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으로 읽는 인문학 강의(7)

‘자연’에 대하여

최준영 <유쾌한 420자 인문학> 저자

지역내일 2011-08-24

자연은 말 그대로 ‘스스로(自) 그러한(然) 것’이다. 누가 어쩌고저쩌고 할 대상이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는 뜻일 게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말 역시 그런 뜻이다. 노자가 설파한 황제의 덕목인 ‘황노술’은 약팽소선(若烹小鮮)을 운위한다. 


“천하를 다스리기를 작은 생선을 굽듯이 하라.”(노자 <도덕경> ‘60장’)는 말이다. 작은 생선을 구우며 불을 높이거나 자주 뒤집으면 종내 살점들이 제대로 남아있을 리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요즘 말로 하자면 ‘무위의 리더십’이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자연과 더불어 살려는 사람과 자연은 편의에 따라 파괴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 불행하게도 그동안 작가들은 후자의 편에 서 있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에 대해서는 즐겨 썼지만 정작 인간의 자연 파괴적 행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었으니 엄연한 직무유기였던 셈이다.


칠레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의 첫 소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환경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소설이면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다. 어느덧 사람들이 자연과 환경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되었음의 방증인 셈이다. 소설은 문명과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몰지각한 인간들의 자연파괴 행위에 대한 준열한 비판이면서 동시에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과 생명활동에 대한 경배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앞서 언급한 노자의 ‘무위’와 비견되는 서구의 자연관은 니체에게서 엿볼 수 있다. 디오니소스적 자연관을 가졌던 니체(Friedrich Nietzsche, 1844-1900)는 도구화 되어가는 인간의 오염되고 퇴락한 정신을 질타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했다.


인간이 자연을 억압하고, 자연의 내면과 외면을 구분하여 전개해 온 근대화의 과정, 즉 근대문명의 진보적인 과정은 오히려 인간의 내면세계를 박약하게 만들었고 급기야는 야만상태의 구렁텅이로 몰고 갔다고 말한다. “니체는 자연과학적 지식의 절대성과 그에 대한 맹목적 믿음, 자연의 억압에 기초해 기술적 물질문명을 추진해 나가는 문명의 발전과정을 유토피아적 환상”이라고 언급한다.


또한 니체는 자연에 대한 그릇된 이해로 인해 대립과 갈등은 지극히 자연스런 것이라는 오해가 생겼다고 본다. 이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정신적, 윤리적 세계인 내적 자연마저도 항상 그와 같은 대립을 기준으로 이해하고 분리하려고 하며, 그러한 착각으로 인해 고통, 교만, 역경, 소외 그리고 혹한이 인간의 감각 속으로 밀려들어오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고대 자연철학자들은 나름 자연을 해석하려 애썼다. 그들에 의해 자연은 경외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분석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새로운 사유체계가 형성됐다. 그러나 후세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려는 노력을 등한히 했다. 그게 바로 근대의 오류이며, 그러한 오류가 시정되지 않은 건 현대의 불행이다.


이즈음 섣부른 이해나 분석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존중하는 것이 더 자연스런 사유라는 걸 깨닫게 된 건 다행이지만, 만시지탄의 아쉬움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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