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노력하는 만큼 맛있고 아름다워집니다. 여기에 디자인까지 더하면 단순히 끼니를 때우기 위한 음식을 넘어 하나의 식문화가 될 수 있겠지요.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키며 요리하는 이 남자. 식재료를 선택할 때의 정직함과 만드는 과정에서의 열정, 그리고 담는 그릇에 이르기까지, 그는 자부심으로 돌돌만 ‘샐러드 김밥’을 약속합니다. 유명 호텔 수석조리사 유니폼을 과감히 던지고 소박한 분식집에서 우리를 위한 요리를 시작한 김종혁 셰프. 그의 요리와 인생, 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유석인 리포터 indy0206@naver.com
세계화를 꿈꾸는 소박한 분식집
“요리만큼 진실한 것은 없습니다. 요리사에게 남는 게 무엇입니까. 음악이나 미술가처럼 작품이 남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손님의 기억에 남는 것뿐입니다. 음식을 맛있게 먹은 손님이 다시 매장을 찾아 주는 것, 그게 우리의 결과물인데 그만한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좋은 재료, 정직한 맛, 진실한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일산에서 가장 핫한 거리 원마운트 쇼핑몰에 조금 색다른 분식집이 오픈했다.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 한식당 수석조리사라는 이력만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끄는 김종혁 셰프가 한식의 세계화를 꿈꾸며 문을 연 ‘샐러드 김밥’이다. 야채 싫어하는 아이도 이것저것 골라내지 않고 한입에 쏙 넣을 수 있도록 ‘샐러드 김밥’이라 이름 붙인 소박한 분식집이지만 김 셰프만의 특별하고 독창적인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그는 문경이 고향이고 시골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냈다.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서 남도음식을 두루 섭렵한 후 호텔에 들어왔다. 어렸을 적 맛본 할머니의 손맛과 호텔에서 요리한 경험들이 흔적처럼 쌓여 그의 요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김밥이나 떡볶이 같은 분식은 바쁘고 배가 고플 때 누구나 손쉽게 찾고 즐겨먹지만 요리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홀대하고 무시하기 일쑤죠. 길거리 음식으로 평가절하 돼있는 분식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싶습니다.“
그는 김밥과 떡볶이를 통해 한식의 세계화를 꿈꾼다. 구절판이나 비빔밥 같은 전통음식만 한식으로 여기는 한국 사람들과 달리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식은 김밥이나 떡볶이 같은 분식임을 잘 알고 있다.
“호텔에 있을 때보면 많은 중국인들이 아침으로 국수를 먹고 갑니다. 국수나 김밥같은 분식은 간편하고 자국의 문화에 맞게 변형시키기 쉬워 외국인들이 좋아합니다. 좋은 재료와 문화적 요소들을 가미하면 가장 빨리 세계화할 수 있는 음식이 될 겁니다."
음식은 노력하는 만큼 아름다워진다
분식도 건강한 세계인의 먹거리라고 소탈하게 말하지만 그런 요리가 가능한 것은 그의 손 맛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이야기. 음식은 노력하는 만큼 맛있고 아름다워진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요리는 독특한 요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중심을 잡아주는 ‘맛’이 있다.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방법으로 음식을 만들지만 식재료 선택과 접근 방법은 누구보다 재미있게 풀어낸다. 김밥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이미지를 비틀어 밥보다 속재료를 더 크게 하고, 새하얀 사기 그릇에 담아 장미꽃으로 장식하는 등 눈을 즐겁게 하는 유머가 그의 요리 곳곳에 배어있다.
그가 자신 있게 내보이는 메뉴 중 하나는 끓여먹는 국물 떡볶이와 좋은 재료로 속을 꽉 채운 샐러드 김밥이다. 충남 당진의 햅쌀로 밥을 짓고, 김밥 맛을 해친다 하여 계란 지단을 과감히 뺐다. 여기에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몸에 해로운 맛살이 아닌 게살을 넣었다. 떡볶이는 부모님이 과수원에서 직접 짜서 보내주신 사과즙으로 맛을 낸다. 입에 착 붙는 얼큰한 떡볶이 맛은 아니지만 음식을 맛본 이들이 그의 아이디어에 한 번, 맛에 또 한 번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겁다고 한다.
그는 매일 아침 장을 본다. 새벽시장에 나가 국내산으로 직접 구입한다. 무항생제 제주산 돼지고기, 동해 오징어 등 좋은 재료를 사기 위해 10군데 이상 돌아다닐 때도 있다.
“식재료 대행업체를 통해 구입하면 편하지만 가격이 비쌉니다. 제가 직접 발품을 팔면 좋은 재료를 싸게 구입할 수 있고 거기에서 남는 이익 100원이라도 손님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습니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식재료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후 구입하고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놓치지 않는 부지런함과 노련함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큰 원동력이다.
그는 ‘샐러드 김밥’이 아이들 손잡고 와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맛있고 즐거운 공간이었으면 한다. 분식집이지만 건강한 먹거리에서 희망을 본다고 말하는 다정한 셰프. 그의 요리에 담긴 마음이 오늘 당신께 전해지길 바라며.
위치 일산서구 대화동 원마운트 쇼핑몰 2층 식당가
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
문의 031-961-66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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