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북(人 side Book) -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레시피> 저자 김경윤 씨

“스스로에게 늘 질문하는 삶, 그것이 인문학의 출발”

지역내일 2013-09-07 (수정 2013-09-09 오후 1:47:21)

 ‘인문학의 위기’라고들 하죠.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가 우선이 된 지금, 인문학은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샌가 ‘인문학’이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습니다.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미래 경쟁력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춰야만 확보될 수 있다고 믿고 인문학을 적극 권장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처음 마주하는 인문학은 너무 광대하고, 어렵게만 보입니다. 이에 일산 자유청소년도서관 김경윤 관장은 ‘인문학은 공부하는 것’ 아니라고 합니다.  자신의 삶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으려는 것이 인문학의 첫 걸음이라고 말이죠. 특히 청소년들에게 이러한 인문학적 자세는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이번 인사이드 북에서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레시피>의 저자 김경윤 관장을 만나봅니다. 

인문학은 단순히 ‘책’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김경윤 관장은 먼저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이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요새 논술과 같은 글쓰기 능력이 중시되면서, 청소년들에게 인문학이 마치 유행처럼 가르치고 있죠. 글쓰기 능력이 갑자기 향상되는 것도 아닌데, 인문학 배우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절대 인문학이 의무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김경윤 관장은 청소년들이 역사 속 철학자들의 사상이나 어려운 철학 개념을 ‘공부’하기 전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는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김경윤 관장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문학이죠. 인문학 서적 한 권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책 한권을 읽을 때도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무조건 받아들이는 독서는 필요치 않다. 그가 진행하는 인문학 강의도 ‘책’을 다루기는 하지만, 내용을 섭렵하기보다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을 찾아가도록 유도한다. 책은 단지 하나의 발판일 뿐. 자신과 인생의 큰 의미를 찾는 과정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인문학적인 자세인 셈이다.
 
청소년들의 인생 멘토가 될 4대 성인들의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레시피>는 서양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역사적으로 깊이 있고 지속적인 영향’을 끼쳐 가장 위대한 인물로 꼽은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예수의 사상을 다룬 책이다. 언뜻 이들을 접하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책은 네 명의 성인을 평범한 한 가족의 식탁으로 초대한다는 설정을 갖고 편안히 시작한다. 성준, 민준 형제와 엄마, 그리고 인문학 강사 아빠가 함께 하루씩 4대 성인들을 집으로 초대해, 이들과 친구가 되고 자연스럽게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그려냈다. 성인이라 할지라도 어릴 적 그들도 지금의 청소년과 다를 바 없었고, 대신 평생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했기에 종교의 창시자, 혹은 위대한 철학자가 된 그들. 범접하기 어려운 성인이 아니라, 마치 이웃집 아저씨이자 인생 멘토로 다가온다. 책은 일상적인 대화로 어려운 개념들을 쉽게 설명하고, 청소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화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네 식구와 성인들의 대화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 새 그들의 재밌는 대화에 동참한 듯한 기분이 든다. 

책과 함께 인문학을 논하는 열린 공간 ‘자유청소년도서관’
 어릴 적부터 독서광이었다던 김경윤 관장은 ‘작가’를 꿈꿨던 청년이었다. 고3시절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영문과로 진학했지만, 토익이나 토플 공부는 뒷전. ‘내 손에서 책을 절대 떼어놓지 말자’라는 각오(?)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처음엔 무작정 책이 좋아 읽었지만, 점차 ‘내 삶을 돌아보고, 해석하고, 해결하기 위해’ 책을 읽게 되었단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인문학 서적을 많이 접하게 됐고, 덕분에 잡지 연재와 인문학 서적도 몇 권 출간해 작가의 꿈도 이뤘다.
 자유청소년도서관은 김경윤 관장이 소장하고 있는 1만 여권의 책 중에서 선별한 3천여 권의 인문 사회과학 서적을 모아 마련한 공간이다. 도서대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 강의와 모임이 이곳에서 열린다. 김경윤 관장은 자유청소년도서관을 열면서 특히 부모, 교사 등 ‘가르치는 자’들부터 인문학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부모나 교사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함께 공부해야 하죠. 진정 가르치는 자의 삶을 살고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을 던져봐야 합니다.”
 치열한 입시 환경 속에서 ‘공부’만을 강요받는 학생들은 결코 인문학적 사고를 할 수 없기에, 어른들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김 관장은 강조하다.
“요즘 학생들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해요. 그래서 전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소리를 안 합니다. 오히려 하지 말라고 하죠. (허허)”

인문학적인 삶. ‘구멍이 퐁퐁 뚫린 삶’ 속에서 가능해
 인문학 강의, 도서관 관리, 글 작업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는 ‘여유’를 부린다. 틈틈이 장항동 텃밭에 가서 손수 작물을 가꾸는 재미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는 그. 그는 인문학적인 삶은 ‘구멍이 퐁퐁 뚫린 삶’ 속에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현대인들의 삶에는 빈 공간이 없어요. 공부에 시달리는 아이들, 회사일에 쫓기는 직장인들은 매일 똑같이 짜인 계획 속에서 살아가죠. 구멍이 퐁퐁 뚫려 비어있는 삶, 그 빈 공간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질문 던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죠. 인문학적인 삶은 그런 거죠”
 그는 현재 청소년들을 위해 소설의 형식을 빌려 ‘스피노자’의 철학 사상을 다룬 책, 40~50대 중년들에게 ‘과연 인문학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를 질문하기 위한 서적을 준비 중이다. 독자들의 100% 공감과 호응을 얻고 싶진 않단다. 다만 과잉 욕심 덕에 삶이 행복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행복과 사랑, 그리고 조화와 나눔이 있는 삶에 대한 질문을 갖길 원한다. 도서관 한 쪽에는 그가 며칠 전 따왔다는 부추가 곱게 꽃을 피우고 있다. 부추 꽃이 그렇게 고운지 리포터도 그 때서야 알았다. 잊고 지나쳐버리는 일상에서 작은 기쁨과 깨달음을 얻어가는 것. 인문학은 그렇게 출발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남지연리포터 lamanua@naver.com 

<김경윤 관장이 추천하는 청소년 인문학 입문서>
1. 동양고전 : 공자, <참된 인간의 길을 묻다, 논어> (파란자전거)
 ▶동양에서 가장 오랫동안 많이 읽히는 책. 유명구를 중심으로 친절한 해설을 달았을 뿐만 아니라, <논어>를 잘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이 담겨있다. 초등 고학년부터 다양한 세대가 읽을 수 있다
2. 서양고전 :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사계절출판사)
▶ 서양에서 가장 오랫동안 많이 읽히는 책. 소크라테스의 재판과정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철학의 목적과 의미, 철학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그러한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 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재판과정에 참여한 것처럼 박진감 넘치게 해설한다.
3. 현대외국 : 리차드 바크, <갈매기의 꿈>(현문미디어)
▶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야 할 책. 조나단이라는 갈매기를 주인공으로, 참다운 삶이란 무엇인지, 자유와 행복, 완성된 삶, 함께 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4. 현대한국 : 조영래, <전태일평전> (아름다운전태일)   
▶ 우리나라의 근대기에 사회적 모순과 그 모순 속에서 순수하고 치열한 삶을 살았던 청년 전태일의 삶과 죽음, 꿈과 희망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꼭 읽어야할 책.

<자유청소년도서관은...>
 일산 지역 청소년, 학부모, 교사를 위한 도서관으로 다양한 인문학 관련 도서를 구비하고 있다.  작가와의 만남,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강의뿐만 아니라 부모들을 위한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방학 기간 중에는 청소년 인문학 캠프도 열린다.
개관시간 주중 오후1시~오후6시/\
도서대출 1인당 3권 
위치 일산동구 마두동 900-6 / 
문의 070-7785-0064. 카페
http://cafe.daum.net/freedom-l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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