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교문에서 프리허그로 학생 맞아주시는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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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용천중학교에서는 아침 등교시간마다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이 학교 선생님들이 교문에서 직접 아이들을 맞이하며 프리허그를 해주는 것. 용천중학교 학생부 선생님들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일이다. 3월부터 시작한 이 프리허그 행사는 이제 지역 주민과 학부모들이 구경하기 위해 일부러 올 만큼 유명해졌다. 그러나 더 놀라운 일은 학교 안에서 일어났다. 학생들의 인사성이나 수업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엄마와 아빠를 대하듯 선생님을 대하는 학생들의 태도이다.
통제불능 학생 많을수록 힘든 부서는 학생부
질풍노도의 한가운데에 있는 중학생은 언제 어디로 어떻게 튈지 그야말로 예측불허의 존재들이다. 학부모나 교사 모두 요즘 중학생 대하기가 가장 무섭다고 하는 것도 그 때문. 오죽하면 ‘중2병’이란 말이 생겼을까? 용천중학교 학생부 선생님들이 이런 아이들에게 회초리가 아닌 포옹을 선택한 것은 아이들의 이러한 정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인권조례안이 시행된 초기에는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한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교권이 무너지고 자율보다는 방종으로 흐르는 아이들을 선생님들은 감당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죠. 그 때가 2011년경이었고 제가 부임해 온 해이기도 했습니다. 전교생이 519명인데 징계만 113건에 이를 정도였으니까요.”
이상규 교사의 말이다. 기본적인 생활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학교에서 가장 바쁘고 힘든 부서는 바로 학생부. 용천중학교가 꼭 그랬다. 학교는 이미 엄한 규율이나 규칙을 들이대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선생님들은 입을 모은다.
“수업 중에 돌아다니는 것은 다반사고, 심지어 학교 정자에 누워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도 있었어요. 그런 학생들에게 선생님의 훈계가 먹힐리 만무했고, 공부나 성적 얘기도 무의미할 수밖에 없어요. 작년까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2013년 새학기가 시작되면서 선생님들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대책회의를 가졌고, 매를 들기보다는 사랑으로 감싸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회초리 들기보다는 사랑과 관심으로 보듬어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정희철 교사는 엄마가 학교에 다녀오는 아이를 맞이듯이 선생님이 직접 학생들을 맞이하자는 것을 제안했고, 그 아이디어가 바로 프리허그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선생님이나 아이들이나 모두 쑥스러워했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아이들이 먼저 달려와서 안긴답니다. 아이들이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눈 마주치는 것도 싫어 엎드려있던 아이들이 지금은 손들고 질문을 할 정도니까요.”
체육을 맡고 있는 고민철 교사는 학교에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 12명을 대상으로 방과 후에 무료로 기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또 담당과목의 특성을 살려 축구나 배구 등의 시합도 늘 함께 한다. 방과후에 주로 학원으로 향하는 도시의 아이들과 달리 부모님의 간섭이 적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학생들이 대다수인 것이 용천중학교의 지역적 환경이다.
“선생님이 학생들 대할 때 변화시켜야 겠다고 생각하면 아이들은 절대 안변해요. 저는 그런 마음을 잘 알기에 아이들을 순하게 바꾸려 하기 보다는 ‘같이 놀자’는 의도로 시작한 일입니다. 사실 저도 딱 이만했을 때 엄청 말썽쟁이였거든요. 그래서 이 아이들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이 또래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외롭고 관심받고 싶은 것이 진짜 속마음이거든요.”
주말을 이용해 학교 사제간에 뒤뜰에서의 야영을 제안한 김옥경 교사는 ‘문제행동은 있어도 문제학생은 없다’고 말한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으려는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 모든 아이들을 가슴깊이 이해할 수 있다고 김 교사는 강조한다.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흔히 문제아로 지목된 학생들은 당연히 받아야할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원없이 사랑을 주고 호강시켜보자는 생각으로 뒤뜰 야영을 기획했어요.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필요없다. 입만 가져와라’고 했죠. 마음 껏 먹고, 얘기하면서 가슴 속의 응어리들을 내려놓자고 말이에요.”
1박 2일로 진행되는 뒤뜰 야영의 모든 지원은 학교에서 했다. 미니 체육대회, 선생님이 요리해주는 삼겹살 바비큐파티, 진실게임(소통의 시간), 캠프파이어, 집단미술치료, 명상, 롤링페이퍼 등의 활동을 한다.
“마음을 열고 얘기하면 통하지 않을 것이 없어요. 프리허그나 캠프, 그리고 다양한 방과후 활동같은 프로그램은 이제 시행한지 3개월이 조금 넘었지만 우리 선생님들은 희망의 홀씨를 보았습니다. 작년까지 미웠던 아이들이 지금은 정말 소중하고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26년 교직생활 중에 처음 느껴보는 힐링이에요.”
어느 학교든 분명 수학공식보다 담배를 먼저 배우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문제 학생이라도 버리고 가서는 안되는 것이 학교이고 선생님이다. 이 아이들을 ‘어떻게 변화시킬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이 아이들과 소통할 것인가’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선생님들은 입을 모은다.
“학교는 즐거운 곳이어야 합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달려와 안기듯이 선생님도 같은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는 요즘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이나 요즘 즐거운 일이 가득합니다. 처음에 구멍내는 것은 힘들지만 결국 둑은 무너지는 것처럼, 사랑의 힘이 조금씩 학교를 변화시켰고 우리 모두는 그만큼 행복해졌습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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