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음식 ‘돈가스’
바삭한 튀김과 두툼한 속살, 국민 외식 메뉴
1990년대 초,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중학교를 다녔습니다. 3천 원이었던가. 당시에도 제법 싼 가격에 돈가스를 파는 집이 있었어요. 월말고사를 보는 날이면 단짝 친구와 그곳을 찾았습니다. 납작하게 누른 고기를 바삭하게 튀겨 낯선 맛의 소스를 듬뿍 찍어 먹었던 그 시절의 돈가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음식이었지만 어린 우리들에게는 최고의 외식 장소였지요. 지금은 훨씬 더 세련된 장소에서 익숙하게 먹을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어쩐지 예전의 설렘은 다시 맛볼 수가 없습니다.
돈가스에 얽힌 추억 하나쯤, 간직하고 계시지요. 가정의 달로 못 박을 만큼 기념일이 많고 식사모임도 잦은 5월에 소개할 음식은 국민 대표 외식 메뉴인 돈가스입니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아이부터 어른까지 좋아하는 돈가스
돈가스는 튀김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아이 입맛을 가진 어른들도 즐겨 찾는 메뉴다. 일본에서 전해진 음식이지만 한국에서 만드는 방식은 조금 다르다. 일본식은 잘라져 나오지만 한국식은 통째로 나온다. 소스도 일본에서는 곁들여 나오는데 한국에서는 돈가스 위에 뿌려서 먹는다. 스프와 함께 먹어 서양 음식 기분을 내지만 김치와 밥, 단무지가 곁들여 지는 경우가 많다. 귤이 바다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던가. 찌개처럼 얼큰하게 끓인 국물에 풍덩 담가 먹는 돈가스, 중국집에서 군만두를 곁들여 나오는 짜장돈가스, 김밥과 함께 먹는 분식집표 돈가스 등 다양한 입맛 따라 변신 또한 다채롭다.
모차르트도 먹었을지 몰라, 알고 보면 서양요리
돈가스의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오스트리아의 슈니첼(schnitzel)이 나온다. 슈니첼은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요리다. 송아지 고기를 두들겨 얇게 편 다음 밀가루와 계란, 빵가루를 입혀서 튀겨 먹는 비엔나 슈니첼이 대표적이다. 일본식 돈가스와 달리 슈니첼에는 익힌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 모차르트도 어쩌면 먹었을지 모르는 슈니첼을 영미권에서는 포크커틀릿(pork cutlet)이라 불렀다. 커틀릿이 일본에서는 카츠레츠로 발음되는데, 줄여서 카츠로 부르고 우리나라로 넘어오면서 가스가 됐다. 돼지고기를 뜻하는 한자 돈(豚)이 앞에 붙으면서 돈카츠(豚カツ), 돈가스라는 작명이 완성됐다. 일본에서 돈가츠는 시험 전날 먹는 음식이다. 일본말 카츠는 ‘이기다’라는 뜻의 동사 카츠(かつ)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튀김가루 대신 식빵가루 입혀 튀기면 더 바삭해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돈가스는 전국 곳곳 어디에서나 때를 가리지 않고 먹는 친근한 메뉴다. 온 가족이 함께 먹는 외식 메뉴는 물론이고 고속도로 휴게소나 편의점 간편 메뉴, 배달 음식으로, 술안주부터 도시락, 김밥 속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어디서나 사먹기 만만한 메뉴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한다.
고기는 돼지등심을 주로 쓴다. 고기를 칼등으로 내리쳐 부드럽게 만든 다음 청주와 소금, 후추에 재운다. 밀가루와 달걀옷을 차례로 입힌 다음 빵가루를 고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꼭꼭 눌러 묻힌다. 시판용 빵가루보다는 식빵을 믹서에 갈아 입혀주면 한결 바삭하고 풍성한 돈가스를 만들 수 있다. 소스는 우스터소스와 돈가스소스, 토마토케첩과 우유, 꿀을 넣어 한소끔 끓인 후 식혀 준비한다. 180도 예열한 기름에 튀김옷 입힌 고기를 넣어 2번 튀겨내 소스를 얹으면 돈가스가 완성된다.
직접 만들어도, 배달을 시키거나 비싼 레스토랑에서 사 먹어도 돈가스는 맛있다. 짜장면에 버금가는 국민 외식 메뉴의 자리에 괜히 오른 것이 아니다. 고기와 밀가루, 튀김과 짭짤한 소스의 강력한 조합을 거부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주의해야할 것은 칼로리다. 1인분에 600kcal에 육박할 만큼 열량이 높다.
우리지역 돈가스 맛집
20년 전통의 ‘왕돈까스’
아기돼지 삼형제가 살고 있을 것 같은 푸근한 벽돌집. 일산에서 20년 넘게 돈가스를 만드는 곳으로 유명한 정발산동 ‘왕돈까스’다. 1층 단독을 돈가스 집으로 사용해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할 수 있다. 돈가스, 생선가스, 함박스테이크와 스파게티 모두 양이 푸짐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위치: 일산동구 정발산동 1350-4
문의: 031-901-6987
무한리필 수제돈가스 ‘하나축산’
흔치 않은 정육점 내 돈가스 집, 그것도 무한리필로 수제돈가스를 먹을 수 있어 유명해진 곳이다. 축산과를 졸업한 김추일 사장이 독일식 수제 육가공 전문가 자격을 갖추고 정육점 내 모든 고기를 직접 손질한다. 돈가스는 주문과 동시에 튀겨낸다. 5월 5일까지 리모델링해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위치: 일산서구 대화동
문의: 031-917-0575
깔끔한 맛의 ‘돈까스하우스’
왕돈가스, 돈가스덮밥, 스파게티와 우동 등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수제돈가스 전문점이다. 돈가스 위에 치즈를 올린 치즈돈가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다. 바삭하게 튀긴 돈가스에 부드럽고 살짝 달콤한 소스가 잘 어울린다. 소박하고 깔끔한 맛에 가격은 저렴하다.
위치: 일산서구 탄현동 4-1
문의:031-925-5546
메뉴가 다양해 고르는 즐거움 ‘수제돈까스전문점 하루’
돈가스, 치즈돈가스, 파스타, 오므라이스, 함박스테이크, 우동과 나베돈가스까지 다양한 메뉴로 고르는 즐거움이 있는 집이다. 과일을 넣은 듯 달콤한 소스의 맛이 이 집의 매력이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런치타임에는 가격을 할인한다. 주말 및 공휴일은 제외.
위치: 장항동 867 웨스턴돔 A동 2층
문의: 031-931-5599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