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backpacking)은 ‘짊어지고 나른다’라는 뜻으로, 1박 이상의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등짐여행이다. 산의 정상까지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면서 발길 닿는 대로 걷는다는 점에서는 트레킹과 유사하지만, 주로 계곡이나 냇가를 끼고 발걸음을 옮긴다는 점에선 구별된다. 영국에서는 하이킹(hiking), 독일에서는 반데룽(Wanderung)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도입단계이다.
백패킹은 비포장 길이나 돌길을 가야하고 많은 짐을 메고 오래도록 걸어야 하므로 지치지 않게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상지로는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자연 상태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곳이 좋다. 주로 물길을 따라 여행하게 되므로 반드시 일기예보를 참고하여야 한다.
● 일 년 중 석 달만 그 품을 내어주는 곳
대곡야영장은 1990년 1만7659평방미터의 넓이로 조성된 치악산국립공원 최초의 야영장이다. 이곳은 구룡사 사역지로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구룡사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보존하고 있는데 본래 7~8월 성수기에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나, 올해는 6월부터 개장한다. 말 그대로 일 년에 딱 석 달만 자기 품을 허락하는 셈이다. 치악산사무소나 구룡자동차야영장에 주차한 후 조금만 걸어가면(치악산 사무소 2.7km, 구룡야영장 2km) 매표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대곡야영장까지 거리는 600여 미터로 멀지 않지만 등짐을 지고 걸어야 하기 때문에 도착하기까지 50분가량 소요된다.
● 한 여름에도 햇볕이 닿지 않는 곳
구룡사의 상징인 구룡교를 지나 캠핑장까지 걸어가는 길은 그야말로 황홀경이다. 세속의 번뇌는 모두 털어버리라는 듯 의연히 서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고승들의 일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부도가 나타나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구룡사 사천왕문을 지나 구룡소의 청명함을 뒤로 하면 대곡으로 가는 등산로이다. 바깥은 불볕더위를 자랑하지만 이곳은 들어서기만 해도 서늘한 공기가 폐안을 가득 메운다. 이 길을 20분만 오르면 계곡 건너편이 대곡야영장이다.
직경 1미터는 훨씬 넘을 듯한 금강송들이 하늘을 떠받히고 있는 곳. 그 아래 자리를 빌려 텐트를 친다. 40여 동 들어설 캠핑장에 비해 개수대는 호화스러울 만큼 커다랗다. 화장실은 200여 미터를 올라가야 하지만 규모도 크고 깨끗이 관리되어 있다. 이곳이 비로봉으로 가기 전 마지막 화장실이다.
산은 해가 빨리 진다. 하늘을 향해 누워 잠을 청하면 온 몸으로 푸르름이 쏟아져 내릴 것 만 같다.
● 숲 향기 속에 숨어있는 마력
새벽에 눈이 떠진다면 그것은 자연의 특별한 선택이다.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로 머리가 맑아져 있고 몸이 가벼워져 있다. 이때 세렴폭포까지 가벼운 트레킹을 나서보자. 왕복 40분가량 거리이다. 가는 길에는 조잘거리며 내려가는 작고 앙증맞은 폭포, 귀여운 돌멩이들, 산새들 지저귐, 그리고 오디가 산길 바닥을 점점이 검붉게 물들여 놨다. 바로 옆에 흐르는 계곡물은 발만 담가도 등줄기의 땀이 식어버릴 정도로 차다. 백패킹을 오면 정말 꼭 필요한 만큼의 짐만 챙기게 되는데 신선을 경험하고 싶다면 물놀이용 신발은 꼭 챙겨오자.
얼마 전까지 공사 중이던 멸종위기식물원도 공사가 끝나 일반인에게 개방을 했다. 치악산 곳곳에 있던 멸종위기의 식물들을 하나하나 옮겨다 심었다고 한다. 둘러보면 유익하다.
곁에 머물던 햇볕도 거둬들이고, 흐르던 계곡 물소리도 물병에 담고, 알싸한 공기도 폐안에 가득 넣고 대곡을 떠나자. 떠날 때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 마냥 말끔히 떠나야 한다. 모든 짐을 챙기고 마지막에 쓰레기들을 봉지에 모아 등짐에 매달아 걸을 때 느껴지는 뿌듯함 또한 즐거움이다.
일주문을 나서면 다시 속세로 돌아가게 된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일 년 후를 기약해 보자. 햇볕도 물소리도 공기도 그 모습 그대로 우리를 기다려줄 것이다.
입장료 : 어른 2500원, 학생·청소년 800원, 어린이 500원(선착순 이용 가능)
주소 : 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학곡리 1044-2
문의 : 033-731-1289
한미현 리포터 h4peace@paran.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