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젠의 '로마사'는 로마 역사를 '신화'로 바라보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고대 로마인의 삶과 로마의 흥망성쇠를 실증적으로 연구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초월한 고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어판은 고대 이탈리아의 시작부터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 다룬 1권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년 동안 10권 분량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몸젠의 '로마사'는 1854년 첫 책이 독일에서 출간된 이래 지금까지 15개 국어로 번역되는 등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지만 국내에서는 번역서가 나오지 못했다. '서양 인문학 전공자들의 필독서' '역사적 저작들의 위대한 고전 중 하나' 등의 수식어가 붙은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지 159년 만에 한국도 번역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로마사 연구를 집대성한 근·현대 학자의 대표작으론 두 가지가 꼽힌다. 이번에 한국에서 최초로 번역된 몸젠의 '로마사'와 영국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이 쓴 '로마제국쇠망사'가 그것이다.
로마사는 산업혁명을 통해 근대의 강대국으로 등장한 영국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됐다. 산업혁명으로 유럽의 중심으로 등장하고 있던 시절 영국의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쇠망사'를 통해 "어떻게 하면 멸망하지 않고 강대국을 오래 유지할 수 있을까"를 집중 탐구했다.
독일의 역사가 몸젠의 로마사 연구는 산업혁명의 후발국 독일에게 많은 자극을 주었다.
과거의 역사는 시대가 제기하는 과제를 해결하고 미래의 나침반을 구하고자 하는 오늘을 사는 현세의 인간들에 의해 항상 재해석되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 로마사가 특별히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과 새롭게 부상하는 동북아의 강자 중국, 그리고 세계 2위의 경제강국 일본 사이에 끼어 우리나라가 군사 외교 경제적으로 위협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중국과 인도의 급부상 등으로 당장 10년 뒤 한국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런 처지인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로마인 이야기는 가슴에 깊숙이 와 닿는다.
몸젠의 로마사에서 가장 흥미 있는 대목은 로마시대의 6대 왕인 세르비우스 툴리우스의 개혁을 통해 로마의 시민권이 확대돼 가는 과정일 것이다. 제도 개혁을 통해 국가 한계를 뚫는 리더의 지혜가 돋보이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로마의 존망은 시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민은 군역의 의무를 졌기 때문이다. 시민 모임인 민회는 법의 관점에서는 왕보다 상위에 위치했다.
서구 사회의 기본 규범인 '권리에 따른 의무' '노블레스 오블리주'도 사실은 로마의 시민권 원리에서 나왔다.
푸른역사/테오도르 몸젠 지음/ 김남우·김동훈 외 옮김/2만원
안찬수 기자 khae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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