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 누구나 한번쯤 품어본 꿈일 것이다. 그런데 이 어릴 적 꿈을 중년, 혹은 그 이후의 나이에 모형비행기에 실어 실현하는 이들이 있다. 파주지역 모형항공비행모임, ‘평화누리비행클럽’의 동호인들이 그들이다. 그 시원한 비행의 현장으로 찾아가 보았다.
김수정 리포터 whonice@naver.com
약간의 빗방울이 비친 토요일 오전,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인근에서 항공모형항공협회 파주지회, ‘평화누리 비행클럽’의 모임이 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은 볼 수 없었지만 회원들은 어김없이 약속장소로 모여들었다. 빗방울이 소강상태에 이르자 회원들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이들이 각자의 자동차 뒤 트렁크에서 조심스레 꺼내 놓은 것은 바로 큼지막한 모형비행기. 성인 남성도 들기 버거울 정도의 모형비행기는 크기도 크기지만 빨강, 파랑 등 원색으로 단장된 외양만으로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잠시 후 회원들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모형비행기를 공터에 내려놓고 조종을 시작했다. ‘위이잉’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공중으로 솟구치는 비행기는 잠시 나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하늘 저편 작은 점이 되어버렸다.
현존 비행기의 비행원리를 그대로 담은 모형비행기
‘평화누리비행클럽’은 파주지역 모형항공비행모임으로 항공모형항공협회 파주지회 소속이기도 하다. RC GOOD이라는 이름의 동호회에서 출발해 5년 넘게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회원의 연령대는 30대중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하며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매주 야외에서 비행모임을 갖고 있으며 각종 전국단위 비행대회와 강의, 봉사 등에도 참여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주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뒤편 공터에서 비행을 할 때가 많으며 여름에는 파주의 운정호수공원에서 모형보트 조종을 즐기기도 한단다.
모형항공기라고 해서 장난감 수준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들이 다루는 모형항공기는 현존하는 비행기를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형태로 비행기의 비행원리와 동일하다. 글라이더, 전투기, 덕트기 등 다양한 기종을 다루며 가격은 일이십만 원대 안팎에서부터 고가의 기종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드넓은 하늘에 비행기를 날리는 기쁨을 누리려면 그 이면에 신경 써야 할 것도, 배워야 할 것도 많다. 비행기의 조립, 조종은 물론이고 수리 등의 사후관리까지 모두 회원들 몫이다. 회원들 중에는 모형항공기조종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많아 이들이 초보자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어릴 적 꿈을 중년 이후, 눈앞에서 실현하는 희열
비행기 날리며 건강도 되찾아
회원들 중에는 어릴 적부터 모형항공기를 좋아했던 이들이 많다. 이 모임의 회장인 이재우(58)씨도 그러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이 합동과학에서 나온 모형비행기를 사준 적이 있다”고 추억하는 그는 “비록 송수신기가 없어 날릴 수는 없었지만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했다. 그 후 여느 가장들과 다름없이 생업에 종사하며 바쁘게 살아오던 이씨. 그는 50대의 어느 날, 우연히 지인에게 미니헬기를 선물 받으며 어린 시절, 비행의 설렘을 되살리게 됐다고 전했다.
“첫 비행의 느낌은 천하를 얻은 것 같다고나 할까요. 땅에 있던 모형비행기가 파란 하늘 도화지에 점을 찍고 다시 내 발 앞으로 도착할 때의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드네요.”
이후, 그는 평화누리비행클럽의 전신인 RC GOOD 동호회에 발을 담그며 운영진에게 1년 여간 조종법을 배우며 모형비행기에 푹 빠져 살았다고 한다. 그는 그 과정에서 취미의 즐거움은 물론, 부수적으로 건강도 되찾았다고 말했다.
“당뇨망막증으로 시력이 많이 떨어졌었는데 모형항공기를 조종하며 의사가 놀랄 정도로 시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아무래도 먼 하늘을 보며 취미생활을 한 것이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는 현재 아이들을 위한 항공과학교육 업체 교육이사, RC관련 잡지기자로 몸담을 정도로 취미로 시작했던 모형항공분야를 자신의 일에까지 확장시켰다.
김동근(74) 회원은 이 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는 연장자다. 젊은 시절, 공직 생활을 했던 그는 퇴직 이후, 본격적으로 모형항공기 비행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경비행기까지 조종할 정도로 활동적이다.
“모형비행기가 말이 모형이지, 비행기 원리와 똑같아 첨단기계를 다루는 것이에요. 이왕 시작하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근학(49) 회원은 10여 년 전, 모형항공기 모임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 독학으로 모형항공기 조종법을 깨우친 케이스다. “혼자 배우며 힘들었는데 지금은 평화누리비행클럽과 함께 하니 의지도 되고 좋다”며 “매주 토요일 별 다른 일이 없으면 무조건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고 했다.
“바쁘게 살다보면 하루 중 하늘 보기가 참 힘들잖아요. 일주일동안 일하며 힘들거나 스트레스 받았던 것들을 토요일에 이렇게 야외에 나와, 파란 하늘에 비행기와 함께 날려 보내면 그 기분은 뭐, 힐링이 따로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의 소원은 비행장 확보”
활용도 많은 모형항공, 인식전환 요원해
이들 동호인들에게는 큰 바람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비행장 확보. 이재우 회장은 “축구장 하나면 1백 명, 골프장 하나면 1천 명의 모형항공동호인이 비행을 할 수 있다”며 “모형항공의 중요성이 커지고 동호인도 늘어남에 따라 국가에서 여타의 스포츠 종목들과 같이 모형항공동호인들을 위한 지원이 확대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특히 비행장 임대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그는 또 모형항공에 대한 인식전환과 저변확대가 요원함을 피력했다.
“요즘 농약도 모형헬기로 뿌리잖아요. 또 산에서 사고가 났을 때 멀티콥터라는 모형헬기에 카메라를 달아 추적하기도 하고요. 토목, 방위산업 등 모형항공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그 중요성도 큽니다.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이에 대한 시스템이나 인식이 부족해 아쉽죠. 많은 이들의 인식전환과 저변확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평화누리비행클럽은 관심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동참을 원하는 이들은 운영진에게 문의하면 된다.
입회 문의 : 010-4140-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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