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날에 시댁 식구들과 함께 청도로 당일치기 여행을 계획했다. 먼저 다녀온 형님이 가까운 거리라 부담 없고 볼거리도 많더라며 적극 추천, 별다른 이견이 없어 바로 결정했다. 여행 당일에는 고맙게도 날씨가 많이 풀려 다니기에 한결 수월했다. 청도는 요즘 뜨고 있는 관광지답게 나들이 인파로 활기찬 모습이었다.
운문사
호거산 운문사
구름문이라. 운문사는 이름만으로도 설렌다. 푸르름이 더해 명랑하게 맑은 날 찾은 운문사 입구는 ‘솔바람길’이라 명명되어 있었다. 소나무들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 길은 절로 걷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야트막한 담장을 끼고 걸으면 범종루가 보인다. 절에 들어서면 처진소나무가 방문객들을 반긴다. 천연기념물 제 180호로 지정된 ‘처진소나무’는 우리나라 최대 규모다. 오래전 어떤 고승이 시들어진 나뭇가지를 꺾어서 심었단다. 스님들은 매년 봄·가을에 뿌리 둘레에 막걸리를 물에 타서 뿌려주는 등 정성을 다해 가꾸고 있다고 한다. 나무 나이는 약 500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비구니 스님들의 절인 까닭일까. 운문사 곳곳은 아기자기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만세루에 기대어 서서 절을 둘러봤다. 마음이 차분해졌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순수한 푸른색으로 눈부셨다. 운문사인데 정작 구름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프로방스
청도 임당리 김씨고택
조선 시대 내시들이 400년간 대대로 살아온 임당리 김씨고택에 들렀다.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었는데 당일 다른 일정이 있어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고택 건물들은 특이하게도 사랑채가 대문채에서 중사랑채에 이르는 출입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다. 또 몸채의 방향이 남향이 아닌 서북향을 하고 있는 점도 일반 주택과는 달랐다. 고택의 내부는 꽤 넓었다. 작은 연못도 있어 운치를 더했다.
프로방스
청도프로방스는 동화 속 풍경 같다. 소용을 다하고 남겨진 기찻길 위에 멈춰 서 있는 기차가 낭만적이다. 기차에 노란색을 덧입혀 예쁘게 꾸며 놓았다. 기차 옆 셔터문에 그려져 있는 그림 중에는 천사의 날개 모습도 있다. 모두들 제 날개인양 자세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원색으로 칠해진 걸상이 군데군데 놓여 있어 산뜻함을 더한다.
알뜰한 우리 가족은 레스토랑을 앞에 두고 바깥 테이블에서 간식을 먹었다. 프로방스의 이국적인 분위기는 한적한 오후와 제법 잘 어울렸다.
청도 소싸움 경기장
청도 소싸움
소싸움 경기장에 들릴 계획은 없었다. 봄부터 경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으로 하마터면 신나는 구경거리를 놓칠 뻔했다. 경기장에 주차된 차가 꽤 많은 것을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들렀는데 마침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소싸움에서 베팅이 빠지면 무슨 재미. 2000원을 내고 우권을 샀다. 우리가 점찍은 소는 파란색 도장이 찍혀 있었다. 소들이 등장하자 관람객들은 서로 베팅한 소를 응원했다. 소들은 각자의 장기를 내세우며 지지 않으려 애를 썼다. 소싸움은 기대 이상으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파란소가 이긴 덕에 배당금은 베팅액의 1.3배. 우리는 2600원을 손에 쥐고 의기양양하게 경기장을 나섰다. 다들 그냥 지나쳤으면 두고두고 아쉬웠을 거라며 무척이나 신나했다.
와인터널
이색 공간 와인터널
와인터널로 가는 길은 혼잡했다. 좁은 골목길에 오가는 차로 사람들이 겨우 지나갈 정도였다. 와인터널은 1905년부터 경부선의 증기기관차를 운행한 곳이나 경사가 급하고 운행거리가 멀어 1937년 사용이 중지된 곳이다. 연중 온도 15, 16℃에 습도 60∼70%로 와인 숙성을 위한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2006년 2월 말부터 청도와인㈜에서 감와인 숙성고와 시음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말인데다가 날씨도 좋아 터널 안은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당연히 시음 한 번 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맛좋은 술에 반해 우리는 와인 한 병을 따기로 결정, 안주를 사들고 자리에 앉았다. 터널 안에서 마시는 와인은 독특한 장소만큼이나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여행의 마지막 방문지는 찜질방. 하루의 피로를 풀기에 좋은 선택이었다. 단 하루였지만 알차게 둘러봤다며 다들 흡족해 하며 마무리. 구석구석 볼거리며 즐길거리가 다양한 청도에서 추억 한 아름 안고 돌아왔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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