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펼치는 아트로드문화연구소

지역내일 2012-10-04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 마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온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오지랖’은 익숙한 정서였습니다.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빤히 아는 마을에서는 혼자만 아는 기쁨이나 슬픔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흉악 범죄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요즘, 마을 공동체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옵니다. 함께 즐기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공동체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 기획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우리동네 예술프로젝트’ 펼치는 아트로드문화연구소
     예술이 있는 행복한 마을 시장을 꿈꿔요
 
“동태 한 마리가 단 돈 천원! 동태 사세요!”
  
오일장이 열리는 날 능곡시장은 전통시장 특유의 분위기로 흥청거렸다. 발을 버둥거리는 게를 들고 흥정하는 사람들, 절구를 찧어 방금 만든 인절미를 맛보는 사람들. 사람이 사람을 만나 만들어 내는 끈끈함과 활기는, 1회용 팩에 포장돼 바코드를 찍어 계산하는 마트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분위기다. 시장통 한복판을 지나 능곡시장번영회를 찾아갔다. 공공미술활동을 펼치는 아트로드문화연구소(대표 정명교 작가)의 프로젝트 작업이 거기서 펼쳐지고 있었다.


   전통시장과 예술이 만나다
   
능곡은 작은 언덕이 많은 골짜기라는 뜻으로 왕릉을 쓸 만큼 산세가 좋아 예부터 많은 선비들이 낙향해 살아 온 동네다. 오늘날의 능곡에서는 예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뉴타운 개발지구로 묶인 동네에는 철거 직전의 빈 건물과 고층 아파트가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어정쩡하게 서 있다.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능곡시장 상인들도 곳곳에 들어선 대형마트에 단골들을 내주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한숨만 쉬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절박한 마음으로 능곡시장번영회를 꾸리고 올해 3월에 첫 5일장을 열었다. 번영회장은 능곡시장에서 40년 간 축산업에 몸담아 온 박원식 씨가 맡았다.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소개하는 전통시장 프로그램을 보니 예술을 시장 안에 끌어들인 사례가 있었어요. 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때 마침 작가들이 찾아왔죠.”


   고양지역 작가들 폭넓게 참여
     
아트로드문화연구소는 능곡시장 상가에 벽화를 그리고 예술 조형물을 설치하는 작업을 제안했다. 지역의 어린이들과 함께 시장을 매개로 예술 활동을 펼치는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겠다고 했다. 능곡시장번영회는 아트로드문화연구소의 프로젝트를 환영했고 번영회 상가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했다.
아트로드문화연구소는 공공미술활동을 하는 문화예술 단체다. 항구, 공원, 마을 등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예술 활동을 다양하게 펼쳐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중요성을 인정받아 경기문화재단, 고양문화재단의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작가들의 참여도 다양했다. 정명교, 최문수, 정인완, 김와곤, 최미영, 김이옥, 최형길 등 서양화, 조각, 한국화, 도예, 만화, 서예, 음악,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 31명이 참여했다. 아트로드문화연구소에 참여하는 작가들뿐 아니라 지역에 근거를 둔 작가들이 다수 참가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


   시장에서 펼친 어린이예술교육 프로젝트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어린이대상 예술교육 프로그램 ‘능곡 뚝딱토닥 시끌벅적 예술 프로젝트’는 매주 토요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하는 체험학습 형태로 진행됐다. 음악이나 문학 작품을 듣고 예술로 표현하기, 흙과 놀며 도예작품 만들기, 목공예 교실 등 작가들의 역량을 십분 활용한 수업이다. 색다른 것은 동네를 무대로 예술 활동을 펼친 점이다. 아이들은 시장을 둘러보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어 예술 작품으로 만들었다. 우리 동네의 과거와 현재 미래 그리기, 행주 치마 만들기, 동네 한 바퀴 사진교실과 주민 참여 작품 제작은 함께 참여한 부모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학부모 김이옥 씨는 “이 수업을 계기로 능곡시장에도 처음 오게 됐다. 인위적으로 가르치기보다 자연스럽게 동네와 시장에 대해 관심을 유도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동네에 관심 커지는 색다른 예술교육
아쉬움도 남는다. 애초 참여를 기대했던 능곡 주변 지역 청소년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았던 것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지역의 특성상 부모과 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책상 등 기자재를 제작하고 참여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최소한의 교통비, 미술활동 재료비 등 모든 예산을 감당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부모가 예술 작품을 만들기에 참여하면서 아이와 소통할 수 있고, 우리 고장의 모습을 예술로 만들면서 사회과목과 예술교육을 결합한 교육적 효과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 김지성 씨는 “틀이 정해진 사설 교육기관과 달리 이 프로젝트는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고 생활 속에서 소스를 얻는 점이 좋다”고 했다. 정해진 재료를 벗어나 작품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 실패를 거듭하며 배우는 과정은 미술 교육의 본래 목적에도 맞았다.
정인완 예술감독은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하려면 능곡 뿐 아니라 고양시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면서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10월 둘째 주 시장에서 전시회 열어
‘ 능곡 뚝딱토닥 시끌벅적 예술 프로젝트’는 5개월의 작업 활동을 마치고 10월 12일부터 2주가량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장소는 물론 능곡시장이다. 매장과 시장 거리에 작품을 설치해 예술과 삶이 어우러지는 광경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태풍 등 날씨 탓에 미루어졌던 시장 예술 골목 작업도 10월 중순 이후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능곡시장은 바닥 교체 작업을 앞두고 있다. 예술이 배어 있고 걷기도 편한 전통시장으로 거듭날 능곡시장의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아트로드문화연구소 정명교 대표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능곡지역에 예술체험 골목 등 주민과 더불어 펼치는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겠다. 주민들과 예술로 소통하고 예술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능곡전통시장은 경의선 능곡역 맞은편에 있다. 2, 7일마다 오일장이 열린다. 

문의 아트로드문화연구소 정명교 대표 010-3311-3686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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