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학교 풍물동아리 ‘우리랑’

하늘과 땅에 울리는 감동의 소리, 우리랑 함께 만들어요

지역내일 2011-11-15



둥 둥 북소리가 교정 안에 울려 퍼진다. 힘찬 북소리와 구성진 장구 가락에 신명이 묻어난다. 풍물소리를 만들어내는 주인공은 탄현동 홀트학교의 풍물동아리 ‘우리랑’ 회원들이다. 학생들은 지체장애와 발달장애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악기는 장애여부를 묻지 않는다. 주인에게 온 몸을 내맡길 뿐이다. 그들이 연주하는 소리는 모든 벽을 넘어 무심한 세상 속으로 퍼져 나간다.
가을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이 감도는 교정에서 풍물동아리 우리랑을 만났다.  


감동을 주는 우리랑의 연주

“처음에 공연을 할 때, 몇 번은 운 적이 있어요. 이렇게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가슴이 뭉클했어요.”
김동연(중1) 군의 어머니 박희라 씨는 아들이 공연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 군은 우리랑의 실력 있는 장구잽이다. 몸을 앞뒤로 흔들며 장구가락에 푹 빠져 있는 김 군의 모습은 열정적이다. 김 군만이 아니다. 우리랑의 학생들은 하나같이 풍물 소리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이다.
박지현(초4) 양의 어머니 심동아 씨는 “다양한 악기를 접하면서 아이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긴 곡을 연주하는 연습을 하다 보니 집중력도 생기고 모듬북을 배우며 박자 감각도 익혔다. 심 씨는 “마음 아파하며 힘들게 키운 자식이지만 무대에 설 때면 뿌듯하다”며 웃는다.
학부모만이 아니다. 우리랑을 지켜보는 이들은 하나같이 감동적이 무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비장애 학생들과 실력을 겨루는 대회에서도 종종 큰 상을 받는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감동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지역의 명물로
우리랑의 시작은 강정근 교사가 홀트학교에 발령받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풍물을 좋아하던 강 교사는 학생들을 모아 특별활동부로 플라스틱 악기를 놓고 가르쳤다. 학교 행사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생각 밖으로 잘해내는 모습에 2003년 동아리를 꾸리기에 이르렀다. 2005년부터 각종 대회에 참가 상을 받기 시작했다.
“장애아들에게 건반 악기는 힘들어요. 타악기는 쉽게 할 수 있고 치유 효과도 있어요.”
강정근 교사는 우리 악기가 내는 소리들에 뇌가 진동을 받아 자동적으로 파생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북을 치며 근력이 단련되고 북소리가 가슴을 열어 주어 아랫배에 힘이 생긴다. 리듬이 좌우뇌를 통합하며 언어기능을 좋게 한다.
“너무 욕심내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던 이들의 우려를 깨고, 우리랑은 학교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지역의 명물로 거듭났다.


악보 없이 몸으로 익히는 풍물가락

“대회에 나가 상을 받으면 아이들도 밝아져요. 내가 자랑스럽고 최고라고 스스로 말하죠.”
강 교사는 공연을 마친 학생들에게 언제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욕심이 아니었구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구나. 해내는 아이들에게 너무나 고마워서 칭찬을 해줄 수밖에 없어요.”
우리랑 학생들은 요즘 웃다리사물놀이 가락을 연습하고 있다. 악보는 없다. 10분 가까이 되는 가락을 학생들은 오롯이 몸으로 외운다. 작품 하나를 완성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년이다. 무언가를 기억해내는 힘이 약한 학생들이지만 몸으로 익힌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다. 공연레퍼토리가 부족하고 숙련된 학생들이 졸업하면 다시 기량을 쌓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어려움은 있다. 공연 무대가 낯설어 북을 던지기도 하고, 두리번거리며 산만하게 행동하던 아이들도 기다리고 도와주면 끝내 해낸다.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사회의 편견일 뿐 학생들은 자기의 속도대로 가락 속에 빠져든다. ‘내가 여기에 있다’고 선언하듯, 무대 위의 우리랑 학생들은 당당하다.


졸업생 풍물모임 지속하고픈 바램

“감동을 주는 것은 아이들이에요. 저도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있어요.”
강정근 교사는 이렇게 말하며 교실 벽에 붙은 졸업생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공연 때 찍은 사진 속에서 학생들은 환하게 웃고 있다. 강 교사의 바람은 졸업생들에게 풍물의 재미를 계속 찾아주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주말에 모여 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랑은 2004년부터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하는 풍물캠프를 해마다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2박 3일의 일정으로 함께 지내면서 풍물도 배우고 부대낀다. 공연을 청하면 어떤 무대라도 달려간다. 무대 뒤에는 학생들을 언제나 믿어주는 강정근 교사가 서있다. 그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채로.


**박스로 만들어 주세요
우리랑 주요 수상 경력
2011 경기교육가족음악회 대상
2011 국제아마추어타악경연대회 장려상
2010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 국악부문 장려상, 전체부문 인기상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닫기
(주)내일엘엠씨(이하 '회사'라 함)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고 있으며, 지역내일 미디어 사이트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귀하의 동의를 받고자 합니다. 내용을 자세히 읽으신 후 동의 여부를 결정하여 주십시오. [관련법령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7조, 제22조, 제23조, 제24조] 회사는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중요시하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개인정보처리방침을 통하여 회사가 이용자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어떠한 용도와 방식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1) 수집 방법
지역내일 미디어 기사제보

2)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
기사 제보 확인 및 운영

3) 수집 항목
필수 : 이름, 이메일 / 제보내용
선택 : 휴대폰
※인터넷 서비스 이용과정에서 아래 개인정보 항목이 자동으로 생성되어 수집될 수 있습니다. (IP 주소, 쿠키, MAC 주소, 서비스 이용 기록, 방문 기록, 불량 이용 기록 등)

4) 보유 및 이용기간
① 회사는 정보주체에게 동의 받은 개인정보 보유기간이 경과하거나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이 달성된 경우 지체 없이 개인정보를 복구·재생 할 수 없도록 파기합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존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존합니다.
② 처리목적에 따른 개인정보의 보유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 문의 등록일로부터 3개월

※ 관계 법령
이용자의 인터넷 로그 등 로그 기록 / 이용자의 접속자 추적 자료 : 3개월 (통신비밀보호법)

5) 수집 거부의 권리
귀하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수집 거부 시 문의하기 기능이 제한됩니다.
이름*
휴대폰
이메일*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