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알코올상담센터 신정호 소장

알코올 문제는 인생 전체의 문제

지역내일 2012-03-24

내일신문에 매주 연재되는 신정호 교수(65·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알코올 칼럼을 보던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알코올 중독에 관한 칼럼인데 내용이 무궁무진하게 나오네요.”
알코올 중독을 다룬 칼럼에서 우리 내면의 다양한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코올 중독 문제는 우리 인생의 문제이고, 사회의 단면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라는 신 교수의 답이 돌아왔다.
근 3년간 알코올 문제라는 일관된 주제로 내일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신 교수를 만나 알코올과 얽힌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과음하는 이유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
신정호 소장(64)이 원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 맺게 된 원주와의 인연이 30년을 바라보고 있다.
당시는 강원도에 종합병원이 원주기독병원 하나 밖에 없었고 강원도 내에 정신과 의사가 불과 6명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보니 강원도의 모든 환자가 원주기독병원으로 몰렸다고 한다.
이 환자들 중 정신과를 찾은 환자의 많은 수가 알코올의존증이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 교수도 알코올 중독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노동 강도가 센 어부나 광부 등의 직종이 많아 술로 힘든 노동을 견디려고 마시게 된 술이 알코올 의존을 유발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현대로 오면서 알코올 중독이 더 늘어나는 추세일까? 이에 대해 신 교수는 “1950년대 정신과 치료에서 50% 이상을 차지한 것은 신경매독이었다. 그 이후 2000년까지는 정신분열증이 정신과 치료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근래에는 정신과 치료의 30~50%를 알코올 의존 증상이 차지하고 있다. 사회가 예전보다 빨리 분열하고 변화가 많다 보니 기민하게 잘 적응하는 사람은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알코올에 의존해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과음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크고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삶의 태도를 교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처럼 과도하게 자녀의 삶에 개입하는 부모들이 또다른 문제를 만들어낸다고 지적한다. “요즘 애들은 앞에도 엄마, 뒤에도 엄마가 있다. 엄마가 없는 곳엔 선생님이 있고. 감시자가 항상 떠나지 않는다”며, “인간은 자신의 자율성을 훼손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타자인 엄마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자율성을 훼손 당하게 되고 이것이 심해지면 심리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술을 용인하는 우리 사회 문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술을 용인하는 문화다.
우리나라가 술에 관대한 이유에 대해 신 교수는 “우리나라의 의존적인 문화의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술을 매개로 학연 지연 등의 관계로 엮여 서로 의존하려는 문화라는 것. 우리가 덕목으로 추켜세우는 의리라는 것도 사실은 의존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술을 마시며 연고에 의존해 일을 처리하다 보니 부도덕한 각종 부조리가 발생하게 된다. 정의롭게 살려면 술을 많이 마셔서는 안 된다. 의존성을 버리면 중독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불안을 회피하고 의존하기 위한 수단이 중독을 낳는다. 일중독 마약중독 운동중독 등 중독의 모습은 달라도 중독의 본질은 같다. 그러나 알코올중독이 문제가 되는 것은 다른 중독과 달리 심각한 신체적 후유증까지 동반하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알코올 중독은 뇌를 망가뜨리고, 금전적인 부분은 물론 가족관계를 비롯한 인간관계까지 모두 망가뜨리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알코올 의존은 절대로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 중독되지 않으려면 솔직하게 표현하는 법 배워야
그렇다면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신 교수는 “솔직하게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알콜중독자들의 모임이다. 신정호 교수는 알코올중독 모임을 진행하면서 인간이 새로 태어나듯이 인생이 달라지는 환자들을 보면서 전율할 정도의 감동을 받는다고 한다. 알코올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자주독립적인 한 개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신정호 교수는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을까? 신 교수의 스트레스 관리법은 운동이다. 꾸준하고 한결같은 운동보다 더 좋은 해결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더불어 게으름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산할 줄 알아야 하고, 가만히 게으름을 즐길 줄 아는 삶이 건강한 삶이라고 신 교수는 전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산만한 것이 정상이다. 자꾸 집중할 것만 요구하면 문제가 생긴다. 산만한 것을 용인하고 분산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신 교수의 음주습관도 궁금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한 달 사이에 1잔 이상 마시면 음주자’라고 정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나는 음주가가 아니다.”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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