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를 위한 무료급식, 힘을 보탤 수 있어 보람
대한노인회 동구지회 자원봉사클럽 ‘따슨밥상’
지난 목요일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평상시보다 일찍 해가 떨어진 늦은 오후. 행주산성에 있다는 ‘사랑의 쌀 운동본부’ 밥차 기지를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네비게이션에도 찍히지 않는 공터의 가건물, 후텁지근한 날씨에도 아랑곳없이 ‘따슨밥상’ 어르신들의 손길이 바쁘다. 한 아름씩 앞에 놓인 실파를 다듬느라 여념이 없는 어르신들은 목요일이 당번인 호수마을 5단지 노인정 ‘따슨밥상’ 멤버들. 어르신들은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2시간가량 무료급식을 위한 식자재를 다듬고 씻는 전처리 과정 봉사를 펼치고 있다.
-노인이라고 부양만 받는 건 옛말, 힘닿는 데까지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싶어
‘따슨밥상’은 대한노인회 동구지회 소속 저동노인정, 호수마을 5단지 노인정, 식사동 자이2단지 노인정 어르신 2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해 7월부터 매주 화, 목, 금요일 순번을 정해 행주외동 ‘사랑의 쌀 운동본부’ 밥차 기지에서 식자재 전처리 과정과 설거지 봉사를 이어왔다. ‘사랑의 쌀 운동본부’ 사랑나눔 빨간밥차는 끼니를 거르고 있는 이들을 위해 전국을 누비는 무료급식 차량. 행주산성 밥차 기지에서 음식을 만들어 서울역 부평역 등 연인원 15만 명이 넘는 노숙인들에게 무료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호수마을 5단지 노인정 ‘따슨밥상’ 멤버는 9명. 가장 연장자인 85세 어르신부터 가장 어린(?) 74세까지, 평균나이는 77세라고 한다. “아직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호수마을 5단지 노인정 회장 박선구 어르신은 “노인들이라고 부양만 받던 것은 이제 옛말”이라고 덧붙인다.
70대의 어르신들이 봉사활동을 펼치기엔 열악한 환경, 작업대도 없이 불편한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2시간 여 야채를 다듬는 일이 여간 힘들지 않을 터. “우리 나이가 모두 일흔이 넘었는데 힘들기야 하지. 하지만 힘들어도 보람이 있어요.” 크게 내세울 일이 아니니 그냥 “박선구 회장 외 9명”이라고만 알려 달라는 호수마을 5단지 어르신들. 사랑의 밥차 봉사 뿐 아니라 김치나 나물 등 반찬을 자체적으로 준비해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고 있어 부양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의 모범이 되고 있다.
-‘따슨밥상’은 삶의 활력소,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 펼쳐
식사동 위시티 자이2단지 노인정 ‘따슨밥상’ 멤버는 9명, 매주 화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해 2~3시간 봉사를 펼치고 있다.
김경수 회장은 “우리는 60대 후반~70대 초반 멤버들로 ‘따슨밥상’ 24명 중에선 젊은 축에 속해요.(웃음) 우리들이 활동하는 모습이 좋아 보이는지 같이 활동을 하겠다고 하는 이들은 많지만 지금이 좋아요. 2년 째 같이 하다 보니 이제 손발이 척척 맞아 능률이 최고예요.
무료급식에 여러 봉사단체들이 와서 봉사를 하는데 우리 따슨밥상은 노인이라고 일을 대충하지 않아요. 봉사시간이 2시간 정도인데 사랑의 밥차 이선구 목사님이 일 잘한다고 일을 더 주는 바람에(웃음) 어떤 때는 3시간 넘어 봉사활동을 할 때도 있어요”라고 자랑한다.
매주 금요일 주로 설거지 봉사를 펼치고 있다는 저동 노인정 ‘따슨밥상’ 어르신은 모두 10명. 박태수 회장은 저동 노인정은 고양시지부 노인정 중 가장 오래된 노인정답게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저동 노인정 따슨밥상 10명의 멤버 중 가장 나이가 많은 회원은 80세예요.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요. 이 나이에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면 힘들다가도 즐겁고 행복해집니다. 노인이라고 대접만 받는 것보다 누군가를 위해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삶의 활력소지요.” 추운 겨울철엔 고무장갑 하나에 의지해 찬물에 손을 담고, 여름철엔 무더위에 땀이 줄줄 흐르지만 봉사를 하고 난 후의 보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나라를 책임지고 노인은 사회를 책임지고, 그렇게 끌어주고 밀어주다 보면 아름답고 살만한 세상이 되지 않겠는가.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노인들이 먼저 본을 보여야 하고...” 소외계층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사랑의 마음으로 후원하고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 세상이 아직 살만한 것은 이런 어르신들이 있기 때문 아닐까.
이난숙 리포터 success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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