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녹음 속, 가족과 함께한 완벽한 힐링의 추억
연휴의 시작이었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새벽부터 밀린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흔치 않은 3일 연휴가 이어지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터. 하지만 우리는 걱정이 없다. 집에서 30분이면 도착할 캠핑장에 일치감치 예약을 해두었기 때문이다. 용인에는 반갑게도 가볼만한 캠핑장이 많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구봉산 캠핑장’을 낙점했다. 숲속에 위치한 캠핑장은 집에서도 가깝지만, 무엇보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캠퍼들에게 후한 점수를 받는 곳이다.
1년에 한두 번 보지만 가족같이 친근한 후배 가족과 함께 보내기로 한 캠핑. 연휴가 다가오기 전부터 마음은 콩닥콩닥, 벌써부터 캠핑장을 향하고 있었다.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계절의 여왕’인 5월 중에서도 가장 화창한 날이 오늘일까 싶을 만큼 아침부터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셨다. 좋은 징조다. 서울에 사는 후배네 가족은 일치감치 출발했고, 용인에 사는 우리가족은 전날 시댁 제사를 지낸 피로와 함께 남겨진 일을 마무리 하느라 뒤늦게 출발했다.
캠핑장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 하지만 일치감치 와서 좋은 자리를 골라둔 후배 부부 덕분에 세면장 가깝고 전망도 좋은 명당(?) 사이트에 텐트를 칠 수 있었다. 와서 보니 연휴를 실감케 할 정도로 많은 캠퍼들이 사이트마다 진을 치고 있었다. 오토캠핑장인 이곳에 정작 오토캠핑이 어려울 정도로 차들이 빼곡히 들어차 다소 어수선한 느낌이긴 했다. 하지만 황금연휴에 이 정도 혼잡은 감수할 만하다 싶어 차에서 짐을 내려 사이트로 옮겼다.
낡아서 수명을 다한 텐트를 버리고 새로 구입한 우리의 ‘신상’ 텐트와 타프. 겨우내 묵혔다가 처음 쳐보는 텐트는 어른 4명에 아이들 서너 명이 매달렸음에도 족히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얼마 후 텐트는 완성됐고 중간에 타프를 쳐서 아늑하고 여유로운 공간구성이 이루어졌다.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캠핑장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산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캠핑장은 9개 구역으로 나뉘어 조성돼 있고 숲속에 있어 한적하고 조용한 느낌을 주었다. 캠핑장 뒤로는 구봉산이 연결돼 트레킹이나 산책코스로도 훌륭했다. 텐트 앞 쪽, 탁 트인 전망도 시원스러워 청량감을 주었다. 이 정도 환경이면 자연에서의 휴식을 원했던 캠핑 본래의 목적을 채워주고도 남아 1차 점수는 별 다섯 개가 팍팍 들어간다.
별이 총총한 숲속에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다
텐트도 쳤고 주변 풍광 감상도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요리. 캠핑을 캠핑답게 해주는 일등공신인 숯불을 피우고 우리 두 가족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그리고 후배 부부가 마련해온 등심 스테이크를 불에 올리고 밑반찬과 밥을 담아 근사한 만찬을 시작했다.
숲속에서 먹는 저녁밥은 7성급 호텔 디너도 부럽지 않는 충족감을 주었다. 불에 구워 소금만 찍어 먹는 스테이크는 어찌 그리도 부드러운지. 몇 번 씹지도 않았는데 이내 식도로 넘어간다. 여기에 싱싱한 채소를 곁들인 소시지 구이는 아이들에게도 최상의 만찬이 되었다. 저녁이 되어 약간 쌀쌀해진 밤공기는 가운데 놓인 숯불장작의 힘으로 녹여내고 우리는 그렇게 밤이 늦도록 서정적이고 넉넉한 캠핑의 만찬을 즐겼다.
어느 정도 배가 찬 아이들은 각자 챙겨온 만화책과 보드게임으로 저희들만의 놀이 세계에 빠져들었고, 어른들은 자연스레 정겨운(?) 술 파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숯불 위에 장작을 올리니 분위기도 활활, 장작이 타면서 내는 소리와 풍기는 소나무 향도 그윽했고, 조금씩 들어간 알코올 기운에 온몸의 긴장이 한순간 녹아내리며 완벽한 휴식타임이 찾아왔다.
이럴 때 음악이 빠지면 서운하다. 스마트폰으로 라디오 프로그램을 맞춰 놓고 이웃 캠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만 볼륨을 높였다. 우리네와 비슷하게 영화를 다운받아 텐트 스크린에 비춰보는 캠퍼들도 간간히 눈에 띄었다. 날이 날인지라 라디오에선 추억을 건드리는 감미로운 음악이 쏟아져 나왔고, 숲속 밤하늘엔 별들이 쏟아질듯 빛을 내며 우리를 축복해 주었다.
“아~ 이보다 완벽할 순 없도다.” 우리는 그동안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연신 쏟아내며 웃음과 미소, 그윽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젊은 날의 추억을 얘기했고 남은 인생을 멋지게 살기 위한 저마다의 포부도 나누었다. 어느 틈엔가 아이들은 하나둘 텐트로 들어가 잠 속에 빠져 들었고, 이 밤이 아쉬운 어른들만 모닥불 앞에서 밤이 늦도록 추억과 낭만을 나누었다.
캠핑 마니아 주인장의 세심한 손길, 만족스러운 캠핑장
늦은 밤까지 정겨웠던 우리들은 새벽녘에야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일찍 잠이 깬 아이들은 저희들끼리 숲속 산책을 다녀왔고 부산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캠퍼들 속에서 우리도 서둘러 아침식사 준비에 돌입했다.
늘 그렇듯 아침은 해장라면과 함께. 어제 준비해 두었던 새우구이, 그리고 미쳐 못 먹은 소시지를 함께 구웠다. 코치에 구운 새우는 숯불 향이 얹어진 덕분인지 아무 양념을 안했음에도 입에 착착 감긴다.
그렇게 아침밥과 해장라면으로 입과 위를 충분히 만족시키고 뒷마무리에 들어갔다. 어제는 미처 보지 못한 세면장과 개수대, 화장실도 꼼꼼히 살펴봤다. 깔끔하게 정리된 것이 이곳 주인장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때마침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던 주인장을 만나고서야 이곳이 캠핑을 즐기던 주인장이 지인들과 함께 만든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시설은 대체로 만족할 만한 수준. 화장실에는 휴지가 항상 단정히 걸려 있었고 바닥은 수시로 물걸레질을 해 비교적 깨끗한 편이었다. 여러 곳으로 분산된 개수대엔 여름철 찜통더위를 고려한 작은 에어컨이 군데군데 설치돼 있었고 샤워장과 세면대에선 온수가 풍족히 나왔다. 샤워장의 옷 바구니 설치도 굿. 역시나 캠핑 마니아였던 주인장의 손길이 곳곳에 미처 있어 캠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이 엿보인다.
게다가 아담한 수영장까지 갖추고 있어 여름철 아이들과 물놀이도 좋을 듯하다. 전체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기에 아깝지 않은 곳이었다. 그런데 오후부터 빗방울이 쳐서 도저히 2박은 무리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아쉽지만 남은 1박은 리포터 집에서 보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애초 2박 3일 일정이 조금 길었던 1박 2일로 마무리 됐지만 숲속 캠핑장에서 달달한 봄밤을 보내고 온 리포터와 후배 가족.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캠핑장에서의 추억들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용인 구봉산 캠핑장 이용 tip>
* 용인 구봉산 자락에 위치해 공기가 맑고 아늑한 캠핑장이다
* 9구역 전체 140동 규모, 바닥은 모두 파쇄석이라 배수가 잘 된다.
* A구역은 탁 트인 전망이, B구역은 숲속 그늘이, C구역은 단체로 오면 이용하기 좋도록 사이트가 널찍해 좋다.
* 개수대, 세면대, 화장실은 넉넉하고 깨끗하게 관리되는 편이며 온수도 잘 나온다.
* 전기사용이 가능하며, 장작은 개별 화로를 가져와야 피울 수 있다.
* 작은 수영장이 있어 여름철 이용이 가능하고 캠핑장 주변으로 얕은 개울이 흘러 발을 담글 수 있으며 구봉산 트레킹이 가능하다.
* 4월 이후엔 100% 예약률을 보여 한두 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
* 오토캠핑이 가능하나 예약률이 높을 경우 다소 떨어진 곳까지 짐을 날라야 할 수도 있다.
* 숲속에 위치해 밤에는 다소 추울 수 있으니 두꺼운 옷이나 담요, 난방도구가 필요하다.
* 예약 시 지정은 없고 당일 선착순으로 좋은 사이트를 선점할 수 있다.
* 1박에 35,000원, 연박은 55,000원이다.(전기사용, 주차료 포함)
* 위치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목신리 83번지
* 예약 010-5394-9445 / http://gbmac.net
<캠핑장 주변 지역명소 & 맛 집 >
* 와우정사- 기네스북에 오른 와우불과 불두가 인상적인 사찰
구봉산 캠핑장에서 꿈같은 하루를 보낸 후 우리 가족과 후배 가족은 캠핑장 인근에 위치한 ‘와우정사’로 나들이를 갔다. 마침 석가탄신일이 낀 연휴라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거란 판단에서다.
캠핑장에서 불과 10여분. 차로 달려 도착한 와우정사는 누워계신 부처님 ‘와불’을 볼 수 있으며 금동을 입힌 커다란 부처님 머리(불두)가 유명한 곳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향나무를 깎아 만든 와불은 국내 최대 규모로 길이가 12m, 높이가 3m에 이른다. 눈길이 갈만큼 희귀한 불상과 전시물들이 많아 다채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때가 때인지라 많은 신자와 관광객이 모여 유원지처럼 북적였다. 우리는 천천히 경내를 산책하면서 열반전에 모신 와불상과 기와로 쌓은 탑 등을 구경한 후 내려왔다. 와우정사 입구에 늘어선 좌판 음식점들은 이곳이 경건한 사찰임을 잊게 할 만큼 요란한 음악을 틀어놓아 눈살이 찌푸려졌다. 도심과 멀지 않아 고즈넉한 산사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요란한 절의 모습도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 위치 용인시 처인구 해곡동 43번지
* 문의 031-339-0101~3
* 당산 시골밥집-외할머니 집 밥 닮은 완소 음식점
‘와우정사’에서 용인방향으로 1km쯤 내려오다 만난 당산 시골밥상. 직접 농사지은 채소와 나물로 정갈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모든 반찬은 이집 할머니가 직접 만들고 조미료로 맛을 더하지 않아도 할머니의 오래된 손맛으로 버무린 무공해 반찬들은 지친 몸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안동에서 공수해온 고등어구이는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음식에 들어가는 된장이며 고추장, 청국장도 직접 담그니 시골 외가에 가서 먹는 그 맛 그대로다. 우리는 고등어밥상과 청국장밥상을 시켜 배가 든든할 만큼 푸지고 맛있게 먹었다. 같이 간 후배 부부도 안내한 리포터에게 고마움을 표할 만큼 충족감을 주었던 식당이다. 반찬이 떨어지면 문을 닫는 곳으로 주말 오후엔 전화로 확인하고 가야할 만큼 미식가들에게 소문난 괜찮은 맛 집이다.
* 위치 용인시 처인구 해곡동 364-1 와우정사 부근
* 문의 031-332-7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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