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해야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일 년에 한두번 찾아갔던 주민자치센터. 동사무소라는 이름을 주민자치센터로 바꾸고도 한동안 주민들에게 낯설고 생소한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 주민자치센터가 지금은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달라졌다.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주민들 누구나가 편안하게 찾아와 문화생활을 즐기도록 한 것이다. 덕분에 일주일에 두세번 문화센터를 찾는 이웃도 있다. 이웃과의 만남의 공간이자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울타리를 낮춘 주민자치센터. 우리동네 주민자치센터의 인기 강좌를 소개한다.
풍산동주민센터 퀼트 강좌는 강사 이정실 씨(53세)가 7년째 수업을 하고 있다. 2~3년 된 수강생들이 주를 이루지만 6년을 함께한 회원도 있다. 처음 수업에 참여한 회원이라도 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익숙하고 안정된 분위기다. 각자 자신의 작업을 하며,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유롭고 편안한 수업이다.
한 땀 한 땀 정성껏 작품 만들며 큰 성취감 느껴요
“둥근 쪽은 촘촘하게 바느질하셔야 해요.”
“밝은 색깔의 천으로 바꿔도 예쁠 것 같아요.”
“조끼 완성하셨어요? 근사하네요.”
풍산동 주민센터 1층 퀼트 강의실은 동네 주부들의 사랑방 같았다. 강의실 문을 열고 한 명씩 회원이 들어올 때마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자리에 앉아 만들던 것을 꺼내 작업을 하는 사람, 다른 사람이 작업 중이거나 완성한 작품을 보며 의견을 나누는 사람, 이정실 강사와 다음 작품에 대해 의논하는 사람 등 강의실 안은 자유롭고 화기애애했다.
기본적으로 수업은 일대일 맞춤식이다. 각자 만들고 싶은 아이템을 자유롭게 선택해 작업을 한다. 이정실 강사는 수강생들 사이를 오가며 혼자 해결하기 어렵거나 모르는 부분을 알려주고 도와준다. 사실 수강생마다 실력이 다르고 작업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 똑같은 작품을 만들기는 어렵다. 풍산동뿐 아니라 다른 문화센터에도 출강하고 있는 이정실 강사는 “퀼트는 움직임이 많은 일보다 정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 알맞다”며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게 퀼트의 장점”이라고 전한다.
“수업이 3개월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3개월이면 4개 정도의 작품을 만들죠. 처음 시작해도 한두 작품을 만들어보면 기본적인 스킬을 익힐 수 있어요. 실력에 맞춰 브로치, 필통, 지갑, 파우치 같이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돼요. 옷, 앞치마 등 의류도 만들 수 있고, 가방, 인형, 쿠션, 이불, 커튼 등의 생활 소품도 가능하죠.”
마음의 안정 주는 퀼트,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지요
퀼트는 천 조각을 이어 붙이는 패치워크, 바탕이 되는 천 위에 모양에 맞춰 자른 다른 천 조각을 깁거나 붙이는 아플리케 등이 있다. 수강생마다 선호하는 방법이 다르지만, 어떤 방법이건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을 해서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그래서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마치 자식처럼 만든 사람에게 감동을 준다고 한다.
한현희 씨(53세)는 이곳에서 3년째 수업을 듣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퀼트가 먼저 대중화된 일본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며 퀼트를 즐겨 왔다.
“원래 퀼트를 좋아했어요. 만들어서 제가 직접 쓰는 것보다 선물하는 걸 더 좋아하지요. 내 손으로 정성껏 만들어서 선물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열쇠고리, 브로치, 쿠션처럼, 큰 선물은 아니지만 받는 사람들이 정말 기뻐하더라고요.”
직접 만든 퀼트 조끼를 입고 온 경순덕 씨(59세)는 며느리 사돈댁, 사위 사돈댁에도 자신이 만든 퀼트 작품을 선물했다.
“원래 바느질하는 걸 좋아했어요. 퀼트를 시작한 지 2년째인데, 열심히 만들어 완성하면 보람이 크지요. 내가 만든 걸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하면 또 뿌듯하고요. 지갑이랑 가방이랑 세트로 만들어 안사돈들에게 선물했는데 좋아하시더라고요. 우리 수업이 참 자유로워서 수업을 하러 오면 편안하고 즐겁답니다.”
퀼트를 시작한 지 3개월 된 이유미 씨(42세)는 퀼트의 가장 좋은 점으로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걸 꼽았다.
“퀼트는 재미있고, 집중하기에도 좋은 취미생활이지요. 바느질 하는 중에는 머릿속 복잡한 생각이 싹 사라지니까 정신 건강에 참 좋은 것 같아요. 시간도 금방 지나가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손 움직이는 게 좋대요. 실제로 치매 환자들한테 바느질을 권한다고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이정실 강사는 퀼트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요즘 힐링, 힐링 하잖아요.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다보면 힐링이 되는 걸 느껴요. 바느질에 온 정신을 집중하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잊게 되는 거죠. 그러면 생각이 단순해져요. 마음의 안정을 주는 퀼트, 지금 세상에, 요즘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이현주 리포터 kkopp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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