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들이 직접 준비한 재미와 감동이 넘쳐나는 이색 졸업식, ‘무늬만 학교’에 가다

상상 소통 실천 통해 자신만의 무늬 만들어

지역내일 2012-03-05

지난 26일(일) 오후 2시 강북구 우이동 연산군묘 인근 건물 지하공간에 위치한 청소년문화공간에서는 톡톡 튀는 이색졸업식이 열렸다. 지난해 첫 문을 연 무늬만 학교 1기 졸업식 현장이 바로 그곳이다. 학생들이 1년 동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졸업식은 기획부터 진행까지 모든 준비과정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내빈들에게 선보이며 5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오전부터 미리 나와 행사준비에 한창이던 학생들은 졸업식 시간이 임박해지면서 속속 들어오는 내빈들을 향해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며 큰 박수로 맞고, 속을 든든히 채울 만한 맛난 음식들을 내빈들에게 대접하며 자리를 안내한다. 학생들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과 생동감이 넘친다.


졸업식... 1년간 배움의 과정과 성장 이야기로 꾸며


졸업생들의 기타반주를 곁들인 노래와 만담으로 구성된 축하공연 후 무늬만 학교 졸업생들의 지난 1년간의 배움의 과정과 성장 이야기가 담긴 영상이 스크린 화면을 가득 채운 후 본격적인 졸업식이 학생들의 진행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이 한 명씩 나와 자신을 소개하면서 무늬만 학교에 들어오게 된 동기, 변화된 내 모습, 인상 깊었던 수업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땐 모두가 의미심장하게 경청하면서도 간간히 내빈석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문화놀이터 과정 학생들은 동네와 관련한 문화 프로그램, 축제, 활동과정 등 다양한 1년 과정에서 얻은 배움과 성장을 월별로 PPT 자료에 담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주요활동들을 기획 제작 편집해 영상뉴스로도 선보였다. 인문놀이터 과정 학생들 역시 소통 상상 실천을 키워드로 한 배움과 성장의 모습을 PPT 자료에 담아 프레젠테이션을 하며, 개인별로 한 명씩 나와 입학 전 개인과 세계에 대한 불안과 고민이 인문학 과정을 들으며 어떻게 해소되고, 스스로를 바꾸게 되었으며, 현실생활과 접목해 실천하고 있는지를 고백하듯 담담히 이야기하며 스스로에게 주는 상장 수여식을 함께 가졌다.


이외에도 무늬만 학교에서 학생들의 1년의 과정과 성장을 담은 책 ‘무늬긋기’ 광고를 학생들이 나와 재치있게 진행하고, 노래와 연주, 연극공연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삶과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당당한 삶의 기획자


전영지(19세, 여)양은 “평소에는 질문도 잘 못할 정도로 내성적인 면이 강했는데, 무늬만 학교를 다니면서 생각도 많아지고 궁금한 점은 질문하게 됐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말이나 글로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이 1년 동안 가장 변화된 모습”이라고 말한다. 문화놀이터 인문놀이터 두 과정을 모두 수강한 정규민(18세, 남)군은 “문화놀이터 과정은 개인의 생각을 말하는 것보다 집단적으로 기획하며 생각을 모으는 과정이 많다. 같이 만들어 가며 같이 하는 힘을 깨닫고, 같이 하면서 내게 맞는 역할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반면에 인문놀이터 과정은 자신에게 생각이 들어오고, 또 자신의 생각에 질문이 들어오고, 끊임없이 질문을 받으면서 자신에 대해 깨닫는 과정이었다”고 전한다.


최민희(19세, 여)양은 “한 달마다 각자의 근황이나 어려움, 고민,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 얘기를 나누며,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돌아보기 시간’이 인상 깊었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함께 이야기하며 고민도 해결해주고, 학생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언젠가는 함께 펑펑 울었던 순간도 있었다”고 말한다. 장서희(16세, 여)양은 “공부와 시험이 반복되는 학교생활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 지도 모르고 의욕도 안 생겼다. 하지만 무늬만 학교에서는 정말 바빠진다. 특히 축제 기획하느라 의욕적으로 매달리면서 건성건성하던 습관이 모든 일에 치열해지고, 그 속에서 한가함이 아닌 여유를 찾으려는 것을 배우게 됐다”고 전한다.


2012년 무늬만 학교, 인문(인문+문화)놀이터 과정으로 통합


스스로의 삶을 기획하고, 동네와 세상 속에서 소통하며, 가치 있는 경험과 실천을 만들어가는 행복한 십대들의 인문(인문+문화)놀이터인 무늬만 학교 ‘품’. 20여 년간 ‘세상과 소통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십대들의 일상과 삶’을 위해 땀 흘려 온 청소년문화공동체 품이 그 노력의 결실로 지난해부터 대안적 교육과 삶을 연결하는 ‘무늬만학교’문을 열었다. 그리고 올해 제2기 무늬만 학교는 지난해 진행된 두 개의 십대 과정이 ‘문화적 상상과 인문학적 사유, 그리고 실천’을 위한 인문(인문+문화)놀이터 과정으로 통합된다. 소통하기 사고하기 글쓰기 여행하기 정보찾기 기획하기 실천하기를 운영 키워드로 한 무늬만 학교는 주말과 방학기간을 중심으로 1년 과정으로 진행된다.


2012년 무늬만학교는 삼성꿈장학재단의 후원으로 운영된다. 입학금은 없고, 교육비 또한 전액 무료다. 단, 외부활동이나 비공식 모임에서 소정의 참가비는 있을 수 있다. 14세 이상 20세 이하 대한민국 십대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입학설명회: 3월10일(토) 오후 4시, 청소년문화공간, 문의 999-9887)


한미정 리포터 doribangs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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