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들

‘서울강서양천 여성의 전화’ 박근양 회장

여성폭력 추방, 동정보다 공감으로...

지역내일 2011-11-27

화곡역 5번 출구 밖으로 쭉 걸어 나오면 인폼빌딩 5층에 위치한 ‘서울강서양천 여성의 전화’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20여명의 상담지원활동가의 도움으로 가정으로부터 혹은 세상으로부터 상처 입은 힘없고 소외된 여성들이 위로를 받고 있다. ‘여성의 전화에서는 상담봉사자라고 부르지 않고 ‘상담지원활동가’라고 부른다. 이일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훨씬 더 많은데 봉사라는 단어에는 희생의 의미가 들어있어 표현이 바르지 않다고 말하는 ‘서울강서양천 여성의 전화’의 박근양 회장(48). 처음에는 작은 관심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조직의 리더로서 중요한 자리에서 폭력으로 고통 받고 있는 여성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주간’을 앞두고 박 회장을 만나 한국 여성 폭력의 현주소를 짚어보았다.


공감은 상대가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으로 바라봐 주는 것
박 회장은 1999년 1기 상담원 교육을 통해 여성의 전화와 인연을 맺었다. 그 후 꾸준히 상담 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을 공부하게 되었다. 2007년부터는 회장직을 맡으면서 보다 전문적인 면접상담과 성희롱 관련 교육, 가정폭력 상담교육 등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가정에서 막내의 위치에 있었지만 사촌언니나 다른 자매들의 어려운 사정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담해 주었던 박 회장. “간접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상담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처음 상담을 했을 때 그 동안의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며 같은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감이 참 힘들었다고 회상한다. 그렇지만 똑 같은 어려움을 겪은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때로는 좋은 상담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게 되었다. 예를 들어 “내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혼을 결정하고 그 결정이 성공적이었다면, 같은 상황에 처한 피해자를 상담할 경우에 이혼을 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좋은 상담이라고 보기 어렵다”라는 박 회장은 동정과 공감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동정이 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공감은 상대가 바라보는 시선과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그 사람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상담은 피해자의 상황을 충분히 들어주는 것 외에 생각의 변화까지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녀에게 학습되며, 세대 간에 전이 되는 가정폭력
기독교, 천주교 등 여러 종교단체에서도 ‘서울강서양천 여성의 전화’와 비슷한 모습으로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을 돕고 있다. 그러나 ‘서울강서양천 여성의 전화’는 종교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철저히 중립적이며, 여성주의 시각으로 상담하고 있어 다른 곳과 구별된다. “종교 단체는 피해자에게 무조건 참고 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방법이 옳다고 보지 않는다”는 박 회장은 여성주의 시각으로 하는 상담은 잦은 폭력으로 자존감이 낮아진 피해자들이 주체성을 갖도록 끌어 올리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상담지원활동가는 피해자에게 어떤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다. 본인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게끔 유도한다.
우리 사회는 배우자로부터 폭력을 당하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배기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 봐야 한다”또는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았을 것”이라는 말로 피해자가 떳떳하게 나설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즉, 잘못했기 때문에 맞았다는 잘못된 생각부터 없애야 한다. 부부가 대등한 관계일 때 부부싸움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한쪽이 우월한 위치에서의 폭력은 명백한 가정폭력이다.
1997년에 가정폭력법이 시행되었지만 실질적으로 법이 적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10년 이상 피해를 입은 여성은 남편이 물건을 집어 던지면 얼마 만에 폭력으로 이어지는지 수년간의 경험으로 알게 된다.  그래서 물건을 집어 던지기 시작할 때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출동했을 때 폭력 행위를 목격하지 않고는 사고 접수가 되지 않는다며 그냥 돌아간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있었다며 박 회장은 경찰관의 의식이 개선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실제 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신고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녀가 신고를 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옆에서 폭행의 현장을 지켜보는 것도 모자라 부모를 신고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가정폭력에는 신체적 폭력 외에 언어적, 경제적, 정서적, 성적 폭력 등으로 나누고 있지만 보통 복합적으로 일어난다. 흔히 욕을 언어폭력이라고 하는데, 욕을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언어폭력은 더욱 심각하다. 언어폭력 피해자를 상담할 경우에는 상담지원활동가가 상담을 하는 것만으로도 간접피해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폭력 수준이 심하다.
박 회장은 무엇보다도 가정폭력은 자녀에게 학습 되며, 세대 간에 전이 되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실례로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 않는 경제적 폭력 가정에서 부인이 혼자 벌어서 아이와 생활을 잘 꾸려나가자 남편이 아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 이후 아들이 성인이 되어 엄마를 폭행하는 황당한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또 다른 경우로는 40~50대의 아빠가 엄마를 폭행하는 것을 보고 자란 아들이 결혼 후 아무 문제없이 살다가 자신이 40~50대가 되면서 자기 아내를 폭행하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폭력은 학습되며, 폭력은 선택이며, 폭력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름을 숙지해야한다.


여성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서울강서양천 여성의 전화’에서
강서구와 양천 지역에서 리더십 강의와 성희롱 관련교육, 가정폭력 상담교육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 회장은 가족의 든든한 지원 덕분에 이 일을 어렵지 않게 해나가고 있다. 얼마 전, 딸과 딸의 친구 몇몇에게 ‘결혼 전 의사소통 교육’을 하면서 딸 친구들에게 인기인이 되었다. “자녀를 위해서는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므로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인생에 책임을 지고, 다양한 사람들과 대처하는 유연성을 키우는 교육을 할 것”을 조언한다.
‘한국여성의 전화’지회로 1998년 6월 창립부터 본격적인 지역 여성운동을 시작해 13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서울강서양천 여성의 전화’는 부설기관으로 ‘강서양천가정폭력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 여성의 전화’는 지부마다 특성에 맞게 부설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피해여성이 폭력을 피해 가는 곳이 쉼터다. 모든 지부가 쉼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전화 상담과 면접 상담을 통해 연계를 받아 입소할 수 있다. 폭력을 당하지 않고 사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혹시라도 폭력을 당하는 입장이라면 상담을 권한다. 이제는 폭력을 당한 사람이 아니라 폭력을 가한 사람이 부끄러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이번 11월 25일~12월 2일은 ‘세계 여성 폭력 추방 주간’이다. ‘서울강서양천 여성의 전화’는 ‘25일 발산역에서 여성 폭력에 관한 만화전시와 게임을 통한 ‘나의 평등지수 알아보기’, 강서구의 폭력 예방 캠페인 등 ‘세계 여성 폭력 추방 주간’ 행사를 실시한다. 이번 행사에 참여 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성명욱 리포터 timac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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