연극으로 표현하듯이 우리는 시낭송으로 표현합니다”라고 운을 뗀다. 김 회장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주제에 맞춰 시를 낭송하고, 시낭송에 대해 지도교사들의 교육과 지도를 받는 시낭송 동호회 활동이 생활의 활력소라고 말한다. “회원들이 서로서로 시낭송에 대한 조언과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어 혼자 시를 읽는 것보다 시낭송을 즐기고 익히는데 유익해요. 회원들 모두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짬을 내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이유지요.”
●밝고 순수한 마음을 만드는 시낭송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시와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김재명(47·자영업) 부회장은 시낭송과 함께하는 삶이 일상을 더 윤택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가족에게 시를 낭송해 줄 때 마음이 뿌듯해요. 아이들이 ‘아빠 멋있다’며 박수쳐주고, 아내에 대한 사랑도 시낭송으로 표현하죠. 또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를 한편 낭송하면 다 함께 시를 음미할 수 있어 즐거워요.”
김 부회장은 시낭송을 통해 각박한 세상에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싶다고 말한다. “시낭송을 하면 아름다운 시어(詩語)들이 우리 마음을 정화하고, 내면의 밝고 순수한 면을 이끌어 내요. 시 한 편에 인생과 철학이 함축되어 있죠. 마음의 폭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이외수의 시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을 낭송해주는 그의 목소리는 일반 방송 아나운서의 목소리보다 맑고 깨끗하다. 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진 사람이 들려주는 시낭송을 듣노라니 눈으로 한 번 내려 읽을 때보다 시에 대한 깊이와 감동이 배가 된다.
●시낭송은 한글 사랑의 한 표현
시낭송은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장르니 만큼 다양한 행사에 활용하기 좋다. 결혼식과 돌잔치 같은 사적인 자리에서 하는 시낭송도 좋고, 취임식과 입학식처럼 격식을 갖춘 자리에도 잘 어울린다.
토지시낭송회에서 시낭송 교육을 맡고 있는 김명숙 지도교사는 시를 낭송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와 우리글을 대하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한다. “시낭송은 우리나라 말을 사랑하고 아끼는 표현이에요. 문학성 높은 시어들이 낭송을 통해 아름답게 살아나게 되죠. 또 시를 낭송하고 들으면 잃었던 감성과 정신적 풍요를 찾게 됩니다.”
김 지도교사는 시낭송을 할 때는 먼저 시를 이해하고, 큰소리로 또박또박 정확하게 발음할 것을 주문한다. “시를 낭송할 때는 강약과 고저를 지키고, 감정은 이입하되 절제하여 표현해야 해요. 평소에 시를 많이 외우고 낭송하는 습관을 갖는 것도 시낭송을 잘하는 좋은 방법이지요.” 김 지도교사는 시낭송을 제대로 하려면 시낭송 전문가에게 정기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1년에 한번 열리는 ‘전국 글사랑 시낭송대회’에서 우수상 이상의 수상을 하면 시낭송자격증이 부여된다.
애송시 한 편을 암송하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도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삶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문의 : 010-6382-0555
홍순한 리포터 chahyang3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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