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하면 해당 지역의 토지를 수용한다. 개인은 손실보상금을 받고 어쩔 수 없이 살아온 터전을 옮길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개인의 재산권 침해 측면에서 토지수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지만 우리는 뉴타운 개발 등 쉽게 강제수용이 이뤄져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다. 강제수용을 위해서는 적정 수준의 토지보상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놓고 다툼이 잦다. 대법원은 보상액을 정하는 감정평가 과정에서 산정요인을 분석할 때 납득할만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으면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2006년 해운대 관광리조트 도시개발사업을 고시했다. 부산광역시는 해당 지역에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던 개인들에게 토지손실보상금을 주고 부동산을 수용했다. A사는 해운대구에 6295㎡(약 1907평)의 토지와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수용보상금으로 약 192억을 받게 됐다.
하지만 A사는 해당 사업이 사계절 체류형 관광휴양단지 조성을 내용으로 하기 때문에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고시하기 위한 도시개발사업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A사는 토지손실금의 보상기준인 감정평가 결과에도 수긍하지 못했다. 부산도시공사는 인근 토지 두 곳 중 한 곳을 비교표준으로 삼아 보상금을 정했다. A사는 "(비교표준으로 삼은 곳 말고)다른 지역을 비교표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다른 인근 지역 토지에 대한 보상금에 비해 너무 저렴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A사는 또 "감정대상토지와 비교표준지의 개별요인 비교치를 구해 적용한 '기타요인 보정치'도 잘못됐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1심은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사업은 숙박·문화·휴양·운동시설 등의 관광시설과 도로·주차장·공원 등의 공공기반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며 "전체 사업대상부지 중 공공기반시설용지가 19.1%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는 도시를 계획적·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도시개발법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현재 감정평가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타요인 보정치'는 산정방식이 시가와 공시지가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율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합리성이 있다"며 "감정결과에 위법이 없다"고 말했다.
2심도 1심과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감정결과를 위법하게 할 정도의 비교표준지 선정상의 잘못은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기타요인 격차율 산정은) 현재 감정평가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고 시가와 공시지가 사이에 존재하는 격차율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합리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하급심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채용한 위 감정평가서 중 '기타요인' 보정 항목을 보면 '보상선례보다 개별요인 우세함'이라는 기재와 그 격차율 수치가 '1.652'라고 되어 있는 것이 사실상 전부여서, 결국 격차율의 산정 결과에 해당하는 수치만 나타나 있을 뿐 어떤 이유로 그와 같은 결과치가 산출되었는지에 관하여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보상액을 평가함에 있어 모든 산정요인을 특정·명시함과 아울러 각 요인별 참작 내용과 정도를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정도의 설명을 기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감정평가서에 의한 평가는 토지수용보상액의 평가방법을 어긴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결론내렸다.
이 사건 판결전문은 법원도서관 홈페이지 공보코너 '2013. 8. 1. 판례공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건번호 : 대법원 2013두2587 자료 = 법원도서관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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